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간첩사건 34년만에 무죄

입력 2011-09-23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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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중 내란음모 사건의 한 원인을 제공했던 '재일동포 유학생 간첩사건'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했던 김정사(56)씨와 유성삼(57)씨에게 34년 만에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8부는 23일 김씨 등이 청구한 국가보안법 위반 사건의 재심에서 종전 판결을 깨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1970년대 재일동포 출신으로 각각 서울대 사회계열, 한양대 의대로 모국 유학을 온 김씨와 유씨는 전방견학을 하면서 탐지한 국가기밀을 북한의 지령을 받은 재일한국민주회복통일촉진국민회의(한민통) 소속 공작원에게 전달한 혐의 등으로 1977년 4월 국군보안사령부에 체포됐다.

김씨와 유씨는 간첩혐의 등으로 그해 6월 기소돼 대법원에서 각각 징역 10년과 징역 3년6월이 확정됐으며 1979년 8월 형집행 정지로 석방될 때까지 복역했다.

당시 재판부는 김씨가 접촉했다는 한민통을 반국가단체로 낙인찍었고 이 판결에 따라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 사건 판결 때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한민통 결성을 준비하고 의장활동을 했다'는 것이 사형 선고를 내린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

재심 재판부는 "보안사에 의한 영장 없는 구속과 고문, 이후 계속된 위협으로 이뤄진 김씨 등의 자백은 증거가 되지 못한다"며 "김씨가 일본에서 한민통 대표를 만났을 때 그가 대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볼 증거도 없다"며 간첩혐의를 무죄로 판단했다.

또 "긴급조치 9호는 기본적 인권을 최대한 보장하도록 한 유신헌법이나 현행헌법에 비춰볼 때 표현의 자유나 청원권을 제한해 위헌이므로, 이들의 긴급조치 위반 혐의도 무죄"라고 덧붙였다.

이어 "김씨나 유씨가 친구들에게 한 발언은 월남 패망에 관한 일본에서의 일부 시각, 고모의 생활모습을 보고 느낀 당시 한국의 경제실정, 우연히 청취하게 된 북한방송을 통해 들은 서울대생의 데모 시도 상황 등으로 이같은 발언만으로 객관적으로 반국가 단체의 이익이 된다거나 그런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아들의 구속으로 고통받다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께 판결 선고를 들려 드리고 싶다'며 아버지의 영정을 들고 법정에 출석한 김씨는 무죄가 선고된 뒤 "무죄 판결이 우선 반갑다. 살아계셨다면 아버지께 보고드릴 텐데…"라며 "한민통이 반국가단체가 아니라는 점을 재판부가 언급하지 않은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유씨는 "우리가 수사기관에서 고문을 받았다는 것을 34년 만에 재판부가 인정해 줘서 좋다"며 "복역으로 공부를 계속하지 못한 것이 한이었는데, 비록 나이를 먹었지만 학교를 새로 다녀볼 생각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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