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희의 중국여행]웅대한 자연에 걸음 내딛으며 나와 대면하다

입력 2011-12-26 11:46 수정 2012-01-06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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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도협·태자협·마령하협곡

평생에 한 번 가봐야 할 곳으로 나는 주저 없이 ‘사막, 초원, 협곡’을 꼽는다. 그곳에서 서면 자연은 인간이 도전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라는 걸 알게 된다. 웅대한 자연에서 인간은 숭고함을 느낀다. <여행의 기술>에서 알랭 드 보통이 말한 것처럼, 숭고한 장소는 또 일상생활이 보통 가혹하게 가르치는 교훈을 웅장한 용어로 되풀이한다.

특히 깊은 협곡은 ‘내 안으로 깊이 파고 들어가는 느낌’이 강렬하다. 일상에서 우리는 자신을 보지 못하고, 자신에게 귀 기울이지 못하고 살아간다. 깊은 협곡을 걷다보면 그동안 자신을 보지 않고 바깥세상만 보았던 내가 달라진다. 자신을 정면으로 마주보게 한다. 그래서 협곡에서는 최대한 걸어야 한다. 내 한 발 한 발의 느린 걸음으로, 자연을 마주하고 자신과 대면하는 시간은 비로소 나를 온전히 신뢰하게 한다.

중국에서 가장 이름난 협곡은 윈난성 리장의 호도협이다. 세계적인 트래킹 루트로 거듭났다. 호도협은 위룽쉐산과 하바쉐산을 사이에 두고 흐른다. 두 설산의 아름다운 은빛 봉우리를 바라보며 16㎞ 숲길을 걷는 데는 최소 1박 2일이 소요된다.

내 생에 가장 큰 격려와 감동을 받은 여행도 협곡 트래킹이었다. 리장고성에서 동북쪽으로 120㎞쯤 떨어진 해발 1720m 위 스토우청(石頭城)이란 산간 마을을 출발하여, 지금도 모계사회 전통이 그대로 남아있어 ‘동방의 여인국’이라 불리는 루구호(瀘沽湖)까지. 총 110㎞를 걸었다.

여러 개의 산을 넘는 지난한 여정이다. 호도협에서 이어진, 진사강(金沙江)의 또 하나의 아름다운 협곡 ‘태자협(太子峽)’을 따라 40㎞쯤 걸었다. 협곡을 벗어나자 통통배를 타고 진사강을 건너 모계사회의 모쒀인(摩梭人) 마을에 도착했다. 거기서 다시 해발 2000~2800m의 산과 숲을 40㎞쯤 넘나들었다. 마지막 깔딱고개 해발 3630m의 원시삼림을 통과해 20㎞를 더 걸으니, 마침내 루구호에서 가장 큰 마을이자 오래전 차마고도의 집시(集市)였던 용닝(永寧)에 도착했다. 구채구 만큼이나 신비롭고 성스러운 호수 ‘루구호’ 한 바퀴를 도는데 10일이 소요됐다.

시간을 투자할 만한 가치는 충분했다. 웅대한 자연에 감동했다. 자연 앞에서니 내가 얼마나 작은 존재인지, 자연스레 고개를 숙이게 된다. 때로는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일들도 있다는 걸 장대한 자연을 보며 알게 되었다. 길목마다 만나는 소수민족들과 잠시 친구가 되고, 길고 힘든 여정을 인내해준 자신에게도 감사했다. 트레킹이 끝날 즈음에는 허점투성이 나를 보며 ‘그래도 나는 내가 참 좋다’, 스스로를 사랑하고 신뢰하게 되었다.

하지만 고혈압이나 심장 질환이 있는 사람에게 위와 같은 일정은 무리가 따른다. 일단 해발이 높다. 잠자리도 열악하다. 온몸이 땀범벅이 되어도 씻을만한 샤워시설이 없다. 트래킹 중에는 산골 오지의 민가에서 숙박한다.

이런 사람들에게는 구이저우의 마령하협곡이 좋다. ‘지구의 아름다운 상처’란 낭만적인 별칭이 붙은 마령하 협곡은 가벼운 산책이 어울린다. 전체 길이는 74.8㎞에 달하지만 관광지로 조성된 7~8㎞를 돌아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협곡은 지면에서부터 약 200미터 아래에 있다. 협곡의 양쪽 절벽에는 석회화 된 바위가 석암(石岩)폭포를 형성했다. 지상에서 떨어지는 폭포는 소리만으로도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날려준다. 아사아 최대 규모의 황과수 폭포보다 더 큰 감동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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