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 줄고 경쟁 세지고 “아~옛날이여”

입력 2011-10-27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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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원 그들은 누구인가]⑥국책은행 호시절 가고…

“안정적으로 직장을 다니기 위해 선택했습니다.”

이른바 금융공기업으로 불리는 국책은행인 산업·기업·수출입은행을 다니는 은행원들의 얘기다. 웬만한 사건에 휩쓸리지 않는 한 정년까지 자리 걱정을 안 해도 된다.

국책은행이란 정부에 의해 설립·운영되는 은행이다. 경제 개발이 본격화되던 1950~1970년대에 산업자본 조달, 수출 지원 등을 위해 설립됐다. 대표적인 것인 한국산업은행, 한국수출입은행, IBK기업은행 등이 국책은행에 속한다.

과거 저리(低利)주택자금대출 등 각종 복지혜택이 뛰어나고 장기저리 대출권이라는 막강한 힘까지 있어 취업자들에게 인기가 좋았다면 최근 국책은행은 심화된 취업난으로 인해 안정적인 직장으로서 인기가 좋다. 취업자들에 대한 인기도가 높지만 그 척도의 기준은 변한 것이다.

기업은행 C 과장이 기업은행 사람이 된 것은 지난 1999년이다. 당시만 해도 외환위기로 인해 대기업들조차 구조조정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취업자들에게는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 것이 최우선 과제였다. 이들에게 국책은행은 최선의 보금자리였다. 시중은행 조차 구조조정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지만 국책은행은 달랐던 것. 특히 복지혜택도 좋았다고 한다.

1990년 초반에 산업은행에 입사한 L차장도 높은 보수와 직업의 안정성 뿐만 아니라 시중은행보다 빠른 업무 경험의 기회 때문에 산업은행을 택했다. L 차장은 “입행 당시만 해도 보수도 높고 안정적이었다”며 “특히 시중은행들이 텔러부터 시작하는 것과 달리 기업금융, 투자금융 등의 업무를 바로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C과장이나 L차장의 이같은 생각은 입행 후 7~8년 동안은 빗나가지 않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시중은행이 점점 대형화하면서 사정은 달라졌다. 특히 정부가 국책은행에 대한 민영화를 추진하고 금융위기로 경제침체가 이어지면서 상황은 역전됐다.

먼저 시중은행에게 임금이 추월당했다. C과장이나 L차장의 입행시기가 같은 다른 시중은행의 동기보다 15~20% 가량 낮다.

시중은행과의 경쟁 역시 심화됐다. 이전에는 수신확보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면 최근엔 수신확보를 위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고객을 응대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일부 국책은행원들은 은행을 떠나 금융공기업으로 자리를 옮겼다. 산업은행과 정책금융공사로 분리되는 과정을 겪으면서 일부 산업은행 직원들이 자리를 옮긴 것이다. 산업은행 K 부장은 “시장에서 다른 은행과 경쟁하기보다는 안정을 쫓았던 일부 은행원들이 자리를 옮겼다”고 말했다.

인사적체도 좀체 해결될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은행장은 여전히 정부 전직관리들의 전유물이다. 기업은행의 경우 50년만에 내부승진을 통해 은행장이 왔지만 다른 국책은행은 요원하기만 하다. 국책은행 내부에선 ‘은행장이 되고 싶다면 행정고시를 통과하는 것이 가장 빠른 코스’라는 우스갯 소리가 있을 정도다. 결국 이전의 단점은 보완되지 않는 데다 장점마저 퇴색하고 있다는 게 국책은행에 몸담고 있는 은행원들의 고민이다.

지금 국책은행원들은 통제할 때는 국책은행임을 강조하고 수익을 내야할 때는 시중은행을 내세우는 현실속에서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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