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그린인사이드]골프기록 그 불편한 진실

입력 2011-12-13 07:11 수정 2011-12-13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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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선수가 LPGA 투어 통산 100승을 하려면 아직 5승을 더해야 하지 않나요?”

한국선수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구옥희 이후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는 것은 이미 지난일. 대부분 언론은 한국(계) 통산 100승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기록상 따져보면 이것이 맞는 말일까. 아주 틀린 것도, 맞는 것도 아니다. 엄밀히 말하면 LPGA의 통계상 오류탓이다. 한국선수 및 한국계 선수가 우승하면 승수로 친다. 그런데 이 우승이 미국 국적이면 다시 미국 선수의 승수로도 사용된다. 한 가지 기록을 놓고 둘다 썩 먹고 있다. 아전인수(我田引水)도 이만저만한 게 아니다.

기록은 사실을 반영해야 한다. 그런데 보다 정확해야할 스포츠 기록이 누구의 잘못인지 몰라도 픽션처럼 허구화(虛構化)된 셈이다.

그래서 골프인들은 ‘95승이 진실이고 100승은 허구’라는 것이다.

펄신 1승, 크리스티나 김(김초롱) 2승, 미셸 위(위성미) 2승을 포함해서 100승이다. 이들 3사람의 5승 기록은 미국의 승수에도 잡혀있다는 것이 찜찜하고 불편하게 만든다.

2004년도 10월. CJ나인브릿지클래식에 출전한 크리스티나 김은 기자회견에서 “단 하루도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았다”고 했다. 그 후 1년 뒤 미국-유럽 골프 대항전에 출전한 크리스티나 김은 “나는 자랑스러운 미국인이다”라고 했다. 그것도 성조기를 온 몸에 도배질한 채. LPGA닷컴에도 크리스티나 김 사진옆에 성조기가 올라와 있다. 펄신이나 미셸 위도 마찬가지다.

기록 잘못은 이뿐만이 아니다. 일본프로골프투어(JGTO)와 미국프로골프(PGA), 유러피언투어(EPGA), 아시안(APGA) 투어도 나타난다. 공동주최하거나 PGA와 EPGA를 겸하는 대회는 상금랭킹에서 둘다 포함된다. 유럽투어는 때로 아시안투어와도 엮인다. 한개의 대회를 놓고 상금이 양쪽에서 인정받는 것이다. 이때문에 선수들의 정확한 상금액이 나오지 않는다. 유러피언투어 상금랭킹 ‘두바이 투 레이스’는 보너스까지 총상금에 들어가 있다. 기록으로 글을 남기려는 언론에 몸담고 있는 담당 기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한다. 나름대로 우승상금을 보태 기사를 내보낸 뒤 각국의 협회 기록실을 찾아 들어가보면 상금액이 틀리기 일쑤다. 무엇을 기준으로 써야 정확한 것인지 난감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일본도 예외는 아니다. 상금랭킹을 두가지로 분류한다. 하나는 일본투어만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PGA 4대 메이저인 마스터스, US오픈, PGA 챔피언십, 브리티시오픈 등에서 벌어들인 상금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도 미국과 유럽은 기록면에서 조금 낫다. 한국프로골프협회(KPGA)는 사무실을 이전하면서 협회 소속 선수들의 기록 자료를 일부 버리는 바람에 생애통산 상금 및 대회 타수 등 정확한 기록을 추적할 수 조차 없게끔 우(愚)를 범했다. 더 한심한 것은 이를 어떻게든 찾거나 선수들의 증언을 통해 기록 보존을 하지 않는다는데 있다.

올림픽골프도 마찬가지다.

2016년 브라질에서 재개되는 올림픽골프는 80년만에 부활하는 것이다. 그런데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112년만에 부활하는 것이라고 썼다. 올림픽골프는 1900년과 1904년에 열렸다가 1936년에 다시 개최했다. 독일 바덴바덴의 한 골프장에서. 3라운드까지 독일이 앞서다가 최종일 3타차로 영국에게 졌다. 우승 트로피를 수여하러 가던 아돌프 히틀러는 패했다는 소식에 열받아 열차를 돌려 베를린으로 돌아갔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그런데 이해가 안되는 것은 이렇게 수시로 오보(誤報)가 나가도 대한골프협회, 한국프로골프협회, 한국여자프로협회 등 선수 관련 골프단체들은 뒷짐을 지고 있다. 어느 곳도 이를 바로 잡으려고 보도 자료를 내거나 잘못된 기록에 대한 공식입장을 단 한번도 내놓은 적이 없다. 도대체 뭐하는 협회들인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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