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과의 전쟁]홈피까지 똑같아 눈 뜨고 당해…보이스피싱 '못된 진화'

입력 2012-05-09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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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교묘해진 사기 기법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가 늘어나고 있는 것은 그 수법이 엄청나게 지능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이스피싱 피해자들은 은행과 똑같은 홈페이지에 접속해 실제 은행 홈페이지로 착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초여름 같은 무더위로 나른한 오후. 수북이 쌓여있는 온갖 업무 파일을 뒤로하고 그 어느 것보다도 무거운 눈꺼풀과 한판 씨름을 하고 있는 홍길동(43세, 가명)씨의 휴대전화 벨소리가 울린다.

전화를 받자 휴대폰을 넘어 들려오는 고운 여성의 목소리. 그는 이 여성이 누구인지 알 방법이 없어 “누구십니까?”라고 물었다. 돌아오는 답변은 홍길동씨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다.

“아 네. 여기는 서울남부지방법원 형사부 000 입니다”

어성의 말을 들은 홍길동씨는 심장이 쿵쾅거리고 머릿속이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왜 검찰에서 전화가 왔지?’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것일까?’

“무슨 일 때문이시죠?” 라는 물음에 여성은 “최근 사기혐의로 000씨 외 4명을 구속했는데 홍길동씨의 대포통장과 주민등록증이 발견됐습니다. 이 통장에는 3000만원이 입금돼 있었습니다”

또박또박 계속되는 여자의 말에 홍길동씨는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가지만 검찰을 자칭하는 여성의 말을 이어서 들을 수밖에 없었다.

“홍길동씨기 수사를 위해 내방을 하셔야하는데 개인정보만으로 조사를 대신 할 수 있습니다.일단 주민등록번호 확인을 하겠습니다. 뒷자리 7자리와 다른 통장의 비밀번호를 불러주세요”

그는 이상하다는 생각을 할 겨를도 없이 검찰에서 자신을 알고 있다는 두려움에 이 여성의 말 대로 주민번호 뒷자리와 자신의 통장 비밀번호를 이야기하고야 말았다.

위의 이야기는 소설이 아닌 실화로 홍씨는 이후 다른 통장의 계좌번호까지 이야기 해줘 1000만원울 인출당하고야 말았다. 전화를 끊고 나서 후회한들 소용이 없었다. 그들은 흔적조차 남지 않기 때문이다.

IT가 발달하면서 언제부턴가 우리는 보이스피싱이라는 신종 사기에 쉽게 노출되고 있다. 홍씨의 사례처럼 의심을 할 수 있지만 보이스피싱의 방법은 더욱 교묘해지고 있어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즉 ‘뛰는 놈 위에 나는 놈이 있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홍길동씨의 사례 외에 다른 사례를 들어보면 더욱 기가 막히다.

위의 사진은 누가 봐도 KB국민은행의 홈페이지다. 하지만 이 홈페이지는 다른 은행들과 달리 ‘보안 승급 바로가기’라는 비밀이 숨겨져 있다.

보이스피싱에 당한 사람들은 이 ‘보안 승급’ 페이지에 자신의 정보를 입력하게 되고 이는 곧바로 보이스피싱을 한 사기꾼들에게 고스란히 들어가게 된다.

이런 가상 홈페이지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수법은 이제 은행을 넘어 금융감독원, 검찰청 등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ARS(자동응답시스템)을 이용한 전화사기도 등장했다. 기상청 등을 가장해 ARS 안내를 한 뒤 기상예보 정보와 다른 정보 등을 듣기 위해 다이얼패드를 누르면 국제전화 요금이 부과되는 방식도 퍼지고 있다.

특히 특정번호(010-1312-4501)는 물론 발신번호도 수시로 변경이 가능하다고 한다. 그만큼 번호만 봐서는 기상청을 사칭하는 보이스피싱인지 알 수가 없다는 의미다.

대부업체들의 고객 명단을 확보해 신용등급이 낮아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이 어려운 서민들을 골라 대대적으로 보이스피싱을 하고 있는 조직도 있다.

이들은 시중 은행의 대표번호로 조작된 인터넷전화를 이용해 대출승인 담당 직원을 사칭한 뒤 수백만원 규모의 수수료를 착취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이처럼 서민들을 대상으로 70여명으로 조직된 대대적인 보이스피싱 활동을 하던 조직이 최근 검찰에 검거된바 있다. 이들이 수수료 명목으로 탈취한 금액만도 34억여원에 달했다. 대한민국이 보이스피싱에 너무나도 무방비한 상태라는 것을 보여주는 현실이다.

또한 과거에는 전화를 거는 사람의 목소리가 중국 동포의 말투 등이라 쉽게 의심했지만 이제는 표준어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해 이마저도 알 수 없는 형국이다. 수신번호조차 사기꾼들이 말하는 기관의 번호와 똑같아 더욱 헷갈리게 만든다.

이처럼 보이스피싱의 사기 수법이 더욱 교묘해지자 전문가들조차 혀를 내두르고 있다. 이제는 일반 시민들이 조심해야 하는 수 밖에 없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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