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누가 '영웅'인가

입력 2011-12-27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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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성찬 부국장 겸 스포츠문화부장

‘사나이 가는 길 그 누가 막으랴 불타는 대한국인/청년가슴 그 누가 알까 붉은피로 남긴다 너를 사랑한다고/목놓아 외친다 너를 사랑한다고 희미한 너의 모습 내마음에 담고/이 한몸 불태우리라 너를 위하여 백두봉 붓끝에 한라물 찍어/내가슴에 맺힌 한을 하늘에 뿌린다/사나이 큰 뜻을 그 누가 꺾으랴/마지막 글 위국헌신 군인본분 그 누가 알까 천상에 외친다/너를 사랑한다고 천상에서 춤춘다 너를 사랑한다고/싸늘하게 식어가는 너와 하나되어 이 한몸/불태우리라 너를 위하여 백두봉 붓끝에 한라물 찍어 내몸에/맺힌 한 하늘에 뿌린다’

‘밥만 먹고사니’로 인기를 끌고 있는 트로트 가수 설빈의 노래다.

주인공은 누굴까.

‘도마’안중근(安重根, 1879~1910)의사다. 그를 추모하며 부른 ‘대한국인 안중근’이 노래 제목이다.

한해가 저물어가는 시간. 안중근이 되살아나고 있다. 창작뮤지컬 ‘영웅(英雄)’을 통해서다.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2012년 1월 7일까지 공연한다. 이후 14일부터 2월 5일까지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다시 공연한다.

1909년 한반도를 중심으로 러시아, 만주에 이르기까지 일본 제국주의 세력이 기승을 부리던 시절. 러시아로 망명해 본토의 일본군과 피의 전쟁을 벌이는 젊은이들이 생겨난다. 바로 대한 독립을 꿈꾸는 의병군이다. 정부는 제국익문사(帝國益聞社)를 결성해 독립운동을 지원한다. 제국익문사는 1902년 6월 대한제국의 초대 황제 고종이 황제 직속으로 설립한 비밀정보기관. 안중근은 바로 그 요원들과 러시아 자작나무 숲에서 손가락을 잘라 피의 결의를 다진다. 궁녀 출신의 설희는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어릴 적 지켜본 여인. 게이샤로 위장한 뒤 의병군을 돕기위해 일본으로 건너간다. 일본의 극심한 피해를 당하고 있던 중국인들도 한국인들의 독립운동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그 중 만두가게를 하는 중국인 왕웨이는 동생 링링과 함께 안중근을 비롯한 독립군들의 든든한 지원자가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시아 정복 위한 일본의 침략은 더욱 기승을 부린다. 이토에 접근한 설희는 암살에 실패하고 자살한다. 독립운동의 확산을 막으려는 일본군들의 침탈(侵奪)로 왕웨이가 살해된다. 안중근은 분통한 심정을 가눌 길이 없다. 이토가 만주 하얼빈을 방문한다는 소식을 접한 독립군. 안중근은 드디어 거사를 감행한다.

1909년 10월 26일 오전 9시. 차가운 아침 공기를 가르고 “탕” 총성이 울렸다. 천황의 제1인자 조선합병과 대동아전쟁을 지휘한 이토의 가슴에 총알이 관통했다. 안중근은 그 자리에서 “대한제국 만세”를 외쳤다.

‘영웅’은 안중근 의거 100주년을 맞아 지난 2009년 8월 미국 뉴욕의 링컨센터에서 ‘히어로’로 초연된 작품이다. 특히 더뮤지컬어워즈 6관왕, 한국뮤지컬대상 시상식 6관왕으로 대한민국 창작뮤지컬의 저력을 보여줬던 화제작이다.

창작 뮤지컬 특유의 깔끔하고 웅장한 안무와 앙상블, 의병군과 일본군간의 추격전, 실물 크기의 기차에서 벌어지는 장면들은 마치 한편의 액션영화를 보는 느낌을 들게 한다. 이때문에 160분은 지루할 틈이 없다. 숨막히게 달려가는 시간속에 관객들은 더욱 빠져들고 어머니가 “한 번 만 단 한 번만이라도, 너를 안아봤으면, 너를 지금 이 두 팔로 안고 싶구나”하고 안중근에게 들려주는 애절한 장면에서 관객 모두 눈시울을 적신다.

역시 압권은 만주벌판을 달리는 기차. 실물크기의 기차가 공중에 떠서 달린다. 첨단 디지털덕이다. 12m 길이의 기차 세트는 무대 뒤에 숨겨져 있다. 달리다가 필요한 장면만 열차칸 내부가 보인다. 리프트와 레일을 이용해 상하좌우로만 움직인다. 기차가 무대 위 2.7m 높이로 하얼빈 역으로 들어오는 장면은 장관이다. 안중근 역으로 더블캐스팅 된 배우 정성화와 조휘의 열연이 감동을 배가 시킨다.

첫 창작뮤지컬 ‘명성왕후’를 연출했던 윤호진씨가 다시 연출을 맡았다.

흔히 난세에 영웅이 난다고 했다. 난세영웅(亂世英雄)은 재략(才略)이 뛰어나고 권모술수에 능해 어지러운 세상에 큰 공을 세우는 영웅을 일컫는다.

어느 때보다도 힘겹고 혼탁한 한국의 경제·정치상황. 시공과 이념을 초월해 경제와 정치를 구원할 한국의 ‘영웅’은 언제쯤 나타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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