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 경제, ‘재패나이제이션’ 공포

입력 2011-08-21 18:10 수정 2011-08-21 2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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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럽 등 서방경제권, 1990년대 일본 ‘잃어버린 10년’ 답습 우려

미국을 포함한 서방 경제권이 1990년대 일본의 장기침체기인 ‘잃어버린 10년’을 답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섞인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른바 ‘재패나이제이션(Japanisation, 일본화)’ 공포다.

자산 가치 및 신용 버블 후 붕괴와 이후 민간 부문에 남겨진 거액의 채무, 긴축에 의한 경제 성장 둔화, 백약이 무효한 중앙은행의 처방전 등 현재 서방 경제권에서 일어나는 일들은 과거 일본이 잃어버린 10년을 겪으면서 모두 일어났던 일들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은 주식 및 채권시장의 움직임에 주목하며 서방 경제권도 국채가 주식 수익률을 앞지르면서 과거 일본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주 미국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60년 만에 처음으로 2%대 아래로 떨어졌고, 다시 2% 위로 올라왔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1.75% 선까지 낮아질 것이란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영국과 독일 등 유럽 선진국들의 국채 수익률도 크게 낮아지면서 과거 일본의 상황을 점점 더 닮아가고 있다는 평가다.

일본의 경우, 지난 1996년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2%선에 도달한 후 다시 오르지 못하고 있다.

FT는 금리 추이 외에도 막대한 정부 부채와 주식시장 급락 후 부진한 성장세 등도 과거 일본을 떠올린다고 전했다. 부실 채권으로 제기능을 잃은 ‘좀비 은행’들과 제로(0) 금리, 정치적 교착상태 등도 당시와 비슷하다는 설명이다.

과거와 다른 점이라면, 양적 완화와 같은 부양책이 효과를 발휘하지 못하고 있고, 과거 많은 장기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 투자를 줄인 것처럼 미국이나 유럽의 규제 도입 등으로 비롯된 자산 재배분이 나타날 가능성도 제기된다.

다카다 하지메 미즈호연구기관 이코노미스트는 “유럽과 미국 금융기관들에 대한 새로운 자본 규제 도입도 일본과 비슷한 변화를 이끌 수 있다”며 “이것이 일본화(Japanisation)를 심화시킬 것”으로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현재 서방 경제권이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을 답습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반박도 만만치 않다.

노무라증권의 폴 쉐어드 이코노미스트는 WSJ와의 인터뷰에서 “유사점은 있지만 일본의 실패를 반복하는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일본과 달리 현재 미국은 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지지 않았고 인구 고령화 문제에 시달리지도 않고 있다. 또 일본은 전세계 경제가 고속 성장했던 1990년대에 유일하게 장기 침체에 빠졌지만 이번엔 대부분의 선진국이 유사한 상황에 처해있다는 차이점도 있다.

쉐어드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당국의 정책 판단 실수가 장기 침체에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일본 당국은 금융기관이 안고 있던 부실자산문제를 인식하는데 너무 많은 시간 걸렸다며 이것이 금융정책에도 계속해서 걸림돌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중앙은행이 금융정책에 대해 ‘디플레 해소를 위해 필요하면 뭐든지 하겠다’는 자세를 취하지 않은 점과 정부가 재정재건 노선을 성급하게 시도한 것도 실수로 들었다.

그러나 현재 미국 등 서방 금융기관들은 (참는 것보다는)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고, 미 연방준비제도 역시 적극적으로 유동성을 늘리고 있기 때문에 일본과 같은 실패가 반복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정치적인 사정으로 일본처럼 시기상조하게 재정재건에 나설 가능성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미국이 일본과 같은 디플레에 빠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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