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현대차 i40, ‘왜건=아줌마 차’ 편견을 깨다

입력 2011-09-02 18:34 수정 2011-09-02 1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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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체 무게 배분 50:50 가까워…안정적 코너링·직진성능 돋보여

한국에서 왜건 차는 부정적 편견이 더 큰 차다. 가장 흔히 듣는 왜건에 대한 이미지는 ‘아줌마 차’. 왜건을 끌고 마트를 방문한 아줌마가 보조석에 아이를 태우고 뒷자리에는 구입한 물건을 잔뜩 싣는 모습 때문이다. 그만큼 왜건은 ‘짐차’ 내지는 ‘디자인이 예쁘지 않은 차’의 이미지가 강했다.

한국의 왜건 차는 1974년 기아산업이 만든 브리샤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그 후 토종 왜건 시장의 부활을 외쳤던 모델은 모두 실패했다. 1990년대 후반 현대차가 아반떼 투어링을 내놨지만 흥행 성적은 아반떼 세단을 따라가지 못했다. 대우차도 누비라와 라세티 왜건 모델을 내놨지만 시장의 반응은 차가웠다.

왜건은 뛰어난 공간 활용성과 안정된 구조 덕에 충분히 사랑을 받을 수 있는 모델이다. 그러나 그간 한국인은 ‘꼬리 긴 세단’만을 고집했다. 왜건이 한국 시장에서 철저히 무시당했던 이유는 편견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왜건은 정말 그저 그런 차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단호히 ‘아니오’라고 할 수 있다. 왜건은 자동차 무게 배분의 황금비율에 가까운 안정적인 차다. ‘아줌마 차’가 아닌 ‘진짜 남자의 차’라고 할 수 있다.

현대자동차가 야심차게 내놓은 중형 왜건 신차 i40는 ‘아줌마 차’라고 왜건을 놀리던 남성 소비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할 만큼 탄탄한 성능을 갖췄다. 시장 포지셔닝을 ‘신개념 중형 세단’으로 잡았지만, 영락없는 왜건의 모습이다.

◇ ‘플루이드 스컬프처’ 이미지 강조한 내·외관=

현대차는 자동차 기자단을 대상으로 부산과 경남 밀양 일원에서 i40 시승회를 펼쳤다. i40는 가솔린 2.0 GDI 모델과 디젤 1.7 VGT 모델로 나뉜다. 시승차는 가솔린 2.0 GDI.

첫눈에 i40를 만났을 때 “이 차가 왜건인가? SUV인가”하고 의아했다. 투박한 이미지가 굳었던 왜건답지 않게 디자인이 출중하다. 물 흐르듯 부드러운 곡선미가 돋보인다. i30 CW와는 또 다른 멋을 자아낸다. 실제로 부산시내 도로에서 만난 한 운전자도 “왜건답지 않게 차가 예쁘다”는 평을 했다.

전면에는 헥사고날(육각형) 그릴에 크롬 장식을 넣어 현대차의 플루이드 스컬프처 이미지를 강조했다. 절제된 고급미를 뽐내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옆면은 상대적으로 쏘나타보다 길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짧다. i40 내수 모델은 유럽 모델보다 45㎜ 길다. i40 내수 모델은 국내 자동차 규정 상 뒷범퍼를 빼야 하기 때문에 뒤꼬리가 툭 튀어나와 있다.

실내 공간은 넉넉하고 편안한 느낌을 준다. 전체적인 인테리어는 고급스러운 느낌이나 쏘나타의 디자인 테마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공조 장치의 방향은 전보다 다양해졌다. 최대 8가지 방향으로 바람이 전해지기 때문에 차 내부로 냉기 또는 온기가 전달된다.

핸들의 그립감은 손에 착 감긴다는 느낌을 저절로 받았다.

화물 수납에 있어서는 왜건다운 면모를 그대로 드러냈다. 적재물이 흔들리지 않도록 고정할 수 있는 러기지 레일을 걷어내고 검은색 덮개를 열면 또 다른 수납공간이 등장한다. 뒷좌석을 설치한 상태에서 최대 수납용량은 506리터. 뒷좌석을 걷어내면 수납용량은 세 배로 늘어난다. 최대 1672리터까지 물건을 실을 수 있다.

◇ ‘50:50의 힘’ 곡선 코스서 진면목 발휘=

i40는 운행 중 사용자의 편의에 맞게 3가지 모드로 조정해 운전할 수 있다. 기어 박스 오른편의 ‘E↔D↔S’ 버튼을 누르면 트랜스미션의 변속 시점이 조절되는 방식이다.

고속도로 직진 구간으로 들어선 뒤 일반 드라이빙 모드(D)에서 스포츠 드라이빙 모드(S)로 전환해봤다. 스포츠 드라이빙 모드는 일반 모드의 기어 변속 시점을 앞당겨 보다 고회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능이다.

스포츠 드라이빙 모드 선택 후 일반 모드에 비해 앞으로 달려 나가는 느낌이 더 강해졌다. 초기 가속력도 가볍고 경쾌하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자 차는 경쾌하게 앞으로 뻗어나갔다. 최고속도는 시속 180㎞. 그러나 이 이후 더 이상의 가속은 버거워하는 움직임이었다.

직분사식 엔진 장착 차는 상대적으로 태팃 소음이 심하다. 그러나 i40에서는 주행 중 옆 사람과 작은 목소리의 대화도 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소음이 적었다. i40에는 주행 중 소음진동을 줄이기 위해 대시보드와 엔진 룸에 흡음재를 넣었다. 차내 유리도 소음 차단 유리가 들어갔다. 정숙성이 한결 더해진 느낌이다.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한국인의 정서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핸들링은 유럽 차처럼 날카롭다는 느낌은 적지만 전달이 빠르다는 느낌은 쉽게 받을 수 있다. 현대차의 기존 모델에 비해 차의 하단부가 강화된 덕분에 서스펜션도 좋아졌다.

왜건은 곡선 도로에서 진면목을 발휘한다. 직선 도로에서는 무게 때문에 가속이 부족할 수 있으나, 곡선 도로에서는 페라리의 가속도 부럽지 않다. 안정적인 코너링 덕분이다.

i40 역시 곡선 도로에서 가장 큰 능력을 발휘한다. 무엇보다 차체 중량을 50:50에 가깝게 배분했기 때문에 안정적인 코너링을 보여준다.

레이싱 서킷을 연상시키는 U자 코스에서도 흔들림 없는 안정성을 보여줬다. 왜건이 갖고 있는 안정적 무게 배분 덕분도 있겠지만, 뒷바퀴의 멀티 링크 시스템이 안정적인 코너링에 결정적 한몫을 했다.

다만, 디젤 모델에 비해 가솔린 모델은 토크 힘이 적기 때문에 언덕길 주행 시 엔진 회전수(RPM)가 많이 올라갔다.

◇ 완성도 높인 프리미엄 왜건, 男心을 흔든다=

해외 명차 브랜드는 왜건 개발에 늘 도전적이었다. 아우디는 A6의 고성능 버전인 S6를 만들 때 왜건 모델만 줄줄이 내놨다. 볼보 역시 신차 레이스의 전면에 왜건 모델을 투입했다.

단순히 짐을 많이 싣기 위해, 실용성을 강조하기 위해 왜건을 만든 것일까? 아니다. 왜건은 자동차 무게 이론의 최적 개념인 ‘50:50’에 가깝게 맞춘 차다. 해외 명차 브랜드가 왜건을 내세운 것은 자동차 이론 교과서에 맞게 자동차 완성도를 높이겠다는 고집 때문이었다.

현대차는 유럽 시장을 정면 돌파하기 위해 스테이션왜건 i40를 내세웠다. 무엇보다 왜건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현대차의 제품 완성도가 유럽의 거대 브랜드 제품만큼 탄탄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겉이 멋진 차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모든 사람에게 진정 사랑받는 차는 완성도 높은 차, 속이 꽉 찬 차다. 특히 남자일수록 그런 차를 타고 싶어 한다.

i40가 왜건 마니아는 물론 모든 남성 운전자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모델이다. 자동차의 교과서적 이론을 실천에 옮겨 완성도를 한결 높였기 때문이다.

도로 위를 달리는 우직한 그 모습. 바로 그 이유 하나만으로 i40는 남심(男心)을 뒤흔들기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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