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인문학'열풍]보험회사가 내건 광화문 '감동 쉼표'

입력 2012-03-14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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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생명 1991년 1월 첫선…기업홍보서 희망메시지로 따뜻함 전달하는 '거리명물'

수 많은 사람들이 바쁘게 오가는 서울 광화문 네거리. 회색빛 고층빌딩과 번잡함에 바뀌는 계절을 느끼기도 힘든 이 거리에 철따라 옷을 갈아입으며 시민들의 마음을 다독여 주는 희망의 메세지가 있다.

교보생명 건물 정면에 가로 20m, 세로 8m의 크기로 내건 ‘광화문 글판’이다. 광화문 글판은 1991년 1월,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제안으로 서울 광화문 사거리에 처음 얼굴을 내밀었다.

당시 첫 문안은 '우리 모두 함께 뭉쳐 경제활력 다시 찾자’였다. 이처럼 초기의 문안은 구호, 계몽적 성격의 직설적인 메시지가 주로 담긴 표어와 격언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1997년말 IMF 외환위기가 닥치면서 고통과 절망을 겪는 이들이 많아지자 신 창립자는 "기업 홍보는 생각치 말고, 시민들에게 위안을 주는 글판으로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일찌기 인문학의 중요성을 깨닫고 있었던 신 창립자의 선견지명이었다. 금융권 탐욕, 특히 보헙업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지금 교보생명의 광화문 글판이 그 어느때 보다 큰 의미로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듬해 봄 고은 시인의 '낯선 곳'에서 따온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라는 문안이 걸리면서 드디어 광화문 글판에 시심(詩心)이 녹아들었다.

이후 광화문 글판은 시민들의 가슴에 남는 명작을 남기기 시작했다.

IMF 외환위기로 암울했던 1998년 겨울에 게시된 ‘모여서 숲이 된다 나무 하나하나 죽이지 않고 숲이 된다 그 숲의 시절로 우리는 간다’(고은 창작)는 전국민의 희망가가 됐다.

신 창립자의 정신은 이후 신창재 회장에게로 이어졌다. 신창재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해 경영혁신을 시작한 2000년 5월에는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고은 ‘길’)로 교보생명의 각오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시심을 통해 드러내기도 했다.

지금까지 광화문 글판을 장식한 작가들에는 고은 시인, 김용택시인, 도종환·정호승·정현종 시인과 유종호 평론가 등과 같은 국내 작가는 물론 공자, 헤르만 헤세, 알프레드 테니슨, 파블로 네루다 등 동서고금의 현인과 시인 40여명의 작품이 광화문 글판으로 재탄생했다.

광화문 거리에서 피어난 시심은 을지로에도 퍼져나갔다. 지난 2009년 우리은행 본점 건물에 글판이 걸리기 시작한 것이다.

삭막한 도시 한복판에서 우리들의 따뜻한 마음을 나누고 사랑과, 소망, 행복을 기원할 수 있는 작은 힘이 되고 싶어 시작했다는 우리은행 글판시는 이제 을지로 거리의 명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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