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철규의 과천담론]그들만의 ‘위기 관리법’

입력 2012-05-03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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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철규 경제팀장

최근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위협하는 정부의 위기관리 대처법을 보고 있노라면 한마디로 ‘한심하다’는 생각부터 든다. 국어사전을 펼쳐보니 ‘정도에 너무 지나치거나 모자라서 딱하거나 기막히다’는 뜻의 형용사인데, 광우병이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위기관리 대응이 꼭 이꼴이다. 너무 똑같은 방식이라 원래 정권의 정체성이 그런건지 레임덕에 따른 주먹구구식 대응인 건지 헛갈리기까지 하다.

먼저 정도에 지나친건 광우병 현지 조사단 구성 인사의 면면이다. 지난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구성된 원자력안전위원회도 마찬가지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했듯이 조사나 안전을 점검하기 위해 뽑힌 사람들이 너무 정부 편향적이다. 농식품부 및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소속 6명과 민간부문 3명 등 9명으로 구성된 조사단의 면면이 죄다 정부 입장을 옹호 지지해온 인물들이다. ‘무늬만 조사단’이라는 비판이 식상할 정도다.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지 않다는 주장을 해온 우희종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미국이 제공하는 정보만을 보기 위해 사람을 보낸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면서 조사단 합류를 제안했어도 거절했을 것이라고 정부에 일침을 가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에 대해 우려하는 국민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구성된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출범할 때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있었다. 장관급 위원장에 내정된 강창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명예교수를 위원장으로 앉히자 원자력 찬성론자에 국민의 생명을 맡기기 어렵다는 얘기가 나왔다. 독일과 스위스 등 유럽 각국이 원전 철수를 외칠 때 우리나라 원전 비중을 70%로 확대해야 한다는 소신을 피력한 인사에게 원전의 안전을 맡기는 건 안된다는 지적이었다.

고리원전의 비상발전기가 가동되지 않고, 원전에 짝퉁 부품이 들어가도 안전에는 문제가 없다는 얘기만 돌아올 것이 뻔하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일까? 하여튼 조사와 안전을 맡기기에 정부의 정책에 항상 ‘찬성표’를 던졌던 사람에게 믿음이 안가는 건 당연지사다.

책임자들의 ‘말’도 국민을 염두에 두지 않고 있다. 농축산물 관리의 정부 최고위층이라면 단어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에 신경써서 말해야 할 것 같은데 이건 거의 내뱉는 수준이다. 서규용 농식품부 장관은 “쇠고기 수입중단? 그 짓 왜하나”며 국민의 우려에 귀를 닫아버렸다.

지난 3월 고리원전 비상발전기가 가동 정지와 관련된 대책발표에서 강창순 위원장은 “고리1호기를 폐쇄하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라고 했다. 재가동 결정은 국민안전을 최우선에 둬야 하는 객관적 입장이어야 하는데 마음이라니,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위 수장이 한 말이라고는 믿을 수 없었다.

이밖에도 국민안전을 무시한 처사는 멜라민 사태 등 식품안전이나 가습기 살균제 등 문제가 생기면 항상 터져나왔다. ‘정도에 너무 지나치거나 모자라서 딱하고 기막힌’ 이런 정부의 행태를 우린 언제까지 듣고 보고 한숨쉬어야 하는 건지 답답할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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