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정곤의 企와 經]재벌개혁은 재벌 스스로

입력 2012-03-0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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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정곤 산업부 팀장

총선과 대선이라는 양대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이 던진 우리 사회의 당면 화두는 재벌개혁이다. 그 의도야 언급할 필요도 없이 뻔 하지만 재벌개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을 타고 있다.

재계도 상황을 일정 정도 받아들이고 있다. 다만 그 내용과 강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을 뿐이다. 또 외환위기 이후 정치권의 잦은 개입에 불만을 감추지 못한다.

그러나 이번의 정치권 발 재벌개혁은 재벌 스스로 자초한 측면도 없지 않다는 게 재계 일각의 지적이다. 몇 차례 경제위기를 겪으며 구조조정을 통해 사업군을 정리한 재벌그룹들이 최근 들어 다시 문어발 확장에 나서면서 반감을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사업 확장이 왜 문제시되느냐고 반문할 수 있다. 답은 스스로 골수 자본주의자라고 말하는 하워드 블룸 뉴욕대 교수가 대신한다. “자본주의를 움직이는 동력은 현금도, 시간도, 정치도 아닌 인간의 감정이다.”

400여 년의 역사를 가진 자본주의는 수차례 위기를 겪으며 끝없이 수정되며 발전해 왔다. 이때 자본주의를 수정한 이들은 사회주의자도, 공산주의자도 아닌 자본주의자 자신들이었다. 파괴하려는 ‘인간의 감정’에 맞서 스스로 수정과 발전을 반복해 온 것이다.

수혜대상을 일부계층에 국한하지 않고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보편주의의 원리를 채택하고 있는 영국의 사회복지 제도는 대표적인 사례다. 2차 세계대전 종전을 전후해 윈스턴 처칠 수상은 영국을 대표하는 경제학자 존 메이너스 케인즈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아 이를 제도화했다. 사회주의적 색깔이 진한 사회복지 제도가 자본주의자에 의해 자본주의 안에 정착한 것이다. 전쟁으로 기아에 허덕이던 국민의 폭동 방지가 주된 목적이었다. 자본주의는 정체된 제도가 아니라 위기를 겪으며 스스로 모순을 수정하며 발전하는 제도라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재벌개혁도 마찬가지다. 재벌 집중화가 문제시된다면 이를 수정해야 하는 이유는 자본주의가 타도와 전복의 대상이 아니라 수정을 통해 발전하는 제도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재벌집중화에 대한 비난여론이 비등할 당시 모 재벌그룹은 선제방어를 검토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협력업체 임직원에 대한 본사 기준의 처우개선과 자영업자 지원 및 협력 프로그램 그리고 오너에 의한 사회적 기업 육성 등이 포함된 혁신적인 상생 경영 프로젝트가 그것이었다.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빛을 보지 못했다. 먼저 나설 이유가 없다는 내부 반발에 부딪쳤던 것이다.

스스로 개혁하지 못하면 개혁당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자본주의가 자본주의자들에 의해 수정되며 발전해 왔듯이 재벌그룹도 자신들에 의해 수정과 발전을 반복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외부의 힘에 의해 개혁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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