[배수경의 세계로]자유와 평등의 나라 속살

입력 2012-08-06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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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포털사이트 야후가 지난달 모처럼 긍정적인 소식으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실적 부진과 최고경영자(CEO)의 학력 위조 등 악재를 뒤로 하고 유능하고 젊고 예쁜 여성 CEO를 맞아들여 새로운 기업 문화를 세계에 보여준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야후 이사회가 그녀의 임신 사실을 알고도 CEO 인선을 강행한 것이었다.

신임 CEO로 낙점된 마리사 마이어는 자신의 인사 소식이 보도되자 개인 블로그를 통해 10월 출산을 앞두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당시 세계 언론들은 ‘역시 미국이다’라는 식으로 야후의 이례적인 CEO 인사 소식을 경쟁적으로 보도했다.

언뜻 보면 진정한 자유와 평등이 존재하는 미국의 기업 문화다.

하지만 알고 보면 미국 기업들은 의외로 보수적이다.

미국은 서방 선진국 중 유일하게 법적으로 유급 출산휴가제도를 인정하지 않는다.

미 연방법에서는 여성 근로자에게 12주의 출산휴가를 주도록 정하고 있지만 이 기간에는 급여가 나가지 않는다.

더욱이 직원 50명 이상인 회사에서는 1년 이상 근속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는다.

이는 우리나라보다도 훨씬 낙후된 후생복지가 아닐 수 없다.

우리나라는 이달부터 산전후휴가를 출산전후휴가라는 이름으로 바꿔 운영한다.

90일의 휴가기간이 부여되며 휴가가 끝난 날 이전 보험기간이 180일 이상이면 급여를 받을 수 있다.

미 국세조사국에 따르면 18세 미만 자녀를 둔 여성 3400만명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7%가 ‘워킹맘’이다.

이들에게 마이어 CEO가 거액의 보수를 통해 누릴 베이비시터나 유명 브랜드의 육아용품들은 그림의 떡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워킹맘들에게 마리사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사실 아무리 능력있는 여성이어도 일과 육아를 병행하기는 쉽지 않다.

미 경제전문지 포춘이 발표한 미국 500대 기업 가운데 CEO가 여성인 기업은 불과 19사.

이들 CEO 대부분은 자녀가 있지만 마이어처럼 출산 직전에 CEO에 취임한다는 것은 전대미문이라고 한다.

마이어의 경우는 ‘특별한’ 사례인 셈이다.

미국 기업의 보수적인 사례는 또 있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커밍아웃 때문에 고민하는 동성애자 CEO 이야기를 다뤘다.

그동안 동성애 사실을 숨겨온 CEO가 이를 폭로하고 나니 속이 후련해져 업무 수행능력도 좋아졌다는 내용이었다.

화제의 주인공은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의 베스 브룩 부회장이었다.

그는 커밍아웃하기 전까지 자신이 동성애자임을 누군가 알아챌까봐 노심초사했다고 고백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 회사가 타격을 입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는 것.

동성애자라는 사실이 예전만큼 대수롭지 않은 시대가 됐음에도 이들은 여전히 사회의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다.

일련의 사례들은 미국 사회에서도 ‘홍일점’은 여전히 주목받는다는 것이다.

말로는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

강한 긍정은 강한 부정이라는 말이 와 닿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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