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푸틴 반대 vs. 지지, 모스크바서 대규모 시위

입력 2012-03-06 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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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푸틴 퇴진, 조기대선”· 여권 “푸틴 승리 지켜내자”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선거 승리에 항의하는 야권 시위가 5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렸다. 모스크바/AFP연합뉴스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가 푸틴 지지와 반대 함성으로 넘쳐났다.

여당 후보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의 선거 승리에 항의하는 야권 시위와 이를 지지하는 여권의 시위가 대선 다음날인 5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동시에 열렸다.

야권은 대선의 불공정성을 주장하며 ‘푸틴 총리 퇴진’과 ‘조기 총선과 대선 실시’를 요구했다.

반면 여권은 ‘푸틴 승리 사수’를 외쳤다.

야권 시위에서는 경찰의 해산 명령을 따르지 않거나 불법 시위를 벌인 참가자 수백명이 체포되기도 했다.

현지 리아노보스티·인테르팍스 통신 등은 이날 저녁 7시부터 모스크바 시내 크렘린 궁 북쪽 ‘푸슈킨 광장’에서 야권의 대규모 항의 집회가 열렸다고 보도했다.

지난해 12월 총선 이후 선거 부정 항의 시위를 벌여온 자유주의와 민족주의, 좌파 등 3개 야권 진영이 대선 이후 처음으로 개최한 연대 집회였다.

경찰 추산 1만4000명, 주최측 추산 2만명의 집회 참가자들은 “푸틴없는 러시아”를 외쳤다.

집회 시작 30분 전부터 광장은 야권 지지자들로 가득찼다.

경찰은 낮부터 집회 장소인 푸슈킨 광장 인근으로 120여대의 버스와 트럭으로 경찰과 내무군 병력을 실어 날라 집회장 주변을 완전히 에워쌌다.

근처 지하철역과 지하보도 등에도 경찰들이 배치됐다.

이날 집회에선 자유주의 성향의 야권 정치 조직 ‘국민자유당(PARNAS)’의 공동 의장 보리스 넴초프와 블라디미르 리슈코프, 자유주의 정당 ‘야블로코당’의 세르게이 미트로힌 당수, 민족주의 성향의 알렉세이 나발니 유명 블로거, 세르게이 우달초프 좌파 지도자 등 재야 야권 지도자들이 연설했다.

리슈코프 의장은 “야권은 조기 총선과 조기 대선 실시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권이 주관한 선거는 광대극이고 우리는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자유와 정의에 기반을 둔 평화적이고 비폭력적인 투쟁을 계속할 것”이라며 “푸틴이 물러나지 않는 한 푸슈킨 광장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선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해 3위 득표를 한 재벌 출신 후보 미하일 프로호로프도 연단에 올라 “나는 야당이고 내가 대안”이라며 “자유로운 나라를 만들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유주의 성향의 야권 지도자 가리 카스파로프는 “정권은 석유와 예산만을 훔쳐간 게 아니라 러시아인의 영혼까지 훔쳐갔다”며 “러시아는 푸틴이 없을 때만 위대해 질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어제 저녁 지지자들의 집회에서 푸틴이 흘린 것은 눈물이 아니라 보톡스였다”며 “러시아의 지도에서 보톡스의 웅덩이를 지워버리자”고 호소했다.

뒤이어 연단에 오른 나발니 유명 블로거는 “여기에 있는 우리가 권력이고 푸틴은 권력을 찬탈한 도둑놈이다”면서 “우리는 평화로운 시민 불복종 운동을 벌일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는 앞서 지난해 12월 총선 이후 벌어졌던 야권의 대규모 항의 시위 때와는 달리 큰 혼란 속에 끝이 났다.

혼란은 저녁 9시 무렵 본집회가 끝나고 집회 참가자 대다수가 해산하고 난 뒤 좌파 지도자 우달초프와 중도좌파 정의 러시아당 의원 일리야 포노마료프가 광장을 떠나지 않을 것이라며 지지자들도 자신들을 따를 것을 촉구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광장에 텐트를 치기 시작했고 수 천 명의 지지자들은 “우리는 떠나지 않을 것”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호응했다.

경찰은 우달초프가 사람들을 선동하고 있다며 해산을 종용했으나 시위 참가자들은 듣지 않았다.

이에 경찰은 대 테러부대인 오몬 요원들을 동원해 체포에 들어갔다.

시위 참가자들은 “폭력을 중단하라”고 외치며 저항했다.

이 과정에서 야권 지도자 우달초프와 나발니, 자유주의 성향의 일리야 야쉰 야권 지도자 등이 체포됐다.

야쉰은 독립방송 도즈드TV와 전화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평온히 있는데 갑자기 경찰이 쳐들어와 발로 차고 옷을 찢었다”고 전했다.

또 집회 후 푸슈킨 광장에서 북쪽으로 이어지는 트베르스카야 거리로 이동해 가두행진을 벌이던 수백명의 시위 참가자 가운데 일부도 경찰에 연행됐다.

크렘린궁 주변을 에워싸고 인간띠 시위를 시도하던 일부 시위대도 경찰에 체포됐다.

크렘린 인근 류반카 광장에서 허가받지 않은 시위를 벌이려던 에두아르드 리모노프 좌파 야권 지도자와 약 50명의 추종자들도 경찰에 체포했다.

이날 시위 과정에서 체포된 야권 지지자는 모두 50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경찰은 모스크바에서 250명,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300명을 각각 체포했다고 발표했다.

▲친 크렘린계 청년 조직 ‘나슈’가 조직한 푸틴 지지 시위가 5일(현지시간) 저녁 6시부터 크렘린궁 바로 옆 마네슈 광장에서 열렸다.

한편 친 크렘린계 청년 조직 ‘나슈’가 조직한 푸틴 지지 시위는 이날 저녁 6시부터 크렘린궁 바로 옆 마네슈 광장에서 열렸다.

전날 대선 직후 열린 여권의 푸틴 지지 집회 이후 두 번째 시위였다.

참가자들은 하루 전 대선에서 압승을 거둔 여당 후보 푸틴 총리를 지지하기 위해 모였다며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 깃발과 푸틴의 초상화, ‘우리의 대통령은 푸틴이다’는 등의 구호가 적힌 플래카드를 흔들었다.

집회에선 통합 러시아당 간부·체육계·노조 대표 등이 연설했다.

연단에 오른 연사들은 푸틴이 대선에서 60%대 이상의 득표율로 압도적 승리를 거뒀다며 푸틴의 승리를 지켜내자고 외쳤다.

경찰은 이날 여권 집회에 1만5000여명이 참가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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