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원 그들은 누구인가] ⑨사내·사외 결혼 풍속도

입력 2011-11-08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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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행원과 결혼 ‘대체방’ 아시나요

한 통장에서 돈을 찾아 다른 통장으로 입금시킬 때 은행원들은‘대체’라고 한다. 현금의 실질적인 입출금없이 서류상으로만 왔다갔다 한다는 의미에서다.

대체라는 말이 사용되는 예는 또 있다. 같은 은행직원끼리 결혼하는 경우다. 은행원들은 행내 직원끼리 결혼한 커플을 ‘대체방’이라고 부른다. 은행직원 중 10% 정도는 ‘대체방’이다. 이밖에 교환방(다른 은행 직원하고 결혼한 사람) 출납방(거래고객하고 결혼한 사람)까지 합하면 주위사람과 결혼한 은행원은 대략 20% 가까이에 이른다. 하나은행의 한 차장은 자신들의 동기 중 50% 가량이 대체방·교환방·출납방이라고 한다.

신한은행의 김모 차장. 그는 지점에서 근무하던 시절인 2001년에 ‘대체’를 찍었다. 상대는 같은 지점에서 일한 동료 여직원. 동기는 간단했다. 같은 지점에 근무하다 보니 우선 접촉할 기회가 많았다. 퇴근도 그렇고 회식도 같이 하는 경우가 잦았다. 가족같은 분위기가 지속되면서 정이 들었고 서로의 장단점에 대해 속속 알게 되면서 소위 ‘눈이 맞았다’고 한다.

대체방을 찍기 위한 필수조건은 뭐니뭐니 해도‘보안’이다. 결혼 때까지 보안을 유지하지 못하면 대체는 상당히 힘들어진다. 지점업무의 특성상 자칫 유혹에 빠질 수 있기 때문에 둘 중 한명을 다른 지점으로 보내기도 한다. 김 차장도 회식 후 우연히 지점에서 같이 근무한 A 선배가 알게됐다고 한다. 선배의 추궁에 얘기는 했지만 몹시 당혹스러웠다. 그러나 A 선배는 “내가 해 줄 수 있는 것은 조용히 있어주는 것”이라고 얘기했다는 것. 이는 같은 지점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한 선배의 배려였다.

반대로 국민은행의 이모 팀장은 지점 내 사람들의 강압(?) 속에 ‘대체’를 찍은 경우다. 이 팀장은 인천 부평지점 근무시절 지금의 부인을 만났다. 당시 미혼 남녀가 연애를 하지 않고 있는 것을 본 지점 직원들이 둘만이 있을 수 있는 시간을 자주 만들어줬다고 한다. 1년여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두 사람은 결혼을 하기로 했다. 이 팀장은 “당시 직원들이 결혼을 부추겼다”고 말했다. 이 팀장의 결혼 사실이 기정사실화된 이후 한명은 다른 지점으로 발령이 났다.

과거에는 은행원 절반정도가 대체방이었다고 한다. 은행원이 적었던 시절, 그리고 은행이 손꼽히는 직장이었던 시절, 은행원은 최고의 신랑감이었다. 여행원도 마찬가지였다.

한편 우리은행 박모 차장은 ‘교환방’이다. 교환방이란 다른 은행직원과 결혼한 사람을 말한다. 다른 은행에 어음이나 수표를 돌렸을 때 ‘교환’이라는 도장을 찍는다는 데서 따온 말이다.

‘출납방’으로 불리는 사람들도 있다. 출납이란 은행에서 손님에게 돈을 내주고 전표에 찍는 도장이다. 은행원과 손님 사이에 이뤄지는 결혼이 바로 출납방이다.

기업은행의 김모씨는 섭외 차원에서 출납방을 찍은 케이스다. 거액을 예금하고 있던 손님으로부터 자기 아들을 만나보라는 권유를 받았던 것이다. 김씨는 당시 워낙 주요고객이라 권유를 거절하지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씨는 결혼에 이르게 됐고 결국엔 은행을 떠나게 됐다.

이렇듯 은행원들의 결혼은 자체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자주 만나는 사람이 아무래도 정이 들기 때문이다. 물론 사내결혼은 다른 직장도 있다. 하지만 은행원은 그 숫자가 많다는 점이 다르다면 다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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