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폭우 속에서도 여유만만 박 대리… "아, 그 회사는 유연근무제지~"

입력 2011-08-10 10:38 수정 2011-08-1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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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근무제, '9 TO 6' 룰이 깨진다

▲직장인들이 8월 초 서울 및 중부지방에 집중된 폭우를 뚫고 출근하고 있다. 이때 많은 이들이 ‘출근대란’을 겪었으나 일부 ‘유연근무제’를 하고 있는 직장인들은 출근시간을 뒤로 미뤄 혼란을 피했다.

8월 초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에 사상 최악의 폭우가 내렸다. 직장인들의 출근시간과 겹쳐 혼란을 배가시켰다. 광화문, 강남 등 기업들이 즐비한 지하철역이 침수됐고, 지하철 운행에도 차질을 빚었다. 도로 역시 침수돼 버스 등 대중교통 운행을 마비시켰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오전 8시30분이나 9시까지 출근한다. 출근시간이 정해져 있으니 마음은 더 급할 수 밖에 없고, 이는 혼란을 가중시키는 원인이 된다. 이번 폭우 때도 출근시간에 늦을 것을 우려한 직장인들이 무질서하게 지하철 등에 올라타 혼란을 부추겼다. 지하철도 드문드문 운행하는 데다 무질서까지 겹쳐지니 그야말로 ‘출근대란’으로 불릴 만 했다.

하지만 이런 자연재해에도 느긋한 직장인들이 있다. 일부 기업들이 시행하고 있는‘유연근무제’ 덕분이다. 이 같은 폭우 사태 땐 출근시간을 미루면 그만이다. 출근대란은 남의 일일 뿐이다.

유연근무제는 정형화된 근무 제도에서 탈피한 신축적인 근무 제도를 뜻한다. 개인의 특성에 맞는 다양한 유연근무제엔 출·퇴근시간을 정하지 않고 어느 정도 자유를 부여하는 ‘탄력근무제’, 회사에 나오지 않고 집에서 근무하는 ‘재택근무제’, 1일 근무시간을 늘리는 대신 추가 휴일을 갖는 ‘집중근무제’ 등이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점차 유연근무제가 늘고 있으나 아직까지 보수적인 국내 기업 문화로 인해 시행률은 그리 높지 않다. 직장인들은 “업무 효율성과 사생활을 모두 배려할 수 있는 제도”라며 유연근무제 도입이 확대돼야 한다고 한 목소리로 주장하고 있다.

▲자료=인크루트

◇직장인 87% “유연근무제 도입 찬성”= 그렇다면 국내 직장인들은 현재 얼마나 유연근무제를 경험하고 있을까.

취업포털 인크루트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직장인 중 10% 만이 현재 유연근무제를 실시하고 있다고 답했다. 또 실시하고 있는 유연근무제 중엔 탄력근무제가 59.1%로 가장 많았다.

반면 유연근무제 도입을 원하는 직장인들은 86.5%에 달했다. 역시 탄력근무제를 41.1%로 가장 선호했으며, 다음으론 근무시간 선택제(29.2%), 집중근무제(12.1%), 재택근무제(7.8%)의 순이었다.

서초동 예술의 전당 앞 모 반도체 후공정업체에 근무 중인 직장인 이모(28)씨는 지난 비 피해 당시 아찔했던 경험을 잊을 수 없다. 비 피해도 피해지만, 지하철역에서의 혼란이 가장 최악이었단다. 출근하는 시간만 2시간 이상이 걸렸다. 탄력근무제를 실시했으면 이 같은 시간의 낭비는 없었다는 게 그의 항변이다.

이씨는 “사당역 방면으로 가는 2호선 운행이 차질을 빚으면서 그날 오전 진을 뺐다”며 “탄력근무제가 도입됐으면 나 같은 직장인도, 기업도 시간 및 노동력 낭비를 안했을 것”이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반면 의료기 마케팅업체에 근무 중인 직장인 박모(28)씨는 탄력근무제를 통해 폭우 당시 ‘출근대란’을 피했다.

박씨는 “아침에 뉴스를 보니 지하철 운행에 차질이 있는 것 같아 출근을 오전 11시로 미뤘다”며 “퇴근을 조금 늦게 하는 불편은 있지만 아침 시간 밖에서 지하철을 기다리며 고생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직장인들은 또 유연근무제가 개별 사생활을 배려한다는 장점도 있다고 얘기한다. 오전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등 시간 활용도 측면에서도 좋고, 자신이 가장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택하기 때문에 업무효율성도 높아진다는 설명이다.

직장인 손모(33)씨는 “보수적인 ‘나인투식스’ 근무형식에서 벗어나 효율성과 자율성을 모두 끌어올릴 수 있는 유연적인 근무제도가 더욱 확산돼야 한다”며 “최근엔 정부는 물론 대기업에서도 탄력근무제 등이 점차 늘고 있는데, 중소기업 등에도 확산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대기업들 유연근무제 도입 ‘탄력’= 대기업들도 최근 탄력근무제 도입을 확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5월 서울과 경기도 분당에 스마트 워크센터를 열고 재택 및 원격근무제도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원격근무는 집에서 먼 곳에 위치한 회사 사무실 대신 집에서 가까운 원격근무지를 방문해 업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삼성전자 직원들은 집이나 서울과 분당에 한 곳에 위치한 스마트 워크센터에서 업무를 보고하거나 결재하면 된다. 이는 KT, IBM코리아 등 일부 기업이 이미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원기찬 삼성전자 인사팀장은 “시간 및 공간 중심의 근무 방식에서 벗어나 업무, 성과 위주의 새로운 문화를 형성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도 지난 5월부터 탄력근무제를 시행하고 있다. 팀별 사정에 맞춰 오전 7시~10시 사이에 자율적으로 근무시간을 조절할 수 있다. 이는 비교적 보수적인 문화를 갖고 있는 정유업계에선 최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올 초부터 일부팀을 중심으로 탄력근무제가 시범운영되고 있다”며 “이젠 출근시간 조정으로 효율적으로 시간을 관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SK그룹은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해 SK텔레콤, SK가스, SK해운 등 각 계열사가 이미 탄력근무제를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LG이노텍도 지난해 6월부터 탄력근무제를 도입해 성공적으로 운영 중이다. 서울 본사와 안산 부품소재연구소 대상으로 실시되고 있다. 업무별로 주 담당자와 보조 담당자를 지정, 근무시간 대 차이로 발생할 수 있는 업무 공백을 줄이고, 회의시간은 공통 근무시간 내로 한정토록 하는 등 보완책도 제시했다.

LG이노텍 관계자는 “탄력근무제는 육아나 원거리 출·퇴근 시간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자기계발 등 개인역량을 높일 수 있는 시간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제약업계도 유연근로제 바람이 한창이다.

한국릴리는 지난해 초부터 영업부서를 제외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재택근무제를 도입했다. 재택근무를 신청한 직원들의 자택에는 회사 부담의 컴퓨터, 전화, 인터넷 등으로 홈오피스가 차려진다. 이 회사는 또 지난 2005년엔 탄력근무제를 도입, 현재까지 시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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