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정유시장 참여’정부가 권했나, 삼성이 청했나

입력 2012-04-2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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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정권말기 시장 신규진입 허용…물량 2% 불과 가격인하 효과 의문

정부가 지난 19일 발표한 유가안정대책을 놓고 여러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정부가 유가 안정을 위해 삼성토탈을 제5 공급사로 인정한 데에 대해 삼성그룹에 사실상 정유업 진출을 허용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과 함께 특혜 의혹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유류세 인하보다는 유통구조 개선을 통한 일련의 정부 유가대책이 삼성토탈의 정유업 진출을 위한 시나리오에 의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삼성토탈 정유업 진출 사전 포석?= 삼성토탈의 본업은 석유화학사업이다. 휘발유를 생산하고 있지만, 이는 방향족 생산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로, 일종의 부업이다. 현재 삼성토탈은 일본에 월 3만7000배럴을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부 유가대책에 따라 오는 6월까지 8만8000배럴을 증산할 계획이다.

삼성토탈의 최종 목표는 종합에너지사로의 도약이다. 정유사업이 포함돼 있다. 하지만 과거 석유정제업에 정식 등록하지 않은 삼성토탈이 휘발유를 생산하는 것에 대해 과거 정유업계는 강하게 반발해왔다.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것이었다.

이에 삼성토탈은 지난 2010년 지식경제부에 석유정제업을 등록하고 정식 허가까지 받았다. 당시 삼성토탈은 향후 3~5년 사이 내수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지를 정부 측에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선 이번 정부의 유가안정대책이 삼성토탈의 정유업 진출을 이끄는 사전 포석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정유 4사의 확고한 과점체제를 깨겠다는 명분 하에 삼성토탈에 정유업 진출의 길을 마련해 줬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 19일 홍석우 지경부 장관은 삼성토탈의 정유업 진출에 대해 “주유사업 진출 여부는 전적으로 삼성토탈에게 달려있다”고 발언했다. 삼성토탈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정유사업에 진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삼성토탈 관계자는 “정유업에 진출하는 것이 아니라 휘발유를 조금 더 생산해 한국석유공사에 판매하는 것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삼성토탈 투입으로 정유 4사 독과점 깨지나?= 정부가 삼성토탈을 투입한 명분은 정유 4사의 과점체제 해소다. 경쟁을 촉진해 과점구조를 깨고 장기적으로 기름값을 안정시키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유 4사의 과점체제를 깨기엔 힘이 달린다. 삼성토탈이 석유공사에 공급할 수 있는 휘발유는 월 12만 배럴 정도. 지난해 기준 국내 월 평균 휘발유 소비량 579만7833배럴의 2% 정도에 불과하다.

이는 정유 4사가 월평균 내수시장에 공급하는 휘발유량에 비해서도 턱없이 미미한 수준이다. 현재 정유 4사의 월평균 내수 휘발유 공급량은 SK에너지 210만 배럴, GS칼텍스 180만 배럴, 현대오일뱅크 120만 배럴, 에쓰오일 90만 배럴 정도다.

유통과정에서의 한계도 지적된다. 삼성토탈의 휘발유는 100% 알뜰주유소로 공급된다. 하지만 현재 알뜰주유소는 전국에 110개 정도다. 전국 주유소 숫자인 1만3000개와 비교하면 약 0.8% 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정유 4사의 과점체제가 깨기에는 태부족이다.

당연히 기름값 인하 효과도 미미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삼성토탈 한 곳을 투입했다고 해서 규모가 크고 체계가 잡힌 국내 정유시장 판도가 변하리라고 예상하기는 힘들다”며 “또한 알뜰주유소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에 현재로선 기름값 인하 효과도 크게 기대하기 힘들 것 같다”고 밝혔다.

◇‘삼성주유소’ 등장할까= 정부가 발표한 내용으로만 보면 기름값 인하의 실효성에 의문이 가지만 삼성토탈의 정유업 진출은 또 다른 문제다. 향후 ‘삼성주유소’ 탄생 여하에 따라 태풍의 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토탈이 현재의 생산규모로 정유업에 진출한다면 점유율 1%에 그칠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삼성토탈은 그 이상으로 생산능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여력이 있다. 최근 대산공장 내에서 1조6600억원을 투자해 진행 중인 BTX공장 증설이 그 열쇠가 될 수 있다.

현재 삼성토탈의 BTX 생산규모는 연산 70만톤 수준. 하지만 이번 증설을 통해 오는 2014년까지 연산 170만톤으로 생산능력이 대폭 늘어난다. 부산물로 만들어지는 휘발유 생산능력도 함께 올라가는 셈이다.

삼성토탈 관계자는 “휘발유 생산능력은 지금도 100%가 아니기 때문에 언제든 끌어올릴 수 있고, BTX공장을 증설하면 휘발유 생산도 늘게 된다”고 말했다.

삼성토탈이 어느 정도 생산규모를 확보하게 되면 ‘삼성주유소’가 등장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생산규모가 커지면 110개 남짓한 알뜰주유소로는 물량 소화가 어렵기 때문에 독자적인 유통망을 구축할 것이라는 얘기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아직 삼성토탈이 주유사업을 할 가능성은 적고, 큰 영향력을 줄 것이라고 보진 않지만 ‘삼성’이라는 브랜드가 내포하고 있는 잠재력을 감안한다면 정유사들도 긴장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유업계 “기름값 안정 명분으로 삼성토탈에 특혜” 반발= 정유업계는 크게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기름값 안정을 명분으로 삼성토탈에 정유업 진출이라는 특혜를 줬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의 지원 속에 진입장벽이 높은 국내 정유시장에 사실상 ‘무임승차’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정유업계가 주장하는 특혜 중 하나는 수입관세에 대한 부분이다. 보통 정유사들은 정제사업을 하기 위해 수입하는 원유에 3%의 관세를 물고 있다. 하지만 삼성토탈은 나프타를 원재료로 휘발유를 생산해 전량 일본 등에 수출해 관세를 내지 않았다. 정유업계는 삼성토탈이 내수에 휘발유를 판매하게 되면 관세를 다시 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삼성토탈 측은 “무관세인 일반 나프타가 아닌 다른 종류인 컨벤세이트를 이용해 휘발유를 만들고 있기 때문에 관세를 내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정유업계는 이에 대한 의혹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입찰과정도 없어 바로 알뜰주유소 110곳에 대한 휘발유 독점공급 권리를 얻었다는 점도 특혜 시비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삼성토탈의 초기 정유시장 진입을 위해 정부가 공짜로 유통망 확보를 해준 셈이다. 유통망 확보에 큰돈을 들이는 정유사들 입장에선 껄끄러운 게 당연하다.

◇MB 정권 말기에 삼성에 대한 ‘대가성’ 의혹도= 일각에선 임기 동안 삼성과 껄끄러웠던 이명박 대통령이 정권 말기에 삼성과의 관계 개선을 위한 대가성 정책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실제 과거에도 정권 말기에 대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특혜성 정책들이 남발되곤 했다. 1988년 전두환 대통령이 퇴임 하루 전날 금호그룹을 제2 민항 사업자로 선정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기업규모 10위권에도 들지 않았던 금호그룹이 항공사업권을 부여받은 것이다.

노태우 정권 때는 SK그룹에 대한 특혜 시비가 일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자신의 딸 노소영씨를 당시 SK그룹 최종현 회장의 아들인 최태원씨에게 시집보내면서 KT 자회사였던 한국이동통신을 SK그룹에 안겨줬다. 노 전 대통령은 또 하늘의 별따기 였던 골프장 허가를 무더리고 내주기도 했다.

김영삼 정권 때는 삼성그룹에 승용차 사업 진출을 허용해 특혜 시비가 일었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전례를 들어 이명박 정부가 임기 말에 삼성그룹이 정유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것이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전형적인 정권 말기의 대가성 정책 혹은 특혜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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