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댈곳 없는 국내 증시에 중국 마저 등을 돌리는 걸까. 5일 국내 증시는 유럽도 유럽이지만 믿었던 중국에 대한 기대감에 상처를 입었다. 이날 시장은 중국의 국내총생산(GDP) 하향 소식에 겁을 집어먹었고 큰 폭의 조정을 받았다. 견조한 매수세를 보였던 외국인조차 '팔자'로 돌아서길 주저치 않았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8.57포인트(0.91%) 떨어진 2016.06을 기록했다. 개장초 순매수로 출발한 외국인은 중국發 소식 이후 매도세로 돌아섰고 결국 583억원 순매도로 이란 거래를 마쳤다. 외국인은 선물시장에서도 대거 매도에 나서면서 프로그램 매물 출회에 악영향을 미쳤다.
◇중국 경착륙하나?
이날 외신에 따르면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 개막에 앞서 올해 중국의 GDP 성장률 목표치를 7.5%, 인플레이션 목표치를 4%로 잡았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설정한 올해 경제성장 목표치인 8%보다 0.5%포인트 낮은 것으로 2004년 이래 최저치다. 지난해 중국의 실제 경제성장률은 9.2%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 발표 가능성은 낮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 성장률 목표치 하향 조정은 정책당국의 보수적인 경기 인식을 반영함과 동시에 양적 성장보다는 어느 정도 경기 둔화를 용인하면서 내수 확대를 통한 질적 성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김광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가 전인대 기간 동안 2009~2010년과 같은 대대적인 경기 부양 조치를 발표하기보다는 구조 조정, 소득 불균형 해소, 사회 안전망 강화 등을 통해 '안정 속 발전(穩中求進;온중구진)'을 추진할 것임을 천명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다만 후진타오 주석이 이끄는 지도부가 성공적인 정권교체를 위해 안정적인 성장 달성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정책완화 기대는 유효하다는 전망도 있다.
소재용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지난해에는 물가안정을 통한 민생개선을 우선시 했다면 올해에는 경제성장 기조에 부담이 가지 않는 선에서 내수부양을 통한 경제의 체질개선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제5세대 지도부의 안정적인 안착과 경제구조의 체질개선 등 중국경제는 한단계 업그레이드를 준비 하는 과정이라 판단된다"고 밝혔다.
◇네 마녀 심술 여부는?
이날 증시에서 대외 변수로 중국의 GDP 인하 소식이 영향을 미쳤다면, 대내로는 올해 첫 주가지수 선물·옵션과 주식 선물·옵션 만기일인 쿼드러플 위칭데이(네 마녀의 날)에 대한 우려감이 작용했다. 이날 시장에서는 쿼드러플 위칭데이를 앞두고 2470억원 가량의 프로그램 매물도 출회돼 지수를 하락시켰다. 다만 긍정적인 소식은 전문가들이 이번 만기를 우려와 달리 무난하게 지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만기가 외국인의 차익거래 청산 여부에 달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월10일부터 이달 2일가지 외국인은 차익거래에서 3조원의 누적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다. 대규모 프로그램 매도 청산이 나올시 시장의 급락 가능성을 무시할 수 없지만 무게감은 낮다는 분석이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외국인 대량 차익매도를 보면 단순히 매수 누적이 많다는 사실이 차익거래 청산의 원인이 되지는 않았다"며 "외국인 차익거래의 청산은 만기와 같은 1일 이벤트보다 시장 상황의 변동에 더 연동됐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주말까지의 양호한 베이시스 흐름이 만기일까지 이어진다면 주중 차익거래 청산은 제한적인 수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