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책]경제학자의 인문학서재

입력 2012-01-30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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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훈민, 박정호 지음/ 한빛비즈 펴냄/1만5000원 )
상식과 통념에 얽매이지 않는 젊은 경제학자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기존의 경제학 설명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매사에 경제학적인 프레임을 들이미는 그가 인문학을 바라본다면, 인문학이 얼마나 새롭게 읽힐까?

인문학은 흔히 접근하기 어려운 텍스트, 공부하기 위한 텍스트로 여겨진다. 하지만 인문학은 사람과 삶에 대해 다룬 학문이니만큼 개인이 어떻게 읽느냐에 따라 그 재미와 깨달음이 달라진다. 자기만의 프레임으로 보다 넓고 다양한 지식을 길어 올릴 수 있다. 이 책은 경제학자의 프레임으로 인문학을 해석하여 그간의 인문학과는 전혀 다른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준다. 인문학과 경제학의 낯선 조우는 과연 어떤 모습일까?

영화 ‘시네마 천국’의 토토는 짝사랑하는 여인의 집 앞에서 그녀를 기다리며 사랑을 구한다. 하지만 몇 달 간의 기다림 끝에 사랑을 얻어내고도 결국 헤어지고 만다. 경제학자는 토토의 기다림과 헤어짐을 한계편익과 한계비용의 저울 위에 올려놓고 이를 통해 한계효용 원리를 설명한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도 마찬가지다. 베르테르는 로테를 보고 싶어 달려가는 마음을 어쩌지 못해 비극으로 치닫는다. 경제학자는 그가 시간비일관성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다면 권총자살에까지 이르지 않았을 거라고 이야기한다. 인간의 형체가 없는 감정조차도 실은 저반의 경제원리에 의해 움직였다는 것이다. 이렇듯 경제학자는 인문학의 망망대해 위에 색다른 그물을 던진다.

역사상 가장 추악한 전쟁 중 하나라고 일컬어지는 아편전쟁은 2008년 금융위기의 원인과 방향이 흡사하다. 아편전쟁은 중국의 사신이 자국을 피폐하게 만드는 영국의 아편을 폐기한 데서 발발했지만 그 이면에는 영국이 글로벌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해 중국에 아편을 수출한 근본원인이 숨어 있었다. 최근의 저축은행 사태는 엔론사태의 데자뷰와 같으며, 프랑스혁명은 분식회계라는 꼼수로 일어났다. 이렇듯 경제원리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강력한 힘을 발휘하며 인류의 운명을 결정지었다. 이 책은 지루하고 딱딱할 듯한 인문학과 경제학의 간극을 가뿐하게 메워준다.

그렇게 메워진 간극은 흥미만 남기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두 분야의 지식을 모두 흡수하여 더 넓고 새로운 지식의 영역을 만들어낸다. 경제학자는 반복되는 역사 속 경제원리를 알면 위기에 더 합리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고 이야기하고 우리가 인문학에서 왜 경제학을 찾아내어야 하는지 설득시킨다.

책 속에서는 가상의 젊은 경제학자가 인문학을 유연하게 도마질해서 필수영양소만 우려내듯 경제용어와 원리들을 가볍게 추출해낸다. 얼핏 이질적으로 보이는 두 학문의 재료들이 맛깔난 시너지를 일으키면서, 독자들은 인문학과 경제학이 한 접시 위에 잘 어우러진 성찬을 맛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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