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주 당부, 갤러리 마음을 움직이다

입력 2011-10-23 1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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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경주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주최한 ‘최경주-CJ인비테이셔널’에서 갤러리들이 휴대전화를 맡기기 위해 길게 줄을 서 있다. (CJ제공)
#‘최경주 CJ인비테이셔널’ 마지막 라운드 8번홀(파3), 한 갤러리가 카메라로 선수의 동작을 찍으려 하는 순간 관계자를 비롯해 다른 갤러리들이 그에게 찍지 말라는 제스쳐와 함께 무언의 압박을 가한다. 그러자 사진을 찍으려는 갤러리는 멋쩍은 듯 카메라를 주섬주섬 가방에 넣는다.

선진적인 갤러리 문화를 만들고 싶어 했던 최경주(41.SK텔레콤)의 간절한 바람이 갤러리들에게 전해졌나 보다.

국내 골프 대회를 찾는 갤러리를 보면, 눈살을 찌뿌릴 때가 종종 생기곤 한다.

지난 9일 한국에서 치러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하나은행 챔피언십이 그랬다.

이날 한 갤러리가 티샷을 준비하고 있던 선수에게 사진을 찍고 싶으니 얼굴을 돌려달라고 요청하는가 하면, 통제구역을 들어가려는 갤러리와 이를 막으려는 진행요원과의 실랑이는 다반사였다.

당시 한국의 갤러리 문화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보다못한 최경주가 입을 열었다. 지난 2일 신한동해오픈에 참가했던 최경주는 “미국의 경우 디지털기기 반입이 가능하지만 소음을 유발하는 갤러리는 거의 없다”며 “내 이름을 걸고 하는 대회에선 휴대전화와 카메라 반입을 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깜짝 발표를 하기 이른다.

23일 경기도 여주 해슬리 나인브릿지 GC(파72·7229야드)에서 열린 대회가 우려반 기대반으로 치러졌다. 이런 최경주의 바람이 와 닿았던 것일까. 다행스럽게도 갤러리 문화는 바꾸는 데 어느정도 성공을 거뒀다.

이날 경기장을 찾은 갤러리는 주최측 집계 8000명. 반면 핸드폰을 맡긴 갤러리는 621명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선수의 경기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불쾌감을 주는 행동을 한 갤러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이전 골프 경기장에서 보이던 모습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날 우승컵을 거머쥔 최경주도 “제 당부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준 갤러리들에게 감사드린다. 이런 협조들로 인해 코스에서 내 기량을 맘껏 발휘할 수 있었고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말하며 감사함을 표했다.

갤러리들도 긍정적인 반응이었다. 성남에서 경기장을 찾은 김성규씨는 “이제껏 여러 대회를 가 봤지만, 오늘처럼 갤러리들이 얌전했던 적은 처음이다”며 “갤러리들이 방해하지 않으니까 선수들 플레이가 더 좋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시작이 반이라고 했다. 아직 개선해야 할 점도 않지만 이번 대회에서 갤러리 선진화에 첫 걸음을 내딘 듯 하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한국골프와 함께 한국 갤러리 문화도 머지않아 세계적 수준으로 껑충 뛰게 될 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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