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결국 IMF에 손 벌리나

입력 2011-11-30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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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또다시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제사회에 도와달라고 손을 벌릴 태세다.

좁게는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17개, 넓게는 EU 37개 회원국이 지구촌의 부자나라들이지만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음을 재차 고백한 형국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유로존 17개국 재무장관들은 29일(현지시간) 심야회의에서 긴급 구제금융자금과 관련해 IMF를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자력으로는 필요한 자금을 제대로 마련하기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EU 정상들은 지난달 26일 회담에서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의 가용 재원을 1조 유로 수준으로 늘리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이번 달 7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에서 마련키로 했으나 당시 재무장관들 역시 윤곽만 그리는 데 그쳤다.

당시 나온 확충 방안은 EFSF 기금 잔액을 위험국 채권 매입자에게 일정액을 보증해주는 지렛대로 삼아 운용 효과를 확대한다는 것이었다.

EFSF 총 기금은 4천400억 유로지만 그리스와 아일랜드 등의 구제에 이미 사용한 돈을 빼면 2천억-2천400억 유로가 남아 있다. 현재는 EFSF가 채권을 발행해 시장에서 자금을 만들어 전달해 잔액 이상으로 위기국가에 지원해줄 여력이 많지 않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덩치 큰 나라들이 위험해질 경우엔 아예 지원할 수 없다.

이에 따라 나온 것이 `레버리지' 방안이다. 이는 위험국 국채를 매입하는 투자자가 추후 발행국의 지급불능 등으로 인해 입는 손해액의 약 20-25%를 EFSF가 지급보증을 해주는 것이다. EFSF의 위기진화 능력을 5배 안팎인 1조 유로 규모로 키울 수 있다는 것이다.

29일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유로그룹)에서도 이와 관련해 특별히 진전된 것이 없다. EFSF 가용재원을 확충키로 했다는 것과 EFSF 보증비율을 20%에서 최대 30%로 정했다는 특별할 것도 없는 합의사항을 발표했다. 대형 은행이나 연금펀드 같은 민간 투자자와 비(非)유럽국가, IMF 등으로부터 자금을 받아 공동 투자기금을 1~2개 더 만드는 방안을 추진해 본다는 것도 예전에 밝힌 사항이다.

유로존은 이번 회의에서 오히려 자체적으론 1조 유로(의 기금운용효과)를 만들기 어렵게 됐다고 고백했다. 이탈리아 국채 발행금리가 위험선인 7%를 넘어 사상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유로존 위기가 깊어지며 금융시장 상황이 악화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적지 않은 전문가들은 오래 전부터 위기진화 재원 규모가 1조5천억-2조유로는 되어야 하며 보증비율도 20%로는 투자자 유인효과가 약하다고 지적해왔다. 유로존 지도자들이 뒤늦게 이를 수용한 셈이다.

장 클로드 융커 유로그룹 의장은 "야심을 줄이지는 않았지만 여건이 변했다. 1조 유로는 어렵고 그보다 적어질 것"이라고 시인했다. EFSF의 카를 레글링 총재는 "모든 것이 예측 불가능하다. 시장 여건 역시 시간이 지나면서 변할 것이어서 하나의 수치를 제시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설령 1조 유로를 조성해도 더 악화된 위기를 해소하기 위해선 태부족이다. EFSF 실제 기금을 증액해야 하지만 추가로 분담금을 낼 생각이 있는 나라는 많지 않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무한정 위험국 국채를 사들이는 방안은 독일 등이 반대하는데다 시장금리가 치솟는 상황에선 위험국 국채금리를 내리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ECB가 회원국 정부에 직접 대출해주는 것은 조약 상 불가능하다.

앞뒤가 다 막힌 상황에서 유로그룹이 찾아낸 `묘수'는 IMF 활용론이다. IMF의 대출 재원을 확대하되 한계가 있으니 유로존 회원국 중앙은행들이 IMF에 대출(양자대출)해주어 재원을 늘린 뒤 IMF가 다시 EFSF에 대출해주자는 것이다.

문제는 EU 국가들의 국가 중앙은행과 의회의 협조는 차치하고 IMF의 비(非)유럽 회원국들이 이러한 방식에 동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중국 등 자금여력이 있는 나라들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가 부자나라들을 지원하려면 상대의 자구 노력과 성의 표시가 있어야 한다고 지적해 왔다.

올리 렌 통화ㆍ경제 담당 EU 집행위원은 "유럽 국가들이 IMF에 양자 간 대출을 제공하며, ECB 등 EU와 유로존 산하 금융기관들의 참여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뤼크 프리덴 룩셈부르크 재무장관, 디에르 레인더스 벨기에 재무장관 등은 ECB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CB도 IMF에 양자 대출을 하는 우회적 방식으로 지원에 나서야 충분한 자금이 확보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독일 등의 완강한 반대로 ECB의 참여는 현재로선 봉쇄된 상태다. 비유럽 IMF 회원국들로선 유럽의 자구노력이 미약하다고 판단할 수 있다.

EU와 유로존 회원국들이 책임 분담을 꺼리고 필요한 자금과 정책 결정을 늘 필요한 것보다 작게 잡고 느리게 결정하는 사이에 그리스에서 시작된 유로존 채무위기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크리스티앙 느와예르 프랑스 중앙은행장은 29일 한 연설에서 "우리는 지금 진짜 금융위기를 보고 있다. 금융시장 전반이 피열되고 있다. 우리는 통화위기가 아니라 금융위기를 맞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가 불안해 하는 가운데 오는 9일 열릴 EU 정상회의가 파국을 막을 대책을 내놓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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