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찜찜한 서울대 수시모집 확대

입력 2011-11-29 15:55 수정 2011-11-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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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는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치러진 지난 10일 내년도 수시모집 비율을 80%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수능시험이 채 끝나기도 전에 부랴부랴 내놓은 입시방안이다.

서울대의 이번 방침에는 우려되는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서울대는 변별력이 떨어진 정시를 대신해 수시를 대폭 늘려 다양한 요소로 학생들을 선발하겠다는 입장이다. 시험 성적만 좋은 ‘수능형 인재’가 아닌 창의성과 잠재력을 갖춘 ‘스티브 잡스형 인재’를 선발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 다양한 요소는 학생들이 스스로 준비하기에 쉽지도 않을 뿐더러 현실성도 떨어진다. 학생의 잠재력만 보고 선발하겠다는 말을 믿는 수험생은 거의 없다. 현 정부가 도입한 입학사정관제나 특기자전형 등만 봐도 초·중학교 때부터 스펙 준비를 한 학생에게 유리하다. 한마디로 수시는 비교과영역에서 다양한 경험을 갖춘 특목고와 자율고 학생들을 위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수시모집 확대는 교육기회의 불균형과 고교 서열화의 악화라는 측면에서 이미 상당한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음에도 서울대가 굳이 비율을 늘리겠다고 한 것은 자율고 때문이다. 자율고의 첫 졸업생들이 내년 대입에 응시하기 때문에 우수 학생들을 선점하기 위해 서둘러 수시 선발인원을 늘린 것이다. 주요대학들도 서울대가 시작하면 도미노처럼 수시모집을 늘려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한때 특목고와 자율고 등의 우수 학생들을 선점하려는 대학들이 너도나도 수시모집을 확대하면서 자율고의 인기가 치솟았던 적이 있다. 최근 발생한 자율고 대규모 미달 사태와도 무관하지 않다. 서울대는 실패한 자율고 정책에 편승해 고교 평준화를 깨뜨리고 일반고를 슬럼화하는데 기름을 부어서는 안된다.

안 그래도 대학가기 참 힘들다. 복잡한 입시제도와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으로 멍드는 건 결국 평범한 학생들이다. 서울대는 수시모집 확대가 고교 교육 현장에 불러올 부작용까지 고려하면서 새 수시모집 입시방안을 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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