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car]말귀 알아듣는 똑똑한 애마 ‘공상과학이 현실로’

입력 2012-04-30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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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안에서 인터넷 검색·이메일 전송…도난차량 추적·원거리 시동제어까지

“서울 하계동에서 역삼동으로 출퇴근하는 회사원 김창현 씨는 지난 금요일 차를 집에 두고 대중교통으로 출근했다. 저녁에 거래처 사람들과 술 약속 때문이다.

일찌감치 회사에 도착한 김씨의 스마트폰으로 부인의 전화가 걸려왔다. 김씨의 부인은 “등교 시간이 임박한 아들을 학교 앞까지 태워줘야 하는데, 차 열쇠가 없어졌다”며 황급하게 열쇠를 찾았다.

김씨가 바지 주머니를 뒤지자, 차의 열쇠가 나왔다. 전날 퇴근 후 무의식적으로 차 열쇠를 주머니에 넣은 뒤 그대로 출근했던 것.

그러나 대안이 있었다. 김씨는 부인에게 “전화기로 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걸어 줄테니, 아들을 잘 태워주라”고 말했다. 김씨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집 앞에 주차된 차의 문을 열고, 시동을 걸어줬다. 덕분에 부인은 아들을 무사히 학교 앞까지 바래다 줄 수 있었다.”

▲GM은 '온스타'개발 이후 텔레매틱스 연구는 끊임없이 진화해 지금은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차의 연료량, 주행 가능 거리를 자세히 파악할 수 있는 수준까지 발전했다.
가상의 상황이다. 그러나 이 상황을 현실에서도 똑같이 재현할 수 있다. 전화기가 TV 리모콘도 아니고, 차의 시동을 걸어준다니. 믿을 수 없겠지만, 사실이다. 자동차와 IT 기술의 융합체인 ‘텔레매틱스 시스템’의 눈부신 진화 덕분이다. 꿈에서만 갈망해 오던 ‘스마트 카’ 시대가 이제 현실로 다가온 것이다.

그동안 멀리 떨어진 거리에서 스마트폰으로 차의 문을 열어주고, 원격으로 전파 신호를 보내 차의 시동을 거는 등의 행위는 공상과학영화 속에서 가능한 일로 여겨졌다.

그러나 세계 유수의 자동차 브랜드가 IT 융합시대에 걸맞게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개발하면서, 세상의 자동차들이 웬만한 컴퓨터 못지않게 똑똑해졌다. 지금 이 시간에도 국내를 비롯해 세계 곳곳의 자동차 브랜드는 ‘스마트 카’의 완벽한 진화를 향한 끊임없는 연구에 몰입하고 있다.

◇‘온스타’서 시작된 텔레매틱스 역사 17년=‘스마트 카’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가장 기본이 되는 항목은 바로 텔레매틱스다. 텔레매틱스는 텔레커뮤니케이션(telecommunication)과 인포매틱스(informatics)의 합성어다. 자동차 안에서 이메일을 주고받고, 인터넷을 통해 각종 정보도 검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토모티브 텔레매틱스’라고도 부른다.

온전한 형태의 텔레매틱스가 세상에 처음 등장한 것은 1990년대 중반 미국에서였다. 자동차와 휴대전화의 보급이 대중화되던 1990년대 초반부터 자동차 브랜드와 IT 브랜드는 서로의 장점을 살리는 융합 사례를 찾기 위해 각기 연구에 돌입했다.

그리고 1996년 제너럴 모터스(GM)가 IT 전문회사인 모토로라와의 협력을 거쳐 세계 최초의 상용 텔레매틱스 시스템으로 꼽히는 ‘온스타’를 개발했다. 온스타는 개발에만 4년여의 시간이 꼬박 걸렸다.

온스타는 1997년부터 캐딜락 브랜드에 의해 도입됐고, GM이 개발한 다수의 차종에 이 시스템이 반영됐다.

‘온스타’는 단순한 길 안내는 물론 도난된 차 추적하기, 잠긴 차 열기, 긴급 구난 요청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첨단 자동차 커뮤니케이션 시스템이다. ‘온스타’는 차 안 대시보드에 이동통신 단말기와 위성항법장치(GPS) 시스템을 장착한 후 인터넷에 접속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개발됐다.

서비스 초기에는 운전자가 서비스센터로 연결을 청하고, 서비스센터는 운전자의 위치를 파악한 뒤 정보를 제공하는 초보적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당시로서는 상상을 초월하는 최첨단의 자동차-IT 융합 사례로 꼽혔다.

GM이 온스타를 통해 대박을 터뜨리자, 라이벌 포드도 텔레매틱스 연구에 뛰어들었다. 포드는 2000년 퀄컴과의 협력을 통해 자동차 무선 통신 시스템 ‘윙캐스트’ 개발에 나섰다. 윙캐스트는 휴대전화 전파 송수신 환경인 CDMA 시스템 기반의 무선 통신 네트워크를 이용해 운전자에게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하는 형태로 개발됐다.

포드는 이후에도 소니, 마이크로소프트 등과 협력을 강화했고, 2007년부터 ‘싱크’라는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제공했다. 싱크는 온스타와 달리 별도의 모뎀 없이 운전자의 스마트폰을 차 안의 전자기기와 동기화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이외에도 독일 브랜드인 메르세데스 벤츠가 도이치텔레콤과의 협력을 통해 텔레매틱스 시스템 개발에 뛰어드는 등 세계적인 자동차 브랜드가 경쟁적으로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연구·개발하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글로벌 텔레매틱스 시스템 개발, 어디까지 왔나=세계 최초로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도입한 GM은 ‘원조 텔레매틱스’인 온스타를 꾸준히 진화시켜왔다.

쉐보레와 캐딜락 등 GM이 생산하고 있는 차종 중 30여개 모델에 업그레이드된 시스템을 심어놨다. 스마트폰으로 GPS 시스템과 교신할 수 있고, 차가 도난 당할 경우 GPS를 활용해 온스타 센서가 스스로 엔진 출력을 줄이고 시동이 걸리는 것을 막아준다.

내비게이션 없이도 버튼 하나로 상담원을 통해 길 안내도 받을 수 있고, 대표적 SNS인 페이스북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포드가 마이크로소프트와 함께 개발한 ‘싱크’는 온스타와 기본 개념이 같다. 그러나 별도의 장치 없이 휴대전화를 통해서 간단하게 서비스를 제공받는다는 것이 다르다. 싱크는 차와 스마트폰을 연결해 운전자가 음성으로 다양한 기기들을 제어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약 1만개의 음성 명령 지원이 가능해 운전 도중 문자 전송과 시선 분산 등을 차단한다. 또 와이파이 연결을 통해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도 이용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앳 유어 커맨드’라는 텔레매틱스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 기술은 탑승자가 기기에 직접 손을 대지 않고도 동작 등을 통해 오디오나 내비게이션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시스템이다. 또한 ‘엠 브레이스’라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차 문과 시동을 제어하고, 유사 시 서비스센터로 자동 연락을 취할 수 있는 기능도 제공한다.

아우디도 ‘아우디 커넥트’라는 이름의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최근 개발했다. 이 기술은 운전자에게 필요한 주행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운전 도중 연료가 부족할 때 “기름이 없다”고 차에게 말을 걸면, 아우디 커넥트 시스템과 연동된 구글 지도로 주변 주유소를 검색해 알려준다. 또한 도로 정보나 야간 장애물도 사전에 감지해 운전자에게 바로 전해준다. 음성인식, 위치정보, 증강현실 등의 최신 IT 경향이 모두 반영된 것이다.

도요타와 렉서스는 브랜드별로 텔레매틱스 관련 서비스를 이원화하고 있다. 렉서스는 온스타와 비슷한 방식의 ‘G-북(Book)’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도요타는 포드의 싱크와 유사한 형태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텔레매틱스 사업을 경쟁적으로 강화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미래형 고부가가치 사업이라는 점에서 착안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텔레매틱스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로 제공되고 있다. 사용료를 꾸준히 받을 수 있고, 업그레이드 시에도 돈이 들기 때문에 지속적인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최근 글로벌 완성차업계는 전자업계와의 꾸준한 협력을 통해 자동차와 IT의 연계가 가능한 각종 시스템을 지속 개발하고 있다”며 “텔레매틱스 개발에서 촉발된 스마트 카 개발 사업은 자동차업계와 전자업계가 함께 살 수 있는 미래 먹거리 사업이라는 점에서, 글로벌 업체 간 경쟁이 갈수록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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