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퍼플오션을 찾아서]"할인점서 명품을"…역발상에 대박 터졌네

입력 2011-10-1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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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스톱 쇼핑공간 인식전환 시기…편의점·홈쇼핑 판매도 성공이뤄

▲홈플러스 잠실점 오르루체 명품관에는 프라다, 샤넬, 구찌, 페라가모 등 인기 명품 브랜드 상품 300여 종을 시중 백화점보다 20~30%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바야흐로 무한경쟁의 시대다.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 기존 사업으로는 성장을 꾀할 수 없다. 역발상만이 대박을 부른다. 할인점에서 명품을 팔 수 있을 것이라고 누가 생각 했을까. 명품은 백화점에서라는 공식을 깬 대형마트의 ‘마트 명품관’은 사업 초기 우려가 무색할 정도로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기존 관념을 과감히 뛰어넘어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요즘 유통가의 최대 화두는 퍼플오션(기존의 레드오션에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새로운 가치의 시장을 만드는 경영전략)이다. 국내 명품시장이 해마다 30% 이상씩 신장하며 연 5조원대를 형성, 현재 세계 4대 명품시장으로 부상했다. 명품에서 가능성을 엿본 유통업계의 ‘명품 퍼플오션’의 항해가 시작됐다.

#결혼 3개월 차 신혼주부 K씨, 결혼 전에는 사고 싶은 명품 백 하나쯤은 꺼릴 것 없이 샀던 그녀가 요즘은 남편 눈치 보기 바쁘다. 고가의 명품백은 커녕 매스티지(대중) 백 하나 마련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남편이 생일을 맞아 C사 백을 선물했다. 알뜰살뜰한 K씨의 남편이 가방을 구입한 곳은 다름 아닌 송파구 신천동에 있는 한 대형마트였다.

#결혼 2년차 주부 L씨는 요즘 결혼생활이 너무 행복하다. 올해 추석에 큰 맘먹고 시어머니께 G사 백을 선물했더니 남편도 좋아하고 시부모님의 사랑도 듬뿍 받고 있다. L씨가 G사 백을 구입한 곳은 다름아닌 집 앞 편의점이다. 그것도 시중보다 20%나 저렴하게 샀다.

“명품은 백화점, 식품은 할인점에서” 라는 공식이 깨졌다.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국내 대형마트가 작년부터 마트에서 명품을 판매하고 있다. 소위 ‘마트 명품관’이라고 불리우는 대형마트속 명품관은 사업 초기 ‘마트에서 명품이 팔릴까’라는 우려는 말끔이 없어졌다. 서민들이 즐겨찾는 대형마트에서 코치, 구찌, 프라다, 팬디 등의 명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마트 명품관’으로 성공을 거둔 곳은 홈플러스다. 이어 롯데마트가 가세하면서 대형마트 속 명품관은 월평균 매출 1억원을 상회하며 ‘마트 명품관의 전성시대’를 열었다. 대형마트의 퍼플오션 성공을 본 유통가는 명품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생활 밀착형 제품을 위주로 판매하는 편의점도 ‘편의점과 명품’이란 어색한 조합을 이끌어내 성공했고 홈쇼핑도 프미리엄 방송 확대에 더욱 주력하고 있다.

◇원스톱쇼핑공간 인식전환 ‘명품의 가능성’ 엿봐= ‘마트 명품’을 처음 들여온 것은 업계 1위 이마트다. 그러나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면서 마트 명품관 사업에서 쓴 아픔을 맛봤다. 이마트는 지난 2007년 3월 서울의 이마트 자양점에 업계 최초로 명품매장을 열어 10평 규모의 매장에 에트로, 펜디, 셀린느 등 명품 잡화를 판매했지만 석달을 채 넘기지 못하고 철수했다. 매출 부진이 이유였다.

이마트 자양점은 다른 마트들과 차별화를 위해 프리미엄을 내세웠다. 와인바 등 고급 MD뿐 아니라 백화점식 서비스를 들여왔고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해 명품숍도 들여왔다. 강남, 서초, 송파권을 아우르며 성공할 수 있을 것이란 예상과 달리 매장을 찾는 고객은 많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이마트의 명품숍이 너무 시대에 앞서나가 퍼플오션에 실패했다고 보고 있다. 당시에는 명품시장이 확대되고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명품은 백화점과 면세점에서라는 공식이 뚜렷했기 때문이다.

2010년 잠실점에 명품관을 들여온 홈플러스는 성공했다. 할인점이 단순히 생필품만을 구매하는 곳이 아니라 프리미엄급 상품이나 고급 상품까지 한번에 구매할 수 있는 원스톱쇼핑공간이라는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이 이루어진 시기에 사업을 꾀했기 때문이란 게 업계 측 분석이다.

전상균 홈플러스 테넌트패션사업본부 바이어는 “할인점이 원스톱쇼핑공간이라는 소비자들의 인식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고 고급 상품에 대한 고객들의 니즈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며 “오르루체 명품관은 할인점의 본질에 충실하게 고객들이 명품도 합리적인 가격대에 손쉽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소비자 권리를 강화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마트 명품관 ‘월 매출 1억’…편의점에서도 불티= 대형마트 명품관이 성공할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명품를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시기에 시중보다 싼 가격으로 공략했기 때문이다. 신상품은 시중보다 10~15% 가량 저렴하며 스테디셀러 상품은 20~30%, 이월상품은 최대 50%까지 싸다. 수입을 통한 유통마진 축소와 함께 특히 판매수수료를 시중 백화점보다 20~30%포인트 가까이 대폭 낮춰 백화점과 면세점보다 저렴한 가격에 선보일 수 있다는 게 업계 측 설명이다.

홈플러스 잠실점 오르루체 명품관에는 프라다, 샤넬, 구찌, 페라가모 등 인기 명품 브랜드 상품 300여 종을 시중 백화점보다 20~30% 저렴하게 판매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개점 일주일만에 매출 1억원을 돌파해 마트 전체 매출의 효자로 등극했다”며 “오픈 두번째 달인 작년 9월에는 1억8000만원까지 매출을 올렸다”고 설명했다.

현재 잠실점, 킨텍스점, 영통점, 부천상동점, 창원점, 센텀시티점, 계산점, 가양점, 중계점, 동광주점, 유성점 등 총 11개 점포에서 명품관을 운영하고 있다. 점포당 월평균 매출액은 적게는 5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까지 나오고 있다. 올해 상반기 명품관 매출은 약 30억원에 달했다.

롯데마트는 2010년 9월 말 1호점인 송파점을 시작으로 12월에는 2호점인 서울역점을 오픈했다. 각 점포별 월평균 매출이 1억3000만원 수준으로 당초 예상보다 25% 가량 높은 매출을 나타내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올해 4월에는 월드점 1층에 72㎡(22평) 규모의 명품 멀티숍 3호점을 오픈했다. 월드점 명품숍은 구찌, 팬디, 발레시아가 등 10여개 명품 브랜드를 갖추고 가방과 액세서리 등 총 200여개 상품을 시중가보다 10~20% 가량 저렴하게 판매한다. 특히 구찌 숄더백은 상품 구색을 기존보다 4배 가량 늘려 15개 스타일의 상품을 마련했다.

임창민 롯데마트 잡화담당 MD는 “가격이 저렴하고 A/S 등도 매장에서 직접 처리해주고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며 “가격경쟁력이 있지만 다양한 상품이 없다는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고객들이 많이 찾는 브랜드 상품의 구색을 다양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븐일레븐·바이더웨이가 지난 8월 편의점업계 처음으로 시도한 명품 판매도 큰 성공을 거둬 편의점도 명품사업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8월18일부터 9월13일까지 한시적인 판매였지만 준비한 구찌의 가방과 지갑 물량을 모두 판매했다. 당초 여성용 가방 5종과 지갑 1종을 각 5개씩 판매할 계획이었지만 시장 반응이 뜨겁자 가방 2종, 지갑 1종을 추가로 내놨고 총 62개나 팔았다. 이는 계획보다 2배나 더 판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생활 밀착형 제품을 위주로 판매하는 편의점에서 가치 소비형의 전형적인 품목인 명품을 팔아 성공적인 판매고를 달성했다”며 “역발상만이 대박을 부른다는 퍼플오션의 전형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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