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CEO 퇴근 후엔 뭐하세요?]⑩한국은행 김중수 총재

입력 2011-12-16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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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학으로 배운 바둑…프로 기사들도 ‘깜짝’

군 복부 시절 책보며 독학으로 배워

지난 창립기념일 때 양상국 9단 초청대국

▲일러스트 서유진 기자 yjsa2018@

바둑을 둘 때 알아야 할 10가지 교훈이 있다. 바둑 십계명인 ‘위기십결(圍棋十訣)’은 승리를 탐하면 얻지 못한다는 ‘부득탐승(不得貪勝)’, 공격에 나서기 전 자신을 돌아보라는 ‘공피고아(功彼顧我)’, 경솔히 서두르지 말라는 ‘신물경속(愼勿輕速)’ 등이다.

바둑에 관심이 높은 사람이 아니고서는 이 10계명을 줄줄 외는 사람은 드물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위기십결을 꿰차고 있어 프로 바둑 기사를 놀라게 한 적이 있다.

김 총재는 지난 6월 한은 창립기념일 때 양상국 9단을 초청해 대국을 벌였다. 당시 양 9단은 “아마추어 중에 위기십결을 모두 외우는 사람은 처음 봤다”며 놀라워 했다는 후문이다. 김 총재의 실력 또한 만만치 않았다. 김 총재가 몇 수 먼저 놓고 시작했겠지만 대국이 한쪽으로 기울지 않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평소 ‘문사철(文史哲, 문학과 역사, 철학)’ 소양을 강조하는 김 총재가 바둑 실력까지 뛰어나니 경제학만 팠던 한은맨들은 기가 눌릴 수 밖에 없었다.

김 총재가 바둑과 연을 맺은건 군대 복무 시절이다. 군 시절 바둑 관련 서적을 사다가 독학을 했다. 때론 따분한 군 복무 시절을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김 총재는 몇권의 바둑 서적을 통채로 외웠다는 전언이다. 그는 평소 한은 임직원들에게도 “책 2~3권만 외우면 바둑은 웬만큼 둘 수 있다”고 말해왔다. 김 총재는 정운찬 전 총리, 장승우 전 해양수산부 장관과 함께 ‘경기고가 낳은 3대 천재’로 불린다. 명성 만큼이나 기억력을 실전에서 활용하는 것 역시 남다르다는 평이다.

김 총재는 최근 바둑과 뜸했다. 한은 내부적으로는 한은법 개정안 때문에 바빴다. 외부적으로도 미국의 신용등급 강등, 유로존 국가채무위기 등으로 인해 금융시장과 경제상황에 눈을 뗄 수 없었다.

그는 최근 기자에게 “요새는 바빠서 통 바둑을 두지 못했다”며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바둑이나 함께 두자”라고 아쉬움을 전하기도 했다.

김 총재의 경제학 이외의 소양은 바둑에서 그치지 않는다. 미술, 음악 등에도 깊은 학식을 갖췄다. 김 총재는 지난달 한은 신입행원 면접 시험에 직접 참여했다. 당시 이력서에는 신입행원 지원자들의 존경하는 인물이나 감명 깊게 읽은 책 등이 적혀있었다. 그는 신입행원들이 선정한 존경하는 인물에 대해 영어로 질문을 던졌다. 일례로 베토벤을 존경하면 클래식 음악에 대해, 링컨을 존경하면 케티스버그 연설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의례적으로 적었던 지원자는 적잖게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당시 함께 면접시험에 참관했던 한은 관계자는 “지원자 중에는 김 총재가 아는 것이 너무 많아 우물쭈물해 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고 술회했다.

김 총재의 문학·예술·경제를 막론한 다양한 소양에 대해 색다른 시각도 있다. 김 총재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 한림대학교 총장 등 여러 기관의 수장을 두루 거쳤다. 수장으로서 조직장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다는 뜻이다. 즉, 조직 구성원들이 가장 잘 아는 분야에서 앞서는 것은 물론 가장 취약한 부문의 소양도 갖춰 구성원보다 한수 위에서 시작하는 것이 그의 조직 장악 방식이란 얘기다.

그는 최근에는 스티브 잡스의 전기를 완독했다. 신입행원 지원자들이 존경하는 인물로 스티브 잡스를 가장 많이 꼽은 것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한은 임직원 상당수도 김 총재를 따라 스티브 잡스 전기 읽기에 바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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