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펀드 수수료 인하는 '침묵'

입력 2011-10-23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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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수수료 인하 방침을 내놨지만 최대 수익원인 펀드 수수료 인하 요구에 대해서는 침묵을 지키고 있다.

은행들의 수수료 인하 방침이 생색내기에 그치지 않으려면 고객이 가장 많이 내는 수수료인 펀드 수수료부터 인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의 수수료 수익 가운데 고객들이 펀드, 보험 등에 가입한 뒤 내는 판매 대행 수수료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은 고객이 펀드에 가입할 때 가입액의 1%를 넘는 판매 수수료를 떼는 것도 모자라, 입출금, 수익률 공시 등의 비용이 들어간다며 매년 1%가량의 `판매보수'를 떼어간다.

주식형 펀드를 1200만원 가입한 사람이라면 1년에 12만원, 한달에 1만원씩 내게 된다. 계좌이체, 입출금 등으로 떼이는 은행 수수료가 한달에 수천원에 불과한 점에 비춰보면 판매보수로 나가는 돈이 얼마나 많은지 알 수 있다.

이 판매보수는 선진국에 비해 훨씬 비싸다.

고객들이 매년 내는 펀드 수수료 가운데 판매보수가 차지하는 비중은 선진국의 경우 10∼30%에 불과하다. 고객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펀드를 잘 운용해 수익률을 높이는 것이기 때문에 펀드 수수료의 대부분은 자산운용사에 `운용보수'로 돌아간다.

반면 우리나라는 펀드 수수료 가운데 판매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60%에 가까워 선진국의 2배가 넘는다. 판매보수가 워낙 크다 보니 펀드 수수료도 덩달아 높아졌다. 가입액의 1% 안팎을 수수료로 내는 미국과 달리 국내 가입자들은 무려 1.7%의 펀드 수수료를 매년 낸다.

펀드 판매보수가 이렇게 높은 이유는 은행이 펀드 판매시장에서 가지는 시장 장악력 때문이다.

펀드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찾는 곳은 은행이다. 적립식 펀드 판매시장에서 4대 시중은행은 각각 판매액 1∼4위를 차지하고 있다. 대형 은행들이 시장을 주도하다 보니 판매보수도 은행이 요구하는 대로 따라갈 수밖에 없다.

은행으로서는 `땅짚고 헤엄치기' 식의 돈벌이다.

올해 상반기 은행들이 거둬들인 2조2천567억원의 수수료 이익 가운데 펀드 등의 판매 대행 수수료로 벌어들인 이익은 절반을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보다 수수료가 싸다"고 강변하면서 정작 수수료 수익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에서 외국보다 훨씬 비싼 수수료를 받은 결과다.

하지만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는 들끓는 여론에 떼밀려 은행들이 검토하는 수수료 인하 대책에서 펀드 수수료 인하는 빠져있다. 이는 최대 수익원을 지키려는 은행들의 의도적인 `침묵'으로 읽혀진다.

금융소비자연맹의 조남희 사무총장은 "수수료 수익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문을 안 내리고 어떻게 서민을 위한 수수료 인하라고 말할 수 있느냐"며 "`생색내기 인하'라는 얘기를 듣지 않으려면 펀드 등의 판매 대행 수수료부터 내려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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