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용 반도체가 뜬다]자동차 강자 현대 "車 반도체도 우리 손으로"

입력 2012-05-2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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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車그룹 ‘현대오트론’출범

21세기 자동차는 더 이상 ‘기계장치’가 아니다. ‘자동차=전자제품’이라는 등식이 성립되면서 차업계는 지각변동을 맞고 있다. 갖가지 첨단 IT기술과 전자제어기술이 접목되면서 이제 차는 ‘움직이는 전자장비’로 변모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뛰어든 궁극적인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글로벌 경쟁력과 독자기술 확보가 관건=현대차그룹은 지난달 16일 ‘현대 오트론(Hyundai Autron)’의 사명 등기를 마치고 차량용 전자제어 부품 및 반도체 설계분야 진출을 밝혔다.

오트론(Autron)은 자동차를 의미하는 ‘오토모티브(Automotive)’와 전자기술을 의미하는 ‘일렉트로닉스(Electronics)’가 합쳐진 이름이다. 차량용 전자제어 전문기업을 의미한다. 현대차그룹 계열사와의 통일성도 담았다.

오트론의 출범은 그동안 수입에 의존하던 기존 전자제어시스템 및 차량용 반도체를 독자적으로 개발하겠다는 의지다. 오트론은 그룹 주력분야인 자동차 산업에서 차량개발과 R&D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전자제어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차량용 반도체 설계를 핵심 사업 영역으로 삼았다. 이 분야의 독자 기술개발을 주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차량용 반도체는 수입에 의존해 왔다. ‘규모의 경제’가 적용되기 어려워 국내 시장에서는 국산화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나 현대기아차가 글로벌 700만대 판매를 눈앞에 둔 만큼 ‘이제 자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자신감도 그룹 내에 팽배하다.

시대 변화도 오트론의 출범을 부추겼다.

이제 차는 달리고 멈추고 회전하는 기본적인 기능 위에 다양한 전자기술이 필요해졌다. 단순히 움직이는 차원을 넘어 ‘잘 달리고 잘 멈추며, 잘 회전하는 차’로 거듭나야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

글로벌 차시장은 공급 포화상태에서 경쟁이 더욱 치열해졌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앞서나가야 했고 이를 위해 완성차 메이커들이 앞다퉈 전자제어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대·기아차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차량용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 현대차그룹은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라는 상징성에 진정한 마침표를 찍게된다. 자도아가 그룹의 주룍사업인만큼 현대오트론은 향후 연구개발 분야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만의 독자적인 기술도 머지않아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현대기아차 양재동 본사 사옥과 정몽구 회장.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라는 상징적 의미 완성=그룹의 주력사업인 자동차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하기 위한 전략도 담겨있다. .

시작점은 2010년 완성된 현대제철 당진 일관제철소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그동안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라는 그룹의 상징적 전략을 강조해왔다. 일관제철소에서 쇳물을 만들고 자동차 강판으로 빚어 차를 만든다는 의미다.

그러나 쇳물을 뽑고 자동차를 만들어 판매하는 일련의 과정이 변혁기를 맞았다. 자동차 자체로 끝나지 않고 새로운 기술이 필요한 시대가 온 것이다.

최근 출시되는 자동차에는 약 200여개의 시스템 반도체가 필요하다. 이로인해 전자제어기술과 부품가격이 자동차 원가의 20~30%를 차지하고 있다.

쇳물에서 자동차까지라는 상징성에 진정한 의미의 마침표를 찍는 사업이 오트론인 셈이다.

나아가 독자기술 논란에서도 자유로워질 수 있게 된다. 현대기아차는 그동안 다양한 경쟁력을 갖췄음에도 독자기술이 없다는 게 단점으로 지적돼 왔다. 글로벌 경쟁사에는 없고, 오로지 현대차만 보유한 기술은 없었다는 의미다.

실예로 최근 출시한 기아차 K9은 독일 벤츠와 BMW의 신기술 대부분을 채용했다. 그러나 K9에게만 있고 벤츠와 BMW에는 없는 기능을 찾아볼 수 없었다. 기술의 답습이라는 의미다.

그동안 현대차그룹이 내세운 다양한 첨단 기술은 이미 십수년 전 독일차나 일본차가 채용했던 기술들이다. 때로는 특허료를 내더라도 신기술 도입에 적극적이었다. 경쟁력이 우선이기 때문이었다.

이런 상황에 출범한 현대오트론은 현대·기아차의 독자기술 개발의 포문을 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경쟁사에 없는 다양한 전자제어 시스템이 선보일 것으로 기대된다. 이제 다른 차에는 없고 현대·기아차에만 존재하는 기술이 등장할 수 있다는 계기를 만들었다는 의미다.

◇독자기술 개발로 글로벌 경쟁력 확대=현대·기아차의 이같은 독자기술 확보 노력은 향후 국내 자동차업계는 물론 글로벌 차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분석된다.

먼저 수입차에 대한 맞대응 전략이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분석된다. 가치와 신기술을 앞세워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는 수입차에 대해 현대·기아차의 경쟁력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차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글로벌 차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와 공동개발 전략도 예상된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글로벌 M&A와 기술 공동개발에 소극적이었다. 2000년대초 미국 크라이슬러, 일본 미쓰비시와 엔진공동개발에 나선 것이 드문 사례로 꼽힌다. 이는 선진 자동차업체들에 비해 기술력이 뒤처졌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21세기는 숙명의 라이벌인 벤츠와 BMW가 소형차 공동개발에 나서는 시대이기도 하다. 그 속에서도 현대차의 독자적 행보는 이제껏 차업계에서 이례적인 사례로 알려져왔다.

그러나 이제 사정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기술적 우위를 점한 현대차그룹이 다른 자동차기업과의 공동개발 프로젝트를 세울 가능성도 커졌다. 기술적인 우위를 앞세워 협상에 나선다면 공동개발에서도 좀더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지금까지 현대·기아차 만의 독자적인 기술은 없었다고 봐야한다. 빠른 시간에 이토록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1등의 전략과 기술을 쉼없이 답습한 덕이 컸다”면서 “이제 1등을 쫓아가기보다 1등이 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할 때”라고 현대오트론 설립 배경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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