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正論]국민은 오만했던 야권 심판했다

입력 2012-04-12 10:44 수정 2012-04-12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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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병 시사평론가

정말 예상 밖이었다. 전국 80여 곳 안팎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는 여론조사 분석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새누리당이 19대 총선에서 단독 과반의석을 차지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다. 방송 3사의 공동 출구조사마저 예측을 빗나갈 정도였으니, 막판까지 피 말리는 대접전이었다는 것은 이번 총선의 뚜렷한 특징임엔 틀림없다.

이번 총선의 대세를 가른 것은 진영논리였다.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으로 대변되는 진영논리가 전국의 선거판세를 좌우했다. 영남과 호남의 견고한 지역주의 정치 앞에 인물도, 정책도 별 소용이 없었다. 이번만큼은 한국정치의 최대 병폐인 지역주의 정치의 벽을 깨지 않을까 기대가 컸지만, 의미 있는 결과를 만들어내지 못했다.

특정 이슈에 민감하고 젊은층이 폭넓게 분포해서 상대적으로 진영논리로부터 자유로웠던 수도권도 큰 틀에서는 예외가 아니었다. 강남벨트와 용산, 양천, 분당 등 전통적으로 새누리당 강세지역은 이번에도 새누리당 손을 들어줬다. 이 또한 진영싸움의 결과물로 봐야 한다. 따라서 한국정치를 양분화 시키는 진영논리, 이념과 지역이 이번 역시 괴력을 발휘한 셈이다.

불과 두어달 전만 하더라도 새누리당 의석수는 과거 탄핵정국에서 치른 17대 총선 때의 121석 정도만 나와도 선전이라고 봤다. 민주통합당 압승 분위기가 뚜렷했고 야권연대까지 가시화되는 시점이어서 잘만 하면 민주당 단독 과반도 가능하리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게다가 이명박 정부의 측근비리가 줄줄이 터져 나왔고, 그 후엔 민간인 불법사찰 의혹까지 불거지자 여권에서도 “이제 총선은 끝났다”는 기류가 완연했다.

선거는 상대가 있는 일종의 게임이다. 내가 못해도 상대가 더 못하면 내 잘못은 시선에서 멀어질 수 있다. 그러나 나는 잘하고 있는데 상대방이 못하면 그 게임은 이미 끝난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과 민주당의 <프레임 전쟁>이 그랬다.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정권심판론을 피하기 위해 필사의 노력을 보였다.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이 터졌을 때 새누리당은 즉시 특검론을 주장하면서 정공법으로 나갔고 청와대를 엄호하지 않았다. 대신 새누리당은 민주당의 말 바꾸기, 나꼼수 김용민 후보의 막말 발언 등을 확산시키면서 민주당 심판론으로 맞섰다. 결과는 간단했다. 민간인 불법사찰에 정공법을 펴는 새누리당, 김용민 후보 막말 발언 앞에 어정쩡한 태도를 취하며 무책임한 태도를 보이는 민주당, 여기서 프레임 전쟁은 끝난 것이다. 국민은 새누리당이 아니라 정권심판론에 안주했던 오만한 민주당 지도부를 심판한 것이다. 프레임 전쟁에서 밀리고 막판에 진영대결이 복원된 배경도 바로 여기에 있다. 타오르는 정권심판론의 불씨를 살리지는 못할망정 스스로 찬물을 끼얹는 무능, 민주당 참패의 직접적인 배경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선대위원장은 ‘선거의 여왕’이라는 별칭에 어울리게 여권에서 가장 유력한 대선주자로 부동의 입지를 더 견고하게 다질 수 있게 됐다. 비박(박근혜) 연대의 대선주자를 꿈꿨던 정몽준 전 대표나 정운찬 전 총리, 김문수 경기지사 등의 입지는 더 어렵게 됐다. 문제는 야권이다. 당장 민주당이 계속 한명숙 대표체제로 갈 것인가부터 따져봐야 한다. 이미 결정적인 한계가 드러났다. 또 어정쩡한 태도를 취할지 두고 볼 일이다. 문재인 상임고문도 갈 길이 산 넘어 산이다. 자신은 당선됐지만 현역인 조경태 의원만 빼고 모두 탈락이다. 민주당 후보들이 그래도 선전했느니, 입지를 다졌느니 하는 말은 그야말로 과찬이다. 한마디로 부산은 물론이고 친노의 성지나 다름없는 김해에서도 완패했다. 문재인 혼자로는 박근혜를 당할 수 없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오는 12월 대선과 관련해 아주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하나 더 있다. 과반의석을 차지한 새누리당이 이끄는 19대 국회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하는 점이다. 정책쇄신에, 인적쇄신까지 게다가 당명과 상징색까지 바꾼 새누리당이 원내 과반정당으로서 이끌어야 할 19대 국회는 박근혜 위원장에게 아주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다. 과거의 한나라당처럼 밀어붙이기 일변도의 ‘힘의 논리’라면 19대 국회도 국민의 관심에서 멀어질 것이다. 덩달아 박근혜 위원장도 다시 위기를 맞을 것이다. 과거의 한나라당이 왜 쇄신을 했는지, 왜 당명까지 바꿨는지를 19대 국회에서 박근혜의 새누리당이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더 물러설 곳이 없는 야권의 정치적 입지를 고려한다면 19대 국회 초기도 매우 위태롭다. 이런 점에서 과반의석을 차지한 박근혜의 새누리당, 어쩌면 과반을 차지한 압승이 ‘양날의 칼’이 될 수 도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박상병 시사평론가

△1961년 출생 △인하대 정치학 박사 △인하대·상지대·성공회대 강사 △성균관대 국가전략대학원 초빙강사 △한국정당정치연구소 연구기획실장 △정치개혁시민연대 협동사무처장 △한국언론인연합회 이사(현) △KTV‘국정오늘’진행 △KBS1 ‘클로즈업 오늘’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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