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화고 실습생 정규직도 기피업무 야근 밥먹듯

입력 2011-12-26 12:02 수정 2011-12-26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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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혹사’가 쓰러뜨린 고3 실습생의 꿈

크리스마스를 1주일 앞둔 지난 17일 오후 광주의 기아자동차 공장, 실습생으로 파견돼 이곳에서 일하던 전남 지역 특성화고 3학년 김모(18) 군이 법정 기준을 초과하는 무리한 근무 끝에 쓰러졌다. 김 군은 쓰러지던 날에도 주말 특근을 했고 그 전에도 법적으로 금지된 야간 초과 근무에 투입돼 왔다.

김 군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특성화고 학생들의 실습교육을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불과 한 달 전까지 미성년자였던 김 군이 지난 9월부터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근무를 해 온 것이 알려지면서 이 같은 사고를 만들어낸 교육 당국과 기아자동차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쏟아지고 있다.

뇌출혈 판정을 받은 뒤 이튿날 새벽 1시 무렵 긴급 수술이 진행됐지만 일주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김군은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김군의 가족들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평소 건강했던 아이가 갑자기 뇌출혈 증세를 보인 것은 장시간의 노동에 따른 과로 탓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 정규직도 기피하는 부서, 주당 최대 74시간 근무=업무일지에 따르면 사고를 당한 김 군은 일주일 간격으로 주간과 야간을 바꿔가며 주당 58시간의 무리한 근무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근무시간이 이보다 더 많았다는 동료들의 증언도 나온다. 금속노조에서 확보한 동료들의 진술에 따르면 김 군은 일주일에 68~74시간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법정 근무시간을 어긴 것이다. 현행 근로기준법은 본인이 동의한 경우라도 청소년의 노동이 최대 46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지난 2010년 국가인원위원회는 현행 근로기준법 조차도 연소자에 대한 보호를 요청하고 있는 헌법 제32조 5항에 위배된다며 1주 35시간으로 개정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밤과 낮을 바꿔가며 12시간씩 일하는 것은 숙련된 정규직 노동자에게도 힘든 일이다. 특히 김 군이 일하던 부서는 정규직도 기피하는 도장부서에서 일을 해 왔다. 이는 실제로 백혈병이 발생한 사례도 있어 고기압 작업이나 잠수작업 등과 함께 현장 노동자들이 "3D 중에서도 3D"라고 꼽는 업무로 분류된다.

◇ ‘실습’이라 쓰고 ‘혹사’라 읽는다=현장 근로자의 증언에 따르면 실습을 나간 학생들이 처한 가혹한 환경이 김 군만의 얘기는 아니다. 금속노조의 한 관계자는 “제조업 현실상 12시간 근무가 일반적이기 때문에 비단 기아차 공장만의 얘기는 아닐 것”이라며 “공업계열 학생들이 실습을 나가는 곳은 전국 어디라도 비슷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특성화고의 현장실습이 기업체에 저임금 노동력을 공급하는 수단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광주 지역 10여개 시민단체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대기업 현장실습은 일자리 실적에 매달린 정부의 잘못된 교육정책이 만들어낸 과실”이라며 “잘못된 교육정책을 폐지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교 현장에서도 이번 사고의 원인이 교육정책에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덕우 전남 공업고등학교 교사는 “정부가 실습현장의 기반 조성에 대한 점검 없이 취업률 달성 목표를 먼저 정하고 무리하게 학교를 끼워 맞추면서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라며 “좋은 일터인지 아닌지 꼼꼼이 따져서 보내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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