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인사이드] ‘돈’욕심 조폐공사, 韓銀 코털 건드리다

입력 2012-04-03 08:58 수정 2012-04-03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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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영역확대 의욕 윤영대 사장 "한은서 기념주화사업 발목 잡아"

윤영대 한국조폐공사(KOMSCO) 사장의 최근 기념주화에 대한 발언이 관가에 화제다.

윤 사장은 지난달 27일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기념주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하고 싶지만 발행권이 있는 한국은행이 부정적이다”라고 토로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이 외부로 알려지자 한은이 발끈했다. 화폐 발행량과 그 이익률에 대한 전권을 한은이 가진 상황에서 한은을 향한 윤 사장의 작정한 듯한 말은 의외라는 반응이 많다.

◇“이대로는 안 된다”…매출 다각화 착수 = 윤 사장이 기념화폐에 대한 발언을 한 것은 근래 화폐사용이 줄자 누구보다 의욕적으로 조폐공사의 돌파구를 찾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윤 사장은 조폐공사가 ‘돈을 만드는 것’뿐만 아니라 ‘돈을 버는 것’으로 사업영역을 확대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조폐공사가 국내 화폐제조에 안주하는 일개 공기업이 아니라 화폐제조 및 위변조 방지기술 분야에서 세계시장을 선도하는 글로벌 선도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비전을 발표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한국은행(사진 위)과 조폐공사가 주화 발행을 놓고 이견을 보이고 있다. 조폐공사는 돈 만드는 본연의 업무 외에 돈을 벌수 있는 사업을 확대하고 싶지만 발행권을 갖고 있는 한은이 부정적이어서 못 한다는게 조폐공사의 견해다. 그러나 한은은 주화 수요가 없어서 발행에 반대할 뿐이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조폐공사 지난해 매출액 3688억원 중 해외시장의 비중이 3.5%에 불과하지만 10년 후인 2021년에는 30%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윤 사장이 언급한 기념주화 사업은 해외사업 확대를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는 “다른 나라 조폐공사들이 적극적으로 기념주화 사업을 하는 것처럼 우리도 자율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념주화 사업이 수익사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에 한은도 전향적으로 생각할 필요가 있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은 발끈…정면 ‘반박’= 하지만 이에 한은은 발끈했다. 한은 관계자는 “한은은 기념주화 사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매우 불쾌해 했다. 한은 때문에 기념주화 발행을 활발히 하지 못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것.

한은은 여러 가지 반박 근거를 제시했다. 지난해 기념주화를 2개 발행했으나 올해 8종까지 늘릴 계획이라는 것. 또 기념주화 예약접수 평균 경쟁률을 보면 1.3:1 정도 밖에 되지 않아 더 찍어내면 소화를 다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조폐공사는 관계자는 “외국의 다른 회사들처럼 기념주화 사업을 활발히 하고 싶은 욕심은 있으나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윤 사장의 진의가 잘못 전달된 부분도 있다”라고 한은의 반박을 순순히 인정했다. 이와 함께 “윤 사장의 발언이 알려지고 한은에서 굉장히 많이 항의해 곤란한 상황이다”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기념주화 사업을 두고 벌인 한은과 조폐공사의 논쟁에서 한은이 완승한 것이다.

◇영원한 갑을 관계 한은-조폐공사 = 조폐공사가 최고 우두머리인 사장의 발언임에도 이렇게 쉽게 꼬리를 내린 이유는 우선 한은과 조페공사는 구조적으로 갑을 관계라는 점이다. 기획재정부 산하 공공기관인 조폐공사가 재정부보다 한은에 더 쩔쩔매는 이유는 조페공사 매출의 상당액이 한은에 의해 좌우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조폐공사 매출액의 50% 이상이 화폐사업에서 나온다.

특히 한은은 조폐공사가 제조할 화폐의 발행량은 물론 제조에 따른 이익률에 대한 결정권도 가지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한은은 화폐를 발행한 조폐공사에 원자재 가격과 시간당 임금에, 국내 산업이익률 평균 등을 고려해 영업이익이 날 수 있도록 ‘플러스알파’를 지불한다.

플러스알파를 결정하는 기준을 공개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조폐공사의 이익은 한은의 입김에 따른 것이다. 또 한은은 실제 그렇게 하지는 않고 있지만 얼마든지 경쟁입찰을 통해 국내 조폐공사 외에 외국기업으로부터 아웃소싱 할 수도 있다.

통계청장,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 등 정부 부처 요직을 역임한 윤 사장이 공기업인 조폐공사로 온 이후 가장 달라진 점에 대해 “공기업 사장으로서 이윤 내야하기 때문에 여기저기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을의 입장이 된 것”이라고 속내를 얘기한 것도 이런 맥락으로 풀이된다.

윤 사장이 기념화폐 사업까지 거론한 절박함에는 우리나라 경제환경 변화에 따른 위기감도 작용했다. 신용카드 사용과 전자결제 증가, 고액화폐인 오만원 발행 등으로 주력사업인 국내 화폐발행 물량이 급속히 줄었다. 이에 따라 별다른 어려움 없이 경영해왔던 조폐공사는 구조적으로 조직을 축소해야 하는 위기에 맞닥뜨린 것이다.

실제로 조폐공사가 2008년 동전 지폐 등 은행권과 수표를 제작한 규모가 각각 17억1000만장, 10억8800만장이었으나 지난해에는 4억1000만장, 5억6000만장에 그쳐 3년 만에 각각 23.9%, 51.4%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해 창립 60주년을 맞은 조폐공사가 역대 가장 큰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윤 사장이 ‘말실수’를 했지만 그의 다각화 노력은 시의적절하다는 평이다.

이 밖에도 조폐공사는 축적된 위변조방지 기술을 활용해 복사가 불가능한 제지, 명품과 짝퉁을 구별하기 위해 금속에 새기는 QR코드(바코드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담을 수 있는 격자무늬의 2차원 코드) 기술 등을 개발했으며 이를 수익사업에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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