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상장폐지 심사 번복…원칙도 절차도 못지킨 거래소

입력 2012-02-06 10:56 수정 2012-02-07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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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초유의 거래 정지 위기에 몰렸던 한화가 최악의 사태에서 벗어났으나 원칙과 절차를 무시한 결정 등으로 시장질서가 크게 교란됐다는 비난여론이 거세다.

한국거래소가 휴일 긴급회의를 열고 상장폐지 실질심사대상에 제외돼 한숨을 돌리게 됐지만 지연공시에 대한 책임 문제, 거래소 상폐심사 제도의 허점 등 갖은 문제점이 드러났다.또 거래소 매매 정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비상장사에 대한 주식 평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는 상태에서 검찰이 과당 계상해 기소할 경우 상폐 실질심사대상에 올려야하는 제도적 허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여기에 거래정지 발표 이틀만에 상폐실질심사 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대한 형평성 논란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5일 긴급회의를 열고 한화 그룹측의 충분한 소명을 듣고 한화 측이 제시한 경영 개선안을 받아들여 상장폐지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거래소는 이번 결정에 대해 “기업의 계속성, 경영의 투명성, 기타 공익과 투자자 보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한화는 경영 투명성을 개선하기 위한 신뢰도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하고 한층 강화된 내부 통제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

한화는 지난 3일 임원들이 한화S&C 주식 저가매각을 통한 업무상 배임혐의 공소가 제기됐다며 혐의발생금액은 899억2000만원이라고 공시했다.

한국거래소의 규정상 대규모 법인은 배임금액이 자기자본 비율의 2.5%가 넘으면 상장폐지 실질 심사를 받게 된다. 검찰이 밝힌 한화의 배임금액은 899억원으로 자기자본(2009년 말 기준 2조3183억원)의 3.8%에 해당한다.

문제는 배임혐의금액의 산출이다. 검찰은 한화S&C의 주식가치를 주당 22만9900원(919억6000만원)으로 산정해 이에 따라 배임혐의금액이 현행 상장폐지실질대상 규정에 걸리면서 지난 주말 증권시장이 요동을 친 것이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검찰이 산출한 한화S&C의 주식평가액이 의도적으로 높게 평가됐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앞서 경제개혁연대 등은 한화S&C의 지배지분을 김 회장의 아들 김동관 씨에게 주당 5100원의 저가에 매각함으로써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며 김 회장 등을 상대로 450억원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기한 상태다. 당시 경제개혁연대가 산출한 한화S&C의 평가액은 주당 12만2700원이다. 검찰 산출액의 절반 수준이다.

검찰이 경제개혁연대 등과 비슷한 수준으로 산출했을 경우 배임혐의금액은 450억원 수준으로 한화 자본금액의 1.9%에 불과해 상장폐지실질심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

재계 관계자는 “비상장사의 주식 평가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없다는 점이 이번 이슈를 만든 것으로 보인다”며 “형사 소송 결과에 따라 부메랑이 어느 한 곳으로 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난해 마니커와 보해양조가 임직원의 횡령·배임 문제로 상장폐지 심사가 논의돼 최고 두 달까지 주식 거래가 정지됐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거래소 결정은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거래소는 한화의 시가총액을 감안해 시장 안정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어쩔 수 없이 결정을 서둘렀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상폐 실질심사 대상 결정까지 통상 2주 이상 걸리는 것을 감안하면 이번 결정은 이례적으로 ‘초스피드로’ 결정됐다. 특히 상폐 실질 대상까지 올랐다가 거래정지 없이 심사대상에서 제외된 것도 납득이 가지않는 처사다. 최소한 휴일중에 긴급심사를 진행했어야만 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밖에 한화의 의도적 늑장공시 의혹도 도마에 오르고 있다. 한화는 이번일로 그룹 이미지에 적지않은 타격을 입게 됐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금융감독당국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상폐 실질심사 대상과 관련한 주관적 잣대가 아닌 명확한 기준을 세워야 시장의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6일 오전 10시 20분 현재 오전 10시 20분 현재 한화는 전거래일대비 4.51% 내린 3만7050원에 거래되고 있다. 한화케미칼(-1.27%), 한화증권(-2.35%), 대한생명(-1.67%), 한화손해보험(-1.83%)도 일제히 하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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