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기획-갈등의시대] 시민·시장의 소리에 귀 닫아…신뢰 잃은‘불통 정권’

입력 2012-01-05 09:03 수정 2012-01-17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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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쇠고기 협상·4대강 강행…여론 외면하고 ’밀어붙이기’

시작은 기업의 자율을 위한 ‘작은 정부’였다. 집권초기 ‘친기업 정책’을 내세운 이명박 대통령은 규제를 최소화하고 환경을 개선해 시장중심적인 정책을 펼 것이라고 천명했다. 직접 전봇대를 뽑은 것은 임기동안 회자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추진력’과 ‘융통성’을 대변하던 전봇대가 ‘불통’의 상징으로 변하기까지의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2008년 6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 파동을 겪으며 민·관의 갈등은 커졌다. 대운하 건설에 대한 반대 여론이 4대강 사업으로 옮겨갔고, 반감의 폭은 확대됐다. 광화문 세종로에 모인 ‘촛불시위’에 대해서는 철저한 무시로 일관했다. 시위에 나선 시민들에게 돌아온 것은 물대포와 컨테이너로 쌓은 거대한 성이었다. 국민들은 이를 ‘명박산성’이라 비아냥댔다.

시간이 흐르자 작은 정부에 대한 의지도 무색해졌다. 미국의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세계 금융위기 파장이 일파만파로 확산되자 정부는 물가를 비롯해 당면한 과제 해결에 급급했다. ‘잡 쉐어링(Job Sharing)’, ‘MB 물가지수’와 같은 정책으로 ‘시장주의’는 다시금 후순위로 밀렸다. 기업과 국민들의 기대감이 점차 불만으로 바뀌었다.

◇무리한 경제정책 강행…결국은 갈등 키워 = MB정부가 경제를 살리기 위해 제시한 대표적인 해법은 ‘4대강 사업’이다. 하지만 후보시절부터 사업의 원형이라 할 수 있는 ‘대운하 사업’은 야당 뿐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반대의 목소리가 높았다. 충분한 준비를 갖추지 않고 사업을 시행한 지 4년이 된 현재 곳곳에서 문제점이 드러나고 있다.

또 정권을 잡은 2008년 치솟은 물가를 잡기위해 이른바 ‘MB 물가지수’를 내세웠다. 52개 생활필수품목을 물가 집중관리 대상으로 지정해 물가관리에 나섰지만 기업들의 반발이 잇따랐다. 작은 정부라는 당초 취지에서도 벗어났고 주먹구구식 행정이라는 비판에 직면한 것이다.

청년실업과 양극화도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정부의 ‘잡 쉐어링’(Job Sharing) 정책에 기업은 등 떠밀리듯 마지못해 인턴을 뽑았지만 청년실업문제는 해소될 기미 조치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청년 실업난을 의미하는 ‘88만원 세대’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12월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청년 체감실업률 20% 시대의 특징과 시사점’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10월까지 통계청에서 밝힌 청년실업자는 7.7% 이지만 ‘사실상 실업자’는 22.1%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정부정책의 실패는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20~30대의 표심이 박원순 후보에게 쏠리는 반작용으로 표출됐다.

◇정쟁과 포퓰리즘의 교차로에서 분노하는 국민들 = 2008년 4월 치러진 18대 총선에서 가장 큰 이슈는 ‘뉴타운’ 공약이었다. 서울, 경기, 인천 지역에서만 무려 44명의 국회의원이 뉴타운을 내세워 당선됐다.

그러나 무리한 뉴타운을 공약으로 내세운 사업들은 대부분 표류하거나 취소됐다. 이 과정에서 피해는 고스란히 유권자에게 돌아갔다. 지난해 4월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는 브리핑을 통해 “뉴타운 완공된 곳은 겨우 19군데에 불과하다”며 “행정소송만 163건에 이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찬성과 반대로 갈린 조합원 간의 분쟁을 불러오며 민·관갈등을 넘어 민·민갈등 까지 낳고 있다.

정치 싸움에 국민이 휘말린 사례는 이뿐 만이 아니다. 2010년 1월 정부가 제시한 세종시 수정안은 6월 국회 본회의에서 부결될 때까지 지역갈등으로 번지며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당시 정부는 행정부처를 옮기는 대신 ‘교육과학 중심 경제도시’로 건설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이에 충청권에서는 ‘행정도시 무산 저지 충청권비대위’를 구성해 강하게 저항하고 나섰다. 세종시로 불거진 지역 개발 갈등은 이후 과학벨트, 신공항 건설 등의 양상으로 번져갔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불통’의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사회에는 갈등이 있기 마련이며, 갈등 조정 기능을 하는 것이 정치다”라며 “이 정권은 초기부터 정치를 무시해왔기 때문에 시민과 직접적으로 부딪힐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갈등의 해결과 관련해 신 교수는 “갈등을 완화시키는 방법은 불만을 말하도록 하는 것이다”라며 “소통이 다른 게 아니고 사람들이 외치고 싶을 때 외치게 나두는 것이 소통이다. 인터넷 공간이나 서울 광장을 막아놨는데 이런 상황에서 소통을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 발단은 잘못된 인사였다= MB정부 4년 가까운 기간 동안 이어진 소통부재는 첫 인사부터 시작됐다. 이른바 ‘강부자’‘고소영’내각이라는 비아냥섞인 조소가 나오면서 민심이반이 시작됐다. 첫 내각 멤버와 청와대 비서실 진용에 자산가들이 대거 포함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남의 부동산 자산가’를 줄인 ‘강부자’내각이란 말이 나타났다. 여기에 MB 최측근 인사들로 포진한 인사의 성격을 빗대 ‘고소영’내각(고려대, 소망교회, 영남권 인물 위주의 인사)이라는 말까지 등장하면서 MB 정부의 실패는 예견됐다.

무엇보다 ‘형님정치’니 ‘상왕정치’라는 말이 나오면서 통치권의 누수가 시작됐고, ‘영포라인’이 공공부문 인사를 좌지우지한다는 대목에서는 정권의 정통성마저 부인됐다. 정권 초기 임명된 다수의 인사들이 숱한 정책 실패에도 불구, 이리저리 자리를 옮겨다니며 요직을 차지하면서 붙여진 ‘회전문 인사’라는 지적까지 받게되면서 정부와 국민간 소통 부재는 온갖 갈등을 증폭시키는 결정적 원인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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