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밸리 24시] 그린 IT로 '매출 1조 강소기업' 도전

입력 2012-04-0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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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부품 제조업체 성호전자

성호전자 박환우 대표는 요즘 쉴 틈이 없다. 필름콘덴서, 전원공급장치 분야에서 절대적 강자로 부상한 것도 모자라 새로운 성장을 위한 먹거리를 찾았기 때문이다. 그는 전기자동차, 태양광, LED 조명분야의 그린 IT부품 사업으로 중견기업으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지난 1973년 일본의 앞선 기술력과 한국의 값싼 노동력을 경쟁력으로 내세우며 설립된 성호전자. 40년 동안 필름콘덴서, 파워서플라이 등 전자 부품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업으로 성장했고 2002년 코스닥 상장을 거쳐 최근에는 중견기업으로의 성장을 준비하고 있다. 불황 때 핵심기업이 나온다는 박 대표는 위기를 기회로 삼아 성호전자의 발전을 이끌었다.

◇ 성호전자 오기까지 15년을 준비했다 = 박환우 대표와 성호전자의 인연은 약 2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80년대 후반 한국수출입은행 근무 시절 성호전자 창업주 박현남 회장과의 만남으로 일생 일대의 전환점을 맞게 된다. 당시 무역을 담당하며 은행에 자주 방문하던 박 회장은 자연스럽게 박 대표를 접하며 그의 ‘사업적 끼’을 발견한다.

박 대표는 “기업 비즈니스에 관심이 많았던 나는 은행 업무를 알고자 했던 박 회장과 처음부터 잘 통했다”며 “지속적으로 교류가 이뤄지던 어느 날 박 회장이 향후 회사가 커지면 반드시 와달라는 제안을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박 회장이 그를 지목한 데에는 업무 능력 뿐 아니라 16살 나이에 이미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경험한 사업 수완도 한몫 했다.

박 회장의 제안 이후 박 대표는 무려 15년 간이나 사업 준비를 했다. 노조가 회사 경영의 근본이라는 판단 아래 1994년부터 2년 간 노조위원장을 지냈고 요직과는 거리가 먼 중소기업 관련부서로 지원하기도 했다. 심지어 지난 2002년 상장이후 재무관리를 도우며 간접적인 CFO 역할도 해냈다. 십 수년 간의 철저한 준비 끝에 2003년 박 대표는 드디어 성호전자의 사령탑으로 변신했다.

◇ 2가지 해법 제시, 2번의 성장통 = 박 대표는 취임 하자마자 자금 조달에 매달렸다. 뛰어난 기술로 회사를 키우려면 설비 자금과 해외투자비용이 필요했다. 그러나 그는 ‘무조건 조달하고 보자’가 아닌 ‘안전한’ 법칙을 세워 리스크 관리를 택했다.

▲성호전자 박환우 사장이 20일 오후 서울 금천구 가산동 사무실에서 이투데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사진 = 고이란 기자 )
박 대표는 “외화 투자는 반드시 외화로 빌리고 중국 투자 등 이익이 불확실한 경우 이자가 나가는 은행이 아닌 직접 금융 방식을 택하는 등 적절한 방법으로 자산부채를 관리했다“며 “결과적으로 회사 규모가 늘어나면서도 재무 안정성을 가지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박 대표도 성장통을 피할 수는 없었다. 기술의 변화가 가장 빠른 전자분야 부품을 생산하다 보니 그 속도를 따라가기가 버거웠다. 이 과정에서 2번의 위기가 찾아왔다. 우선 ‘배불뚝이’ 브라운관(CRT) TV에서 LCD 등의 평판TV로 넘어가는 2000년대였다. 전자제품 진화와 함께 부품도 이를 따라가야 했다. 고객사였던 삼성, LG도 평판TV 부품에 대한 요구사항도 상당히 까다로워졌다.

그럼에도 성호전자는 ‘위기를 기회로 이용’해 살아남았다. 박 대표는 “문 닫는 업체들의 기계를 모조리 흡수해 2006년 캐파(capa)를 늘렸더니 마침 평판TV 대중화가 당겨졌다”며 “시장에서 버티니 결국 기회는 왔다”라고 말했다.

호재도 잠시, 차세대 평판 디스플레이 OLED(유기 발광 다이오드)가 떠오르면서 또 다시 성호전자에 그림자가 드리웠다. 유럽 재정위기 까지 몰아닥쳐 위기는 불가피했다.

2번의 위기를 겪으며 성호전자는 대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독립 전략을 펼치기 시작했다. 박 대표는 “삼성, LG에 의존하며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독립적 성장을 위해 납품 매출 비중을 줄이려고 노력했다”며 “방안 중 하나가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이었다”고 말했다.

◇ 중국 내수 및 유럽 신시장 공략 = 최근 성호전자가 국내 생산설비 일부분을 중국 산동공장으로 이전시켰다. 광동, 산동에 이미 진출해 있는 성호전자는 중국 내수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유럽 등 신시장 개척에도 적극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중국 산동법인은 현재 월 6500만개의 필름콘덴서를 양산하고 있으며 870명의 직원이 종사하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법인을 확대하며 생산기지 삼원화 시스템을 가동시켰다. 우선 국내 본사에는 120명의 핵심 인력만을 꾸려 기술개발(R&D), 고부가가치 제품 생산에만 집중하고 중국 산동법인은 필름콘데서 소재 및 파워 원재료를 생산한다.

산동법인은 현재 월 6500만개의 필름콘덴서를 양산하고 있으며 870명의 직원이 종사하고 있다. 광동법인 직원 470명까지 합하면 중국 직원만 무려 1400명에 달한다.

중국 현지화 전략을 위해 박 대표는 이공계 출신 중국인 전문가를 15명 가량도 채용했다. 이들은 한국에서 3년~5년간 유학생활을 경험한 현지인으로 전문 관리자로 양성하겠다는 전략이다.

또 2000년 설립된 광동법인은 향후 생산기지로서 중국 남부와 유럽 및 동남아 지역 등의 해외 시장 판로 개척 역할을 전담할 계획이다.

일본과 대만은 이미 진출한 상태다. 지난해 무라타를 비롯한 주요 일본 부품업체 3군데와 LED 조명용 콘덴서와 스위치방식의 전원공급장치 SMPS 공급 거래를 체결했다. 대만도 주요 수출국 중 하나다. FSP, 라이트온 등 주요 조립업체들과 2009년부터 부품 수출계약을 체결, 지난해는 358만 달러의 수출 실적을 기록했다.

◇ 글로벌 중견 그린IT 부품으로 도약 = 성호전자의 궁극적 목표는 중견기업으로의 도약이다. 가능성은 이미 가시화되고 있다. 최근 ‘매출 1조 강소기업’을 키우기 위해 지식경제부가 진행하고 있는 ‘월드클래스 300’ 1차 서류전형에 합격했다. 5년간 매출 성장률 15% 이상, 매출 대비 R&D 투자비율 3% 이상 등의 까다로운 조건들을 모두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는 수출입은행 ‘히든챔피언’, 한국거래소 ‘히든챔피언’, 정책금융공사 ‘KoFC 프론티어 챔프’에 동시에 선정되기도 했다.

성호전자가 중견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내 건 모토는 ‘수출 중심 글로벌 그린 IT 부품 전문기업’이다. 이를 위해 △중국 내수시장 개척 △기존품목 해외시장 확대 △신규품목 해외시장 개척 등을 중장기 목표로 삼았다. 신규품목 개척에 대해 박 대표는 “필름콘덴서, 전원공급장치 등의 전자부품을 전기자동차, 태양광, LED 조명 등 그린 IT 분야로 확대 적용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중견기업으로 도양하기 위해 박 대표가 고민한 부분은 내부 역량 확충이다. 이에 고급 연구 인력을 꾸준히 확충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 본사 기준 기술개발인력은 41명으로 무려 34%나 된다.

평균 근속년수 10년이 넘는 성호전자는 우수한 인재를 자산으로 삼고 글로벌 중견기업으로 열심히 도약하고 있다. 박 대표는 “올해 매출 목표는 1350억원”이라며 “향후 10년에는 매출액 1조 달성이 가능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글로벌 전자 부품회사로 거듭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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