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그들은 누구인가](19)상품개발부의 애환

입력 2011-12-15 1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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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트상품 ‘옥동자 출산’…그 맛 모르시죠”

기획단계에서 중단되면 “유산됐다”고 표현

은행원 이면서 은행원 답지 않은 사고가 중요

타 은행 동향에 촉각…히트칠 땐 고생 싹~

“결국 유산됐다. 아쉽지만 다음 기회를 기약하자” “네….”

언뜻 아기를 가졌던 산모에게 날아든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전하는 듯한 이 대화. 사실 A은행 상품개발부 내에서 상품기획 추진에 실패한 부장과 한 직원과의 대화다.

은행과 고객을 연결해주는 고리인 상품의 종류는 거래 유형에 따라, 고객 성향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현재 은행에서 판매되고 있는 종류만 수 십가지. 과거의 것, 폐지된 것도 셈한다면 그 숫자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이처럼 은행마다 대표할 수 있는 상품을 기획하는 곳이 상품개발부다. 고객의 니즈, 은행의 경영전략, 시장동향, 부서간 이해관계 등을 모두 조율해야 하는 곳. 하나의 상품을 만들어내기까지 ‘산통’을 겪는 곳이다.

A은행 상품개발부장은 “직원들에게 상품이 자식이라는 생각을 가지라고 한다”며 “상품 기획이 중단됐을 때 실제로 ‘유산됐다’는 표현을 쓴다”고 말했다. 은행 내부 규정, 감독 기준, 부서간 의견 등 여러가지를 수렴하다보면 겪는 고충을 이겨내는 상품개발부의 노력과 애환을 짐작케하는 표현이다.

B은행 상품개발부장은 현재 금융고객들 사이에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월복리 적금 상품 출시 당시 내부 이견이 있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상품 기획 때 자금부쪽에선 복리를 해주면 비용이 크다는 입장을, 마케팅쪽에서는 월복리를 적용하자는 등 내부적으로 의견이 분분했었다”며 “결론적으로 성과를 거뒀지만 당시만해도 ‘은행 말아먹는다’는 얘기도 있었다”며 속상함을 토로했다.

사회통념이 상품개발의 장애가 된 경우도 있다. 지금은 ‘웰다잉’분위기가 형성되면서 각광받고 있는 상조상품이 대표적이다. 이 유형의 상품은 개발 단계에서만 해도 은행 안팎의 반대 목소리가 컸다.

C은행의 상품개발부 팀장은 “상조상품 개발 단계 때 부정적인 인식과 서비스 결함이 발생할 경우 민원의 소지가 많을 것이라는 의견이 너무 많았다”며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상품에 다 반영하려다보니깐 심리적으로 힘들었던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상조회사에서도 상품 아이디어를 물어올 만큼 분위기가 바뀌었고 상품평도 긍정적으로 바뀌어 보람을 느끼지만 당시엔 힘들었었다”고 덧붙였다.

상품개발부는 내부 분위기 뿐만 아니라 외부 시장 동향, 특히 경쟁은행 상품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대부분 상품개발부의 오전 업무는 신문 스크랩 및 기사 검색, 타은행 상품 출시 현황 등 은행 밖 분위기 파악에 초점을 맞춘다.

이 과정에서 만약 타은행 상품이 새로 나왔다면 해당 상품을 분석하는 것은 물론 내부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상품이 있는지를 체크한다.

한 시중은행 상품개발부서 직원은 “업계 및 타행동향 파악을 위해 타행 홈페이지에 방문하기도 하고 은행연합회 사이트도 들어가 본다”며 “아이디어를 얻기 위한 언론기사도 보고, 금리시장도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회와 업계를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어야 시의적절하면서 획기적인 상품을 기획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은행 안팎으로 의견 수렴을 많이 해야 하기 때문에 개방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B은행 상품개발부장은 “좋은 상품을 만들려면 은행원이면서 은행원 답지 않은 생각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항상 긍정적이고 창의적인 마인드를 갖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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