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벚나무는 가렵다

입력 2012-03-21 08:57 수정 2012-03-22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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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현근 금감원 국장

쭈글쭈글한 주름 사이로

거친 풍상 헤쳐 온 평생이 보인다

눈 비 맞을수록 마음은 한 자나 자라서

곁가지 하나 더 밀어올린다

싹 틔우고 꽃피고 이파리 질 때까지의 공정은 그의 임무

그러나 노동의 대가로 받은

거무튀튀한 외투 한 벌만 그의 전 재산이다

늘 같은 자리에서

지문이 닳도록 한가지 생각만 해 온 늙은 홀아비

봄바람에 두꺼운 등짝이 가렵다

부스럼 많은 시절은 누가 긁어주나

저기 낮게 피는 꽃

저기 낮게 흔들리는 바람

花르르, 튀밥같은 하얀 웃음이 한 소쿠리 퍼진다

홀아비의 사랑은 사랑 아니냐고

오래 생각해 둔 궁리인 듯 지금 꽃멀미중이다

뜨거운 고백을 엿듣기 위해

서둘러 돗자리부터 까는 사람들

빈 잔에 술을 붓고 꽃잎의 투신을 기다린다

그립다고

함부로 긁지 마라

홀아비꽃아, 너도 원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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