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황제경영 시대 종언]편견 버린‘열린 채용’…‘대기업=착한기업’인식 변화중

입력 2012-04-23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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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그룹 첫 고졸 공채, 사무·SW분야에 600명…현車, 마이스터고 출신 졸업생 1000명 선발 예정

“대기업에 대한 인식이 아직까지 100% 좋은 것은 아니지만 최근 중소협력사와의 상생협력, 고졸·장애인 채용 확대 등의 뉴스를 많이 접하게 되면서 조금씩 인식이 긍정적으로 바뀌고 있습니다.”

수원 소재 대학교에 다니는 대학생 김모(22)씨의 말이다. 김씨에 따르면 최근 대학생들의 대기업들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과거에 비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시장경제 전문연구기관 자유기업원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7명(73.5%)은 대기업들이 사회발전을 선도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들이 보여준 사회적 책임의 영향이 크다는 설명이다. 일자리 창출 부분에 있어 대기업들의 노력이 긍정적으로 어필하고 있다.

특히 재계가 고졸 등 소외계층에 대한 고용 확대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삼성 SK 한화 등 내로라하는 국내 재벌기업들은 최근 고졸 채용을 확대하거나 차별을 없애는 신선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일자리를 얻기 힘든 사회적 약자인 장애인들에 대해서도 취업의 문을 넓히고 있다.

재계가 변하고 있다. 효율성 만을 중시했던 과거와 달리 이제 사회적 책임을 더욱 강화하고 있다. 소외계층의 고용 확대도 이의 일환이다. 상대적으로 기회가 적은 고졸, 장애인 등 소외계층을 적극 포용하려는 모습이다. 사회적 책임을 동반한 재계의 ‘지속가능 성장모델’이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고 있다.

▲한화케미칼이 지난달 8일 울산공업고등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고졸 채용에 관한 설명회를 진행하고 있다. 한화그룹은 올해 고등학교 3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고졸 공채 500명, 2학년생을 대상으로 한 ‘채용전제형 인턴’을 700명 뽑는다.
◇재계의 2012년 화두 ‘고졸 채용’= 재계의 올 한해 채용 화두는 단연 ‘고졸’이다. 삼성 현대차 SK LG 등 재계 대표 그룹사들이 최근 고졸 채용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그룹에서 주관하는 고졸 공채를 실시한다. 삼성그룹은 상반기 고졸 공채를 통해 사무직 350명, 기술직 100명, 소프트웨어직군 150명 등 총 60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생산제조직 인력을 포함하면 올해 삼성그룹의 고졸 채용 규모는 총 9000명으로 지난해보다 1000명 늘었다.

눈에 띄는 점은 생산직 뿐만 아니라 정규 사무직 또는 개발직군으로 채용 범위를 확대했다는 것이다. 과거 생산직에 한정돼 일을 했던 고졸 취업자들은 이제 다양한 직무분야에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셈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고졸 전문인력 양성을 위해 10년 간 1000명의 마이스터고 졸업생을 선발해 정규직 직원으로 채용하기로 했다. 선발 학생들은 재학 중 2년간 학업보조금을 받으며 자동차 전문교육을 받게 된다. 올해는 지난달 말 100명의 마이스터고 학생들을 선발했다. 현대차그룹의 전체 고졸 채용 규모는 생산직 포함 총 2200명 수준이다.

SK그룹도 고졸 채용 규모를 지난해보다 2배 이상 늘렸다. SK그룹의 올해 신규채용 규모 7000명 가운데 약 30%인 2100명이 고졸 채용이다. SK그룹 관계자는 “SK는 채용시 출신 학교 등 소위 말하는 스펙을 보지 않기 때문에 누구나 지원이 가능하다”며 “스펙이 아니라 직무에 맞는 인재를 뽑는 형식으로 가고 있고, 이런 열린 채용을 점차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LG그룹은 올해 신규채용 규모 1만5000명 중 5700명을 고졸 인력으로 채용할 계획이다. 이는 기능직 인력 7500명의 76%에 달하는 규모다.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지만 지난해부터 마이스터고와 협력해 맞춤형 고졸 인력 양성에 적극 나서고 있다.

GS그룹은 올해 신규채용 2900명 중 250명을 고졸 인력으로 채용한다. 특히 GS리테일은 고졸 직원들에게도 대졸 직원과 마찬가지로 성과를 낼 경우 각 점포의 부점장, 점장을 거쳐 영업담당 팀장과 임원이 될 수 있는 기회를 줘 눈길을 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건 한화그룹의 고졸채용이다. 한화그룹은 올해 고졸 공채 500명과 고교 2학년생을 대상으로 ‘채용전제형 인턴’ 700명 등 총 1200명을 채용한다. 학생 때부터 맞춤 교육을 통해 우수 인력을 양성하겠다는 취지다. 실제 최근 진행 중인 고졸공채엔 500명 모집에 1만4006명의 고등학교 취업준비생들이 몰릴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여기에 한화그룹은 고졸 채용자들이 대졸 사원들과 같은 직급으로 승격하는 기간도 기존 6년에서 5년으로 1년 단축하고, 이들을 위한 ‘사내 대학’도 운영키로 했다. 채용 규모를 늘리는데 그치지 않고 대졸 사원들과의 차별을 점차 없애려는 모습이다.

▲STX가 설립한 장애인 표준사업장 ‘예그리나’가 경남 창원에서 개원식을 갖고 행사에 참석한 관계자들이 기념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속 인물은 (제빵옷을 입은 직원을 제외한 오른쪽부터) 추성엽 ㈜STX사장, 이성규 한국장애인고용공단 이사장, 장윤규 STX리조트 대표이사.
◇취약계층 장애인들에게도 ‘채용문’ 넓힌다= 지난 20일은 ‘장애인의 날’이었다. 장애인들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취약계층 중 하나다. 재계는 장애인 고용 확대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사회적 기업을 통한 채용에 이어 최근엔 공개채용으로 장애인을 채용하는 대기업도 늘어나고 있다.

삼성그룹은 최근 올해 600명의 장애인을 추가 채용한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장애인 직원 3300명의 20%에 해당하는 규모다. 장애인 채용 초기인 2005년 600명에서 6년 동안 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임직원의 2.3%를 장애인으로 고용하도록 하는 현행법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수치다. 현재 삼성그룹의 장애인 채용 비율은 1.6% 수준. 이에 삼성그룹은 올해를 기점으로 지속적으로 장애인 채용확대에 나설 방침이다.

현대차그룹도 장애인 채용에 적극적이다. 자동차 조립공정 부분의 경우 상당부분 자동화가 잘 이뤄져 있어 장애인들의 능력을 발휘하기에 좋다. 현대차그룹의 고용비율이 높은 이유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장애인 고용비율은 각각 2.9%, 3.4%로 법적 의무비율인 2.3%를 넘어섰다. 현대차는 또 지난 2010년 장애인 및 취약계층 채용을 전제로 하는 사회적기업 ‘이지무브’도 설립했다.

LG그룹도 최근 장애인 채용 및 처우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는 동종 업계 최초로 장애인 고용 자회사 ‘나눔누리’를 설립했다. 직원의 83%가 장애인이다. 연말까지 장애인채용을 현재의 2배 이상 늘릴 계획이다. LG이노텍 역시 오는 2015년까지 총 150여명의 장애인 채용이 계획돼 있다.

STX그룹도 최근 장애인 표준사업장 ‘예그리나’를 설립했다. 주요 사업은 제빵업이며, 장애 직원이 만든 빵들은 STX리조트가 전량 구매한다. 향후 안정적 수익 및 판매처가 확보되면 최대 30여명의 장애인을 채용할 계획이다.

▲LG디스플레이의 자회사 '나눔누리' 직원들이 파주 공장에서 직원들에게 헬스 키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전문자격을 갖춘 안마사들이 운영하는 헬스 키퍼 서비스는 직원들의 피로회복을 위해 원하는 누구에게나 무료로 제공된다.
장애 직원들에 대한 처우개선 노력도 한창이다. 삼성그룹은 장애 직원들을 위해 전용 주차장 등 편의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제조사업장의 경우 출퇴근 시 정문과 사무실 간 업무용 콜밴을 배치하는 등 이동 수단을 제공하고, 식당입구에 전용 도우미 등을 배치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도 사내 까페에 장애인을 고용해 직원들과의 접점을 늘리고 직접 소통을 꾀하고 있다.

LG디스플레이 이방수 경영지원센터장은 “장애인을 위한 최고의 복지는 일자리 제공”이라며 “장애인의 자립 기반 구축에 기여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이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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