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외환은행 인수 막전막후

입력 2012-01-27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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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인수·합병(M&A) 과정은 피를 말린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론스타와의 재협상을 통해 외환은행 지분 인수 가격을 깎았음에도 “마음 고생이 심해서, 그래도 빨리 체결됐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토로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주식매매 계약 체결 과정도 녹록치 않았다. 사모펀드(PEF)라는 ‘뜨거운 감자’를 상대하는 만큼 정치적·경제적 시선이 모두 쏠렸다. 이 같은 난제를 떠안은 것이 바로 김 회장이다.

하나금융이 외환은행 인수를 재추진한 것은 2010년 하반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2006년 외환은행 인수에 나섰지만 국민은행에 고배를 마쉰 뒤였다.

당시 하나금융은 우리금융지주의 인수를 추진하고 있었다. 지주사 내에 우리금융 인수를 추진하던 특별팀이 있었다. 이들은 인수 계획를 하나둘씩 마련해 나갔다.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그랬다.

그러나 하나금융 내부에서는 이미 외환은행 인수가 추진 중이었다. 김 회장도 진작에 정부 소유의 우리금융보다 외환은행 인수가 더 순조로울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당시 우리금융 인수 추진을 맡던 하나금융 관계자는 “우리 팀도 2010년 11월 외환은행 인수 추진을 발표하고 나서 알았다”며 “대내적으로도 론스타와 물밑 협상이 관여했던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했다”고 말했다.

당시 금융권에는 “호주ANZ은행 말고 외환은행 인수에 뛰어든 곳이 하나 더 있다”는 말이 나돌았다. 그 실체가 드러난 순간이었다.

론스타와의 가격 협상 과정은 더욱 어려웠다. 당연히 론스타는 매각 가격을 높이려고, 하나금융은 매입 가격을 낮추려 들었다. 하나금융은 지난해 말 재계약을 체결하기 직전 론스타와의 협상 담장자를 바꾸려 했다. 론스타와의 컨퍼런스 콜은 주로 김병호 부행장이 맡아왔었다. 통상 M&A 과정에서 전임자를 교체한다는 것은 협상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서다. 인수 가격을 더욱 낮추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론스타는 하나금융의 협상자 교체 시도를 거절했다. 그 다음에는 맞불을 놨다. 항상 영국에서 김 회장에게 전화를 걸던 론스타 관계자가 베이징에서 그에게 연락을 취했다. 하나금융과의 협상과정이 틀어질 경우 중국계 은행에 외환은행을 팔 수도 있다는 압박이었다.

김 회장은 베이징에 근거지를 둔 공상은행이 외환은행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간파하고 있었다. 오히려 마음 놓고 협상에 임할 수 있는 기회를 론스타에서 마련한 셈이었다. 하나금융은 되레 론스타가 이번 기회를 놓치면 제대로 된 가격에 팔 수는 없을 것이란 논리로 압박해 가격 인하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원회는 27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자회사 편입승인을 내리면서 2년여 간의 길고 긴 여정은 마무리됐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김 회장은 △외환은행과의 화학적 결합 완료 △하나금융과 외환행과의 임금 격차 해소 △외환은행 차기 수장 안착 등 여러과제를 마루리해야 한다. 김 회장이 “이제 시작이다”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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