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거품 되는 뉴타운]20년 기다렸는데 vs 내집 냅둬…'진퇴양난'

입력 2012-03-0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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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다한 기반시설 설치부담금 소유자 아닌 거주자 중심 재편…정부 재원부담 없인 유명무실

▲서울시의 소형주택 비중 관련해 논란을 빚고 있는 서울 강남구 개포동 개포 주공 4단지 아파트.
“주민 75% 이상의 동의를 얻어 조합을 설립하고 재개발을 추진하고 있는데, 일부가 반대한다고 해서 또 다시 실태조사를 벌인다니 이게 도대체 어느 나라 법인가.” (한남뉴타운3구역 주민)

“전 재산을 모아 장만한 집에서 열악한 환경을 버텨내면서 20여년 동안 재건축 되기만을 기다렸다. 이제 와서 주민들의 소망을 무참히 짓밟아도 되나.” (개포주공1단지 주민)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이 꺼내든 뉴타운 출구전략에 대해 볼멘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서울시의 ‘뉴타운ㆍ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은 소유자가 아닌 거주자 중심의 해결방안으로서 그 동안 뉴타운을 찬성해 온 주민들 또는 투자자들의 의견과는 상반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지녔다.

특히 뉴타운구역 지정이 해제되면 되찾을 길이 없는 매몰비용, 뉴타운 사업지구 내 집값 하락과 전세금 상승, 부족한 기반시설에 대한 대책 미흡, 강남·북 격차 고착화 등에 대한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 1월30일 발표한 '뉴타운·정비사업 신정책구상'에 따라 서울지역 뉴타운·재개발·재건축 대상 1300곳 중 절반가량이 사업 시행을 재검토하게 됐다. 사진은 서울 창신·숭인 뉴타운 모습.(사진=연합뉴스)
◇‘뉴타운 드림’ 어쩌다 이 지경까지 = 한때 뉴타운 사업은 많은 사람들에게 밝은 미래를 꿈꾸게 했다. 차량 한대도 지날 수 없을 만큼 좁고 구불구불한 도로와 다닥다닥 붙은 낡은 집이 초고층 아파트촌으로 변한다는 기대감은 순식간에 집값을 끌어올렸고 최고의 투자 상품으로 떠올랐다. 정치권에서는 민심을 잡을 수 있는 확실한 도구로서 여야할 것 없이 선심성 뉴타운 공약이 난무했다.

그러나 기대와는 달리 뉴타운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주민 반발의 가장 큰 원인은 과다한 기반시설 설치 부담에 있었다. 영세 가옥주는 기반시설 설치 분담금을 내고 나면 사업 이후 새로 지어진 집에 입주할 돈이 없어 결국 동네를 떠나거나 임대주택에 입주할 수밖에 없게 되는 상황이 펼쳐지면서 ‘부자’만을 위한 개발로 전락하게 된 것이다. 그런가하면 일부 조합 및 정비업체 등의 비리로 주민간 갈등이 심화되는 양상도 보였다.

그러다 뉴타운 문제는 최근 전세난과 맞물리면서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이주수요가 일시에 몰리면서 인근 전셋값이 급등했고, 저렴한 단독주택에 살던 세입자들은 쫒기 듯이 외곽지로 밀려나면서 전세난민이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일순간에 뉴타운은 서울시의 최대 골칫덩이로 전락했고, 이에 시는 박원순 시장 취임 후 ‘뉴타운·정비사업 신정책구상’을 발표했다. 소유자→거주자 중심의 개발, 전면철거→공동체·마을만들기로 중심축을 전환하고, 사람이 우선하는 도시개발을 핵심철학으로 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를 위한 선결과제는 그 동안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한 사업장의 ‘옥석 가리기’였고 시는 현재 사업 추진 중인 610개 구역에 대해 면밀한 실태조사를 거쳐 뉴타운 퇴출 사업장을 결정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그러나 시는 정작 가장 중요한 사항을 간과했다. 뉴타운 사업 추진 또는 해제를 위해 필요한 비용을 누가, 얼마나 지불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대책에 반영되지 못했다는 점이다. 정부와의 사전 조율 없이 재원 마련의 책임을 떠넘기려한 것 역시 성급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시는 정부에 재원분담을 요구했으나, 정작 정부의 협조여부가 불투명해 향후 방향을 가늠하기도 어렵다. 법개정과 재정분담에 대해 정부가 의견을 같이 하지 않을 경우, 서울시의 출구전략은 유명무실화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뉴타운 재개발 지역 지정 원천 해제를 촉구하기 위해 전국주거대책연합회원들이 지난 1월 서울 중구 태평로 서울시청 앞에서 피켓을 들고 집회를 벌이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재개발·재건축도 ‘올스톱’ 갈등 확산 = 뉴타운뿐 아니라 서울 각지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장들도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멈춰섰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바로 서울 강남의 대규모 재건축 단지인 개포지구. 지난해 말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개포 주공 2단지와 4단지를 비롯해 개포 시영아파트 등 개포동 지역 3곳의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을 잇달아 보류했다.

소셜믹스(부분임대 및 소형평형 확대) 관련 시와 주민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 승인 보류의 가장 큰 이유라는 게 조합 및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대다수 개포 주민들은 시의 소셜믹스 정책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칫 아파트 가치가 떨어질 수 있는 데다, 과도한 사유재산 간섭이라는 이유에서다.

더욱이 최근 서울시 도시게획위원회가 개포지구내 4개 단지에 대해 60㎡ 이하의 소형주택 비율을 기존 소형주택의 50%까지 확대할 것을 요구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장덕환 개포지구 재건축추진연합회장은 “소형주택 20%인 종전 정비계획안 외에 서울시가 요구하는 어떠한 수정안도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 “법정소송을 벌여서라도 원안을 관철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추진위원회 관계자도 “박 시장이 임대주택 8만호 건설 공약을 지키려고 행정폭력을 휘두르고 있는 것”이라며 “더 이상 우리는 어떠한 희생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개포 주민들은 강남지역 아파트 소유주들로서는 이례적으로 지난달 29일 서울광장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기도 했다.

이들은 8일 2차 집회에 이어 16일에는 뉴타운 주민들과 공동으로 대규모 집회를 열 예정이다. 주거환경연합 등에 따르면 16일 집회에는 200여개 이상의 구역에서 1만여명 이상의 시민이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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