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아지랑이 울타리

입력 2012-04-27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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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영록 영창문화사 사장

지난가을 뒤란 서성이다가

무심코 밟힌 낙엽 때문에

발을 뗄 수 없었던 적이 있습니다.

나뭇잎 으스러지는 소리에

귀뚜라미 애달피 울어

한참을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봄비 오는 오늘

또 뒤란 서성이다가

민들레 작은 꽃송이에 발목 잡혔는데

그만 발아래

채송화, 맨드라미, 봉선화, 백일홍

고 어린것들이

배시시 올려다보고 있었습니다.

투박한 이 한걸음에

얼마나 많은 팔다리가 상할지 몰라

한참을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오늘 같은 봄날엔

들길도 조심하라고

꼭 그러라고

아지랑이가

울타리를 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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