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거운 일터]술독 빠진 황 대리 "접대가 무서워"

입력 2011-11-16 1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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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또 하나의 스트레스

#1. 모 기계 제조업체의 영업직 사원 신모(32)씨는 요즘 피로회복제와 간 기능 강화제를 먹는다. 잦은 접대 때문에 몸이 많이 상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신씨의 하루는 고단했다. 그는 여의도에 있는 거래처 인근으로 이동해 점심을 먹었다. 그냥 먹는 일상의 점심이라면 편히 먹었겠으나, 거래처의 영업 실무자와 함께 하는 접대 자리였기에 밥 먹는 자리도 편치 않았다.

오후 업무를 마친 그는 세종로로 향했다. 또 다른 접대 때문이었다. 술을 못 마시고, 음악 감상을 좋아한다는 거래처 임원을 위해 음악회 티켓을 준비했다. 저절로 졸음이 오는 클래식 음악회였으나, 옆에 있는 임원을 생각하며 꾹 참았다.

다음 날 그는 술에 빠져 살았다. 워낙 술을 좋아하는 그이지만 접대용 술자리는 기분부터 다르다. 점심 접대 때도 폭탄주를 마신 그는 저녁 접대에서도 폭탄주를 또 마셔야 했다. 큰 거래 건이 걸린 접대였기에 거를 수 없었다.

이러한 생활이 며칠째 계속됐다. 결국 그는 몸에 이상 징후를 느끼기 시작했고, 약으로 병 기운을 없애고자 노력했다.

고된 가운데에서도 접대를 빠뜨리지 않는 이유를 묻자 그는 “지금의 접대가 회사로 봐서는 거래 성사의 열쇠가 될 수 있고, 개인에게는 접대가 처세의 지름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2. 모 물류업체 해외영업부에 근무 중인 직장인 황모(35)씨는 한 달에 접대비로만 400만원을 지출한다.

여러 번 접대를 하는 다른 영업직 사원에 비해 그는 보통 2~3번 정도의 접대에 그친다. 그러나 금액은 다른 사원에 비해 매우 큰 편이다. 황씨는 바이어들의 비중에 따라 금액 면에서 큰 차이가 생긴다고 설명했다.

그는 “보통 한 번에 100만~200만원 정도 접대비가 나간다”고 설명했다. 보통의 접대 치고는 통이 크지만 어쩔 수 없다는 것이 그의 설명. 한 달로 따지면 약 400만원 가까운 돈이 접대비로 쓰이는 셈이다.

그는 “내 돈이 아니라 회사의 돈을 쓰기 때문에 몸으로 체감하는 직접적 고충은 적다”고 말했으나 “그만큼 회사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해외 바이어들을 어떻게 하면 잘 모셔야 하나 하는 스트레스 때문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 직장인 10명 중 6명, “갈수록 접대하기 어렵다”=요즘 직장인들이 던지는 최고의 화두는 역시 접대다. 회사에 더 좋은 영업성과를 올리고 개인에게 빠른 승진과 좋은 대우를 이끌어내기 위해서 접대는 필수 불가결한 존재다.

우리 시대의 직장인들은 얼마나 자주 접대를 하고 있으며, 접대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취업·인사포털 인크루트가 최근 직장인 276명에게 업무 접대문화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81.2%가 접대를 해본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접대 경험자의 한 달 평균 접대 횟수는 2.4회 정도였다. 또 한 번 접대를 할 때마다 평균 48만7000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주로 접대하는 대상에는 영업 대상 고객 및 영업사(거래처) 직원(62.9%)이라는 응답이 가장 높았다.

이어 공공기관 관계자(12.9%), 상사나 임원(12.5%), 내부 관계부서 담당자(8.9%), 금융기관 관계자(0.9%), 기타(1.8%)순으로 나타났다.

접대방법으로는 술 접대(69.6%)가 가장 많았으며 간편한 식사(22.8%), 선물 제공(4.5%) 순이었다. 그 밖에 현금 제공(0.9%), 뮤지컬·공연 등의 문화접대(0.9%), 골프 접대(0.9%) 등의 응답도 있었다.

직장인 61.2% 는 ‘예전보다 접대하기 어려워졌다’고 응답했다. 이는 접대를 받는 이들이나 접대를 하는 이들의 수준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고, 전에 받은 접대보다 더 좋은 것을 원하는 사람의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접대 대상자가 접대를 거절한 적 있었는가’라는 질문에는 절반 이상인 53.1%가 거절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접대 대상자는 주로 ‘접대로는 도움이 안된다’(41.2%), ‘내부 접대 규정이 엄격해졌다’(38.7%), ‘너무 부담되는 금액의 접대라 곤란하다’(8.4%), ‘뇌물로 의심된다’(5.0%) 등의 이유로 접대를 거절한 것으로 조사됐다.

접대문화가 업무에 실제로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다소 도움’(50.7%), ‘매우 도움’(20.3%)이라고 답한 응답자가 10명 중 7명꼴을 차지했다.

◇접대용 술은 위스키·반말하는 접대 상대 제일 싫어=가장 대표적인 접대 방식으로 꼽힌 술 접대. 그렇다면 직장인들은 어떤 술을 어떻게 마시며 접대를 하고 있을까.

술 접대에 있어서는 위스키가 단연 ‘최고의 접대용 주종’으로 뽑혔다. 위스키는 대중적으로 소비되는 술에 비해 희소가치가 있기 때문에 접대가 목적인 특별한 자리에서 높은 선호를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탄주(22%)와 와인(19%)이 그 뒤를 이었다. 접대에서는 소주와 맥주 등 대중적인 주종에 비해 비교적 가격대가 높은 종류의 술이 모두 상위권에 올랐다.

접대 중 어색한 분위기를 풀기 가장 좋은 이야기 소재로는 연애, 결혼, 자녀 등과 관련된 사적인 이야기가 50%로 1위를 차지했다. 2위로는 연예인들과 관련한 가십성 이야기(48%)가 뽑혔다. 그러나 절반이 넘는 응답자가 ‘회사 얘기를 술 자리에서까지 진지하게 이어가는 사람이 싫다’고 말해 주로 가벼운 이야기로 술자리 분위기를 편하게 만드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접대 자리에서 가장 꼴불견인 사람으로는 10명 중 7명이 ‘예의 없이 반말하는 사람’을 꼽았다. 특히 자신보다 높은 위치에 있다고 무턱대고 반말하는 사람을 제일 싫은 사람이라고 응답했다.

접대 중 가장 힘든 순간은 ‘재미없는 이야기에 웃어주어야 할 때’였으며, 가장 많이 하는 거짓말은 외모에 대한 칭찬이 75%를 차지해 필수 접대멘트로 꼽혔다.

한편 과음을 피하는 노하우로는 ‘술 한 잔을 최대한 많이 나눠서 먹는다’(47%)와 ‘술 깨는 약을 먹는다’(35%)는 답변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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