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도 실수를 하는 사람이었다.
'지구에서 가장 빠른 사나이' 우사인 볼트(25,자메이카)는 자신이 부정 출발 반칙을 범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 듯 극도의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볼트는 28일 오후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회 이틀째 남자 100m 결승에서 5번 레인을 배정받고 스타트 총성이 울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TV 카메라가 자신을 비출 때 양손으로 오른쪽과 왼쪽에 포진한 경쟁자를 가리키며 한껏 여유를 부렸던 볼트는 정작 결승 레이스에서는 긴장한 나머지 스타트 총성이 울리기 전에 몸을 크게 흔들며 스타트블록을 박차고 나갔다.
부정 출발을 직감한 볼트는 자신의 유니폼 상의를 벗고 허탈한 표정으로 경기장 바깥으로 나갔다.
볼트가 제대로 뛰어 보지도 못하고 100m 타이틀 방어에 실패하면서 2008년 베이징올림픽·2009년 베를린 세계대회에 이어 3개 메이저대회 연속 남자 단거리 3관왕을 달성하겠다던 그의 목표는 물거품이 됐다.
또 이번에 받은 충격으로 볼트는 앞으로 출전할 200m와 400m계주에서 최고의 기량을 발휘할지가 불투명해졌다.
전날 펼쳐진 100m 1라운드를 10초10의 가장 좋은 성적으로 가볍게 통과한 볼트는 준결승전에서 자메이카 동료이자 최종 우승자가 된 요한 블레이크(23)에 이어 10초05로 2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볼트는 결승전에서 강화된 부정 출발 규정에 발목이 잡혀 3년 이상 탄탄대로를 걸어오던 '단거리 황제'로서의 위상이 추락하는 뼈아픈 경험을 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