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조찬 모임에 부는 여풍(女風)

입력 2012-03-05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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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떠나 CEO 자질 배워…여성경영자 한계 극복 도움

지난 2월 22일 오전 7시. 서울 명동 은행연합회관 국제회의실은 국가경영전략연구원 주최로 ‘글로벌 경제 위기와 한국기업의 대응전략’이라는 주제로 열린 조찬 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CEO들로 가득했다. 현재 진행형인 글로벌 위기와 선거의 해를 맞아 정치적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올 한해 기업의 방향을 고민하는 CEO들 중 유독 몇몇이 눈에 띄었다. 검은 양복 무리의 남성CEO들 사이에서 강연에 집중하고 있는 이들은 바로 IT여성기업인협회(KIBWA) 소속의 여성CEO들이었다.

이들은 “업계의 흐름을 읽기 위해 조찬 모임에는 빠지지 않고 참석한다”며 “조찬 포럼을 통해 정보교환 뿐만 아니라 인맥 형성도 가능해 여성 경영자로서 느끼는 한계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조찬 모임 예찬론을 펼쳤다.

남성일색이던 조찬모임에도 여풍(女風)이 불고 있다. 여성CEO들이 늘어남에 따라 이들의 조찬모임 참가도 늘고 있다. 여성CEO들은 조찬모임을 통해 업계 현황과 소비수준, 문화, 미래 발전 가능성 등 유용한 정보를 교환하는 것은 물론 여성CEO로서의 자질도 배우면서 그녀들 만의 인맥 네트워크도 만들어가고 있다.

국내 여성 관련 단체 중 가장 조찬모임이 활발한 곳은 한국여성경제인협회다. 지난 2009년부터 여경협의 서울지부회는 유명 CEO들을 초청, 여성CEO들에게 경영에 도움이 되는 강연을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미 삼성전자의 윤부근 사장, 포스코의 정준양 회장, 웅진그룹의 윤석금 회장 등 굵직한 국내 대기업 최고경영자들이 초청을 받아 강연했다.

이들의 조찬모임은 남성CEO들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주로 성별을 떠난 ‘CEO’로서의 자질과 자세에 관해 다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점도 있다. 여성CEO들이 모인 조찬모임에서는 여성의 ‘장점’을 살릴 수 있는 경영법을 제시한다는 것이다.

2009년 여경협은 일본의 교육 및 실버사업을 하는 베네세의 후쿠다케 소이치로 회장을 초청, 강연을 들었다. 후쿠다케 회장은 평소 “부자로 성공할 수 있는 비결은 여성에게 친절한 것”이라고 말할 정도로 여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인물이다. 그는 여성CEO들에게 “미래에 가장 중요한 가치로 등장할 분야는 여성과 아이들이 중심이 될 것”이라며 “그저 튼튼한 물건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한 감성을 이해하고 배려할 줄 알아야 사업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CEO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여성의 감성을 이용해 경영일선에 나설 수 있도록 장려하고 있는 것이다.

여성CEO들의 조찬 모임은 여성에 대한 사회의 인식도 변화시키고 있다. 지난 2006년 21세기여성CEO연합의 주관으로 개최된 여성경제5단체 조찬포럼에서는 여성 임원 육성책과 여성 고용 증가의 필요성에 공감, 실질적인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실제로 여성CEO들이 뜻을 모은 이후 사회에서 여성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있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직원 1000명 이상의 대기업 임원급 직원 중 여성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7년 말 1.5%에서 2010년 4.7%로 2배 이상 늘어났다.

뿐만 아니라 여성CEO들의 조찬 모임에 강연 차 왔던 남성CEO들도 여성 임원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도 했다. 지난 2009년 여경협의 조찬모임에 ‘철에 피는 꽃’이라는 주제의 강연을 진행한 정준양 포스코 회장은 “포스코는 순혈주의가 너무 강하다”면서 “여성 임원을 빠르게 배출하겠다”고 말하며 여성 임원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했다. 1년 후 포스코에서는 최초 여성 임원이 배출됐다.

이처럼 여성CEO들의 조찬 모임이 자기계발은 물론 사회의 여성에 대한 시선 또한 변화시키고 있자 여성CEO들은 조찬모임을 더욱 활성화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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