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업계 희망은 있다]“살길은 수출 뿐”…신약 들고 해외로

입력 2012-02-22 09:51 수정 2012-02-2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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⑤ 글로벌 경영시대 <끝>

“내수시장이요? 생각하면 답답할 뿐입니다. 당장은 힘들겠지만 해결책은 결국 수출입니다.”

리베이트 쌍벌제와 약가인하 등 정부의 규제 칼날에 토종 제약사들이 해외시장에 분주한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오는 4월 평균 14% 약값이 깎이는 새 약가정책 시행을 앞두고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가속화되는 분위기다. 올해 제약업계 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난관을 극복해나가겠다는 확실한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년간 국내 제약사들의 의약품 수출액은 평균 10%이상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약사들이 해외에서 먹거리를 찾으면서 의약품 수출 폭이 크게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의약품 등(원료의약품, 완제의약품, 의약외품, 한약재, 화장품)의 수출실적은 28억5528만달러로 전년대비 23.5% 늘었다.

완제의약품 수출 실적 상승은 더욱 주목할만 하다. 지난해엔 2010년보다 19.3% 증가한 11억 5356만달러를 기록했는데, 완제의약품 수출규모가 10억달러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용희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 수출진흥팀 과장은 “과거엔 내수시장만으로도 생존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3년여전부터 cGMP 시설을 늘리고 해외전시회에도 적극 참여하는 등 공격적으로 해외시장을 개척하는 제약사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글로벌 경영에 초점 = 동아제약, 녹십자, 한미약품 등 대형 제약사들이 자체 개발한 신약과 개량신약 등을 들고 해외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동아제약은 올 초 창사 80주년을 맞아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도약하는 원년으로 삼고 장기적으로 해외 수출비중을 50%까지 확대한다는 구체적인 비전을 제시했다.

새해 첫 업무시작과 함께 강신호 회장은 “올해는 정부의 일괄 약가 인하 제도의 시행을 시작으로 제약업계의 많은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해외수출 비중 확대를 통해 세계적 제약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자”며 해외시장 공략을 강조했다.

이후 동아제약은 발기부전치료제인 ‘자이데나’에 대해 터키와 수출계약을 맺었으며 중국 시장에 당뇨병신약에 대한 기술 수출도 성사시켰다. 최근 출시된 기능성 소화불량 치료제인 천연물신약‘모티리톤’은 올 상반기 중국시장에 진출시킨다는 계획이다.

허일섭 녹십자 회장은 올 초 중장기 목표 ‘녹십자 2020’을 제시하고 “2020년까지 국내 매출 2조원, 해외 매출 2조원을 달성하겠다”고 선어너했다. 내수 중심에서 벗어나 해외 수출 비중을 연매출의 50%까지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녹십자는 이를 위해 가격경쟁력을 갖춘 면역글로불린 ‘아이비 글로불린 에스엔’, 시장 진입장벽이 높은 3세대 유전자재조합 혈우병치료제 ‘그린진 에프’, 세계보건기구(WHO) 승인을 받은 독감백신 ‘지씨플루’ 등 주력제품의 글로벌화에 매진한다는 구상이다.

최근에는 WHO 산하기관인 PAHO(범美보건기구)의 2012년도 입찰에서 약 2000만달러 규모의 백신 및 면역글로불린의 수주에 성공하기도 했다. 녹십자 해외사업본부장 김영호 전무는 “이번 수주를 기반으로 올해 연간 1억달러 수출에 도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류예(Luye)제약집단의 류디안보 (Liu Dian Bo)회장(좌)과 동아제약의 강신호 회장(우)이 'DA-1229' 아웃라이센싱 계약 체결 후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수출지역도 다변화 = 해외시장 공략에 고삐를 바짝 죈 토종 제약사들은 단순히 수출 비중을 늘리는 데만 집중하는 것은 아니다. 전략적인 접근을 통해 글로벌 성과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인 움직임이 ‘신흥시장 진출’이다. 의약품 특허권이 강한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시장보다는 중국, 동남아, 남미 등 이머징마켓을 적극 공략해 승부를 보겠다는 것이다.

한미약품은 지난해말 다국적제약회사인 MSD를 통해 복합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이 첫 수출됨에 따라 올해 해외마케팅에 더욱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2009년 7월 MSD와 1차 계약을 맺은 한미약품은 이후 3차례의 추가 계약을 통해 아모잘탄 수출 국가를 50개국으로 확대했다. MSD는 현재 아시아와 중남미 20개국에서 아모잘탄의 시판허가 신청을 완료했으며 나머지 국가는 협의중에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미약품은 또 최근 몽골 1위 제약회사인 MEIC사와 텐텐, 맥시부펜 등 일반의약품 13종에 대해 3년간 1500만달러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회사 관계자는 “그 동안 전문약 위주로 진행했던 수출 품목을 일반약으로까지 확대함으로써, 해외판로 개척의 다양성을 확보하겠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도 cGMP 수준에 걸맞는 공장 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대웅제약이 자체개발한 고순도·고수율의 CT조영제 ‘네오비스트’는 최근 러시아에 이어 이란에 수출되면서 수출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보령제약도 신흥시장 개척에 적극적이다. 지난해 고혈압신약 카나브에 대해 중남미와 터키에 있는 제약사와 맺은 수출 협약 규모만 약 7500만 달러(867억원)에 달한다. 보령제약 관계자는 “올해도 중국·브라질·러시아·동남아·미국·유럽 등 여러 국가와 수출 협상을 진행하고 있어 글로벌 고혈압 신약으로의 도약이 가시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술수출도 각광…추가기술료·로열티 기대 = 의약품은 그 특성상 제품의 수출과 계약까지는 통상 2~3년이 소요된다. 또 의약품 수출을 위해서는 대부분 수입 당사국의 규제기관이나 수입업체로부터 GMP(Good Manufacturing Practice, 의약품 제조 품질관리기준) 실사를 받아야 한다. 국내에서만 인정되는 KGMP(우수의약품제조관리기준)만 획득해서는 해외 시장에 제품을 동록하기조차 어렵다.

이에 따라 보유중인 기술을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도 새로운 수출 전략으로 떠오르고 있다. 다국적 제약사에 대한 아웃라이센싱(특허기술 사용허가)은 의약품 완제품 수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고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해줄 수 있어서다.

동아제약은 지난 20일 중국 ‘루예(Luye)’ 제약집단과 자체 개발한 당뇨병신약인‘DA-1229 ’에 대해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루예 제약집단은 중국에서 ‘DA-1229’의 임상, 허가 등의 개발과 판매를 전담하게 된다.

동아제약은 진행상황에 따라 계약금 포함 단계별 기술료를 받을 예정이며 원료도 공급하기로 해 상당한 금액의 원료수출 수익이 기대된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이번 계약을 계기로 ‘DA-1229’의 인도, 터키, 남미 등 주요 신흥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동아제약은 일본 기업에 기술수출한 ‘G-CSF’에 대해 제조판매승인 신청을 완료했다. 이번에 일본에서 제조판매승인이 신청된 G-CSF는 암젠이 개발해 판매하고 있는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그라신’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제품이다.

일본 제조판매승인 신청으로 기술수출자인 동아제약은 계약조건에 따라 추가 기술료를 받게 되며, 제품 출시가 예상되는 올해 말부터는 본격적인 로열티 수입이 발생하게 된다. 동아제약 측은 판매실적에 따라 로열티 총 규모는 수백억원대에 달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미약품도 최근 신약 1호로 개발중인 ‘경구용 항암제 기술’에 대해 미국 카이넥스사에 3400만달러 규모의 수출계약을 맺었으며 삼진제약도 항혈전제 ‘플래리스정’의 제제기술과 그 원료를 인도네시아에 수출하기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임상 중인 신약개발 기술을 라이센싱아웃하는 전략도 국내 제약사들의 글로벌화를 위한 적극적인 미래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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