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현대차의 힘]'노사 화합' 핸들 잡고 '품질 혁신' 액셀 밟아야 무한질주

입력 2012-01-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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④·끝-더 큰 성장 위한 과제

▲현대차의 더 높은 성장을 꾀하기 위한 선결조건 중 하나는 생산적 노사관계 정립이다. 사진은 지난 13일 서울 양재동 현대차 본사 사옥 앞에서 열린 현대차 노조 2012년 투쟁선포식.
현대·기아차는 이제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으로 우뚝 섰다. 자동차의 본가인 독일에서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라이벌 도요타의 벽을 넘었고, 미국과 중국, 유럽과 남미 등 세계 곳곳에서도 현대차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글로벌 1위를 향해 현대·기아차가 가야 할 길은 멀고도 험하다. 더 큰 성장을 꾀하기 위해서는 고쳐야 할 것, 보완해야 할 문제가 산적하다. 노사갈등 해결, 지속적 품질 혁신, 기업의 사회적 책임 강화는 현대차가 내일을 위해 풀어야 할 숙제다.

당장에 이 문제를 모두 해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다수의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차가 문제의식을 자각하고 차근차근 난제를 풀어간다면 지금보다 더 빠른 속도의 성장도 가능하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극단적 노사 갈등, 공멸 부른다=현대차에게 수년째 따라붙는 달갑지 않은 꼬리표가 있다. 바로 ‘연례 파업’이라는 오명이다.

유독 다른 제조업보다 자동차업계는 노동조합의 영향력이 크다. 특히 현대차 노조의 경우 자동차업계를 넘어 국내 제조업 노조 중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1987년 설립 이후 단 네 차례(1994, 2009, 2010, 2011)를 제외하고 매년 파업을 벌였다.

파업에 따른 피해도 많았다. 1998년에는 단일 파업으로는 최장기간인 36일간 파업을 벌여 9644억원 상당의 생산 손실을 입었다. 최근 파업 중 가장 많은 손실을 입었던 2006년은 33일 파업(임단협 분규 20일, 민주노총 정치파업 8일, 비정규직 문제 4일, 성과급 미지급 항의 1일)으로 1조6443억원 상당의 사상 최대 생산 손실을 감수해야만 했다.

노조 설립 이후 총 362일간 파업에 돌입해 112만2370대의 생산 차질과 11조6682억원 규모의 생산 손실 기록을 남겼다. 일수로만 세자면 25년 중 1년은 생산현장 대신 농성장에 있었던 셈이다. 특히 현대차의 파업은 협력업체의 매출 및 생산 손실로 고스란히 이어져 2차 피해가 더 심각했다.

최근 3년간 현대차 노조는 잠잠한 모습을 보였다. 실리 노선의 이경훈 전 위원장이 맹목적 파업보다는 유화적 대화를 추구했기 때문이다. 그 덕에 ‘연례 파업’ 대신 3년 연속 무파업 기록을 달성했다. 사측은 노조의 무파업에 파격적인 임금과 성과급으로 보답했다. 생산적 노사관계의 대표적 사례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지난해 강성 기조의 문용문 노조위원장이 취임한 이후부터 현대차 노사관계는 2009년 이전의 모습으로 회귀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 노조원이 현장 관리자와의 불화를 이유로 분신 후 사망했고, 사측의 대응 태도도 최근에 비해 강경해졌다. 노조는 무파업 기록을 깨고, 4년 만에 다시 쟁의전선으로 뛰어들었다.

이같은 극단적인 노사 갈등은 공멸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엽적으로는 생산 실적의 악화만이 나타날 수 있으나, 갈등이 길어지면 판매 및 공급 부진으로 이어져 전체적인 매출 부진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 노사분규가 격해지면 ‘현대차=갈등기업’이라는 공식이 해외로 번질 수 있어, 현대차에 대한 기업 이미지와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 가치가 격하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들은 “현대차를 포함한 모든 자동차업계가 생산적 노사관계를 정립해야 장수할 수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특히 “노사 양측 모두 생산적인 대안을 모색하겠다는 자세로 사안을 바라봐야 업계 전체의 고속성장이 가능해진다”고 조언했다.

▲제조와 판매, 사후 서비스의 품질 강화는 향후 현대차의 생사를 가를 수 있는 중요한 문제다. 사진은 현대차 울산 5공장에서 대형 세단 제네시스를 조립하고 있다.
◇도요타의 과오를 잊지 말자=현대차의 라이벌 도요타는 3년 전 악몽의 한 해를 보냈다. 고도 품질의 대표 브랜드로 인식되던 도요타는 잇단 품질 결함 사고가 터져,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사소한 가속페달 결함 문제는 일파만파로 번져 세계적으로 1000만대 가량이 리콜 조치됐다. CEO 도요타 아키오는 세계 언론 앞에 머리를 조아리는 굴욕까지 겪었다.

현대차의 발전 역사는 도요타가 걸어 온 길과 이상하리만큼 유사하다. 1980년대 도요타는 미국 시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빠른 기세로 치고 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글로벌 자동차 기업으로의 틀을 갖춘 2000년대 이후의 현대차 역시 미국과 중국 등 양대 시장을 기반으로 2011년 한 해에만 660만대를 판매하는 고공행진을 펼치고 있다.

중·소형차를 앞세워 세계의 대중적 소비자층을 공략했다는 점도 과거 도요타와 최근 현대차의 유사점으로 꼽을 수 있다.

현대차는 이 시점에서 3년 전 도요타의 과오를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특히 원가 절감과 시장 확장에 초점을 맞춰야 하는 상황에서 품질관리를 등한시하면 한 순간에 추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주지해야 한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도요타는 글로벌 생산 능력을 키우는 과정에서 30% 이상의 부품 납품가 후려치기를 꾀하는 등 무리한 원가 절감을 추진했다”며 “이렇다보니 생산 과정에서 품질이 극도로 나빠졌고, 최악의 리콜 사태로 연결됐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부품의 고급화와 생산 과정에 대한 투자 강화는 자동차의 품질 혁신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핵심”이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현대·기아차의 경영 핵심에 품질의 혁신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 등 최고경영진이 품질 관리 부문을 꼼꼼하게 챙기고, R&D(연구개발) 부문의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경영 모토는 제일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고객에게 전달하겠다는 품질제일주의”라며 “앞으로도 강력한 품질 혁신과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모든 고객에게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활발하게 진행해온 사회 공헌 사업과 고용 촉진 사업도 현대차의 앞날을 밝혀줄 수 있는 중요한 전략 중 하나다. 사진은 지난해 8월 열렸던 대학생 대상의 취업박람회 '현대차 잡 페어'
◇더 큰 사회적 책임이 필요하다=현대차그룹은 ‘함께 사는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 전 계열사에서 다양한 사회 공헌 사업과 고용 촉진 사업에 나서고 있다. 오너 정몽구 회장 역시 사재를 직접 출연하면서 미래 인재 양성에도 기꺼이 나서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가 ‘착한 기업’으로 더 거듭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더 강력한 사회적 책임감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우세하다.

특히 보여주기 식의 사회 공헌 사업보다 실질적인 사회 구조 개선에 현대차그룹이 더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자동차업계 한 관계자는 “현대차가 나라 안팎에서 벌어들이는 수입이 막대하나, 실질적으로 환원하는 부분은 비례하지 않는 것 같다”며 “어려운 곳에 성금과 자동차를 지원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이 관계자는 “현대차가 재계 맏형 기업인만큼 저학력, 소외계층의 고용 촉진과 자활 사업 지원 등에 직접 나서는 등 균등한 경제 사회 구현에 앞장선다면 칭찬 받는 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단순한 동정에 입각한 시혜적 접근이 아니라 실질적인 지원과 사회 발전을 위한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며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요구되는 시대인 만큼 더 넓은 안목으로 공정사회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자동차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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