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타임 전문가 칼럼]사물함속에서 울고 있는 아이

입력 2012-03-15 1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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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진 아빠학교장
5년 전, 대형마트에서 물건을 구입하고 나오려는데 한 아이가 울고 있다. 자세히 보니 그 아이는 4단으로 된 사물함 맨 밑에서, 몸은 안으로 들어가 있고 얼굴을 내밀며 눈물을 뚝뚝 떨어트리며 울고 있다.

그리고 그 앞에는 엄마가 서서 아이에게 화가 난 목소리로 나오라고 채근을 한다. 그러나 아이는 나오지 않겠다며 저항의 표시로 울고 있다. 그 상황이 하도 민망하여 그 어머니에게 다가가서 신분을 밝히고, 아이에게 1분만 있을 수 있게 허락을 해준다면 도움이 된다는 팁을 주고 집으로 발길을 돌렸다.

딸이 어릴 때, 라면박스가 집에 있으면 그 안에 들어가길 좋아했다. 그러면 끈을 달아 박스썰매를 태워주곤 했다. 해외 출장을 가려고 큰 가방을 꺼내면 그 안에 들어가고 싶다고 하여 거실에서 바퀴달린 가방을 밀며 자동차 놀이도 했다.

또한 이불장을 열면 어느 틈엔가 그 안에 쏙 들어가서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결국 나오라고 몇 번을 채근해야 겨우 나온다.

집안에 제사가 있어 저녁에 준비를 하려고 교자상을 펴면 그 밑으로 통과하기를 여러 번 반복하기도 한다. 왜, 아이들은 항상 좁은 공간에 들어가길 좋아할까? 그 이유는 태아본능에 있다. 아이에게는 엄마의 뱃속에서의 기억이 아직도 강력하게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럼 엄마의 뱃속을 살펴보자. 우선 공간이 정말 비좁다. 겨우 손과 발을 조금씩 움직일 수가 있을 정도다. 하지만 매우 편하다. 또한 그렇게 밝지 않고 약간 어두운 편이다.

하지만 외부에서 들리는 소리는 잘 들을 수가 있다. 아이는 그 곳에서 1년 가까이 있었으니 향수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바로 영유아와의 놀이에서 태아본능을 이용한 놀이를 한다면 실패가 거의 없다.

아이에겐 늘 익숙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웰빙놀이란 무엇인가? 바로 태아본능을 이용한 놀이로서 박스집과 같이 아빠가 만들어준 놀이터로서 아이가 스스로 놀 수 있는 놀이기구다.

박스집을 처음 만들어 준 것은 17년 전, 딸이 3살 때였다. 처음에는 그저 라면박스에 개구멍을 뚫어주었다. 그러면 누가 시키지 않아도 그 곳을 들어갔다 나왔다를 반복한다.

이에 아이의 취향을 간파하고 좀 더 큰 박스를 이용하여 집을 만들었다. 그랬더니 그 집을 보고 냉큼 들어가지 않고 반대로 자기 방에 간다. 순간, 아이가 싫어하는 줄 알았다. 그러나 1분 후, 자신의 베게와 이불을 질질 끌고 나온다.

그리고 그 속에 들어간다. 조금 후엔 동화책을 가지고 오더니 그 속에 들어간다. 아예 거기서 책도 보고 있다. 또한 얼굴을 내밀고 자랑을 한다. 아이의 출입이 잦은 관계로 몇 칠이 지나자 박스 입구가 너덜너덜한 상태로 변했다.

그래서 정말 아이가 박스집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았다. 그래서 그 후에는 튼튼한 이중박스를 몇 개를 구해서 커다란 개집처럼 박스집을 만들었다. 아이는 너무 좋다고 환호성이다.

이제는 아예 그 곳에서 살림을 차렸다. 이불과 베게는 물론 장난감과 인형, 동화책도 갖다 놓았다. 그리고 밤이 되어도 자기 방에 가지 않고 그 곳에서 잠을 잔다. 그 곳에서 10일 간 잠을 잔 기록도 있다.

딸을 위한 박스집을 만들다보니 진화는 가속화되었다. 그래서 7년 전에는 회원들과 함께 50가족이 동시에 박스집을 만들었으며, 5년 전부터 여러 백화점문화센터에서 하루에 50가족씩 100가족, 이틀에 200가족이 박스집을 만드는 행사를 여러 번가졌다.

많은 사람들이 신청을 했으며 호평을 받았다. 대박이었다. 이젠 만드는 과정도 안전해졌으며 정교해졌다. 박스집을 만들 때는 오직 아빠와 엄마가 만든다. 그 이유는 칼을 사용하기에 안전을 위하여 아이와 함께 만들지 않는다.

그리고 아이들은 반대편에서 박스조각에 나무, 구름, 토끼, 자동차 모양의 박스에 색칠을 한다. 그리고 완성을 하면 박스집에 합체를 한다. 마지막으로 문패에 글씨를 아빠와 아이가 함께 쓰고 붙이면 완성이다.

이 집은 바로 엄마와 아빠와 아이가 함께 만든 집이다. 이젠 박스집을 접어 이동할 수 있다.

박스집 행사를 여러 번 하다 보니 이를 지켜 본 아들에게 영향을 주었고 집에서 새로운 집을 창조했다. 아들이 5학년 때, 거실에서 식탁의자 5개를 적당한 간격을 두고 그 위에 얇은 이불을 덮었다. 그 모양이 집시집 스타일이다.

그리고 그 밑으로 기어서 들어가고, 기어서 나온다. 그러더니 몇 칠 뒤, 이불 몇 개를 끈을 사용하여 묶어서 통풍과 채광이 될 수 있게 덮는다. 이제는 밖에서 그 안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아이는 자신만이 알수 있는 출입구를 만들었다. 이젠 잠도 그 속에 잔다. 하도 궁금해서 그 안에 들어갔더니 제법 공간이 넓다. 채광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이불이 얇아서 책도 볼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그렇게 한 달 정도를 그 곳에서 생활을 했다.

이제 웰빙놀이의 종류를 살펴보자. 집의 종류로서 식탁집이 있다. 만드는 과정은 다음과 같다. 우선 식탁 위에 모든 물건을 치우고 얇은 이불 2장과 빨래집게가 있으면 된다.

이불을 십자가 모양으로 덮은 후 이불 사이는 집게로 집으면 완성이다. 특히 자매가 있다면 더욱 좋아한다. 둘이서 그 속에서 책도 읽고 잠도 잔다.

만일, 어둡다면 랜턴을 준비한다. 단점이라면 식사 시간에 식탁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또한 의자집도 같은 스타일로 만들면 된다. 건조대집도 있다. 빨래를 말리는 건조대는 A자 모양이다.

그 위에 이불 2개를 덮으면 금방 집이 된다. 금방 만들 수 있는 우산집도 있다. 거실 구석에서 우산 2개를 줄로 묶으면 금방 완성된다. 공간이 좁다는 단점이 있다. 공간이 넓다면 박스성을 만들 수 있다.

다양한 박스 20개를 케이블 타이로 연결하여 성을 만든다. 물론 그 속에서 이동을 할 수 있게 구멍을 만들어야 한다. 박스를 준비하는 시간도 많이 필요하고 난이도가 높고 또한 많은 시간이 들지만 아이들이 너무 좋아서 패닉상태가 된다.

박스성 개구멍도 있다. 박스 10개 정도를 성벽과 같이 쌓은 후, 아이가 통과할 수 있는 구멍을 만들면 된다. 무너지지 않게 케이블타이를 사용하여 고정시킨다.

아이들은 그 곳을 통과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지만 그 이유를 알 필요는 없다. 박스터널통과는 우선 5개의 박스를 연결하여 고정 시키면 하나의 긴 터널이 된다.

그리고 아이들이 그 속을 통과하면 된다. 이 놀이를 할 때 엄마와 아빠가 양손으로 박스를 북소리처럼 둥둥둥 쳐주면 더욱 좋아한다.

아빠들에게 놀이란 아이와 항상 신체접촉이 있어야 놀았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그런 놀이를 하려다보면 고와 스톱을 몰라서 아빠들이 쉽게 지치기 쉽다.

그래서 아이가 놀아달라고 할 때, 쉽게 놀아주고 싶은 마음이 적어진다. 이제 아빠들에게 아이와 놀아주지 않으면서도 아이와 놀 수 있는 놀이가 있다. 바로 웰빙놀이다.

이제 이 놀이를 알면 놀이가 어렵다는 관념은 편견이란 사실을 금방 알게 된다. 또한 박스집을 만들어주었다면 그 것이 곧 아이를 사랑한다는 증거이다.

아이 역시 표현을 하지 않아도 아빠가 직접 만들어주었음을 알고 있다. 그래서 아이는 아빠가 다른 놀이를 하지 않아도 아빠를 보는 시선이 따뜻하다.

이제, 아이와의 놀이에 발상의 전환을 해보자. 웰빙놀이를 해보자. 아이 스스로 놀게 해보자. 그저 박스를 구해서 집을 만들어보자. 그러면 아이와의 행복은 더욱 커질 것이며 웃음소리는 거실에 가득찰 것이다.

-글:권오진/아빠학교 교장

-"놀이가 최고의 교육입니다" 키즈타임(www.kiztim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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