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주식고수]⑨고레카와 긴조

입력 2011-08-09 13:22 수정 2011-11-02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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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마주 비법·거북원칙으로 가치주 발굴

“주식으로 성공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1992년 2월 일본 증권가에 심상치 않은 문구가 날아들었다. ‘투자의 신(神)’으로 불리는 고레카와 긴조(是川 銀藏, 1897~1992)가 95세에 집필한 그의 유일한 자서전의 서문은 일본 증권계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일본증시가 자랑하는 최고의 베테랑이자 일평생 가치투자의 원칙을 지켜 놀라운 수익률을 기록했던 그마저도 주식투자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이 문구는 주식으로 돈을 벌 수 있다는 아마추어의 환상을 깨고 잘못된 편견을 바로 잡으려는 노병의 충심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자서전을 내고 몇 달 뒤 그는 사망했다.

그는 ‘월가에 워렌 버핏이 있다면 카부토쵸(도쿄 증권거래소가 위치한 거리)에는 고레카와 긴조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철저한 가치투자의 신봉자였다. 오히려 워렌 버핏보다 앞서 가치투자로 요약되는 몇 가지 원칙을 발굴해냈다는 점에서 그를 가치투자의 원조로 보는 시각까지 있다. 그는 치열하게 공부하고 직접 부딪치며 저평가된 우량주 발굴부터 역발상 매매 등의 심리전까지 몸으로 터득했다. 고레카와는 “주식매매는 그 자체가 벨까 베일까를 결정하는 진검승부”라며 “승부에서 이겨 쾌감을 느끼려면 그만큼 철저한 준비가 필수다”라고 늘 강조했다.

◇가치주를 찾아내는 ‘넝마주 비법’과 ‘거북3원칙’=‘넝마주 비법’은 넝마주로 불리며 사람들의 외면을 받는 주식을 싼 가격에 사서 오를 때까지 지긋하게 기다리는 전략이다. 저평가 우량주를 저가에 매수해 가치가 주가에 반영될 때까지 장기간 보유하는 것이다. 이 방법으로 고레카와는 넝마주라며 사람들이 소외시킨 주식에서 반짝반짝 빛나는 금맥을 발견해냈다. 1977년 불경기로 매수세가 실종된 일본시멘트 주식을 사들여 기다렸다가 경기부양책이 발표되자 시장에 내다팔아 거금을 벌어들인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무작정 오를 것이라는 기대로 싼 주식을 사들인 게 아니라 몇 년 후의 경기전망과 정부의 정책변화, 해당산업의 동향 등을 모두 고려해 종목을 발굴해냈다.

‘거북 3원칙’ 역시 오를만한 주식을 물밑에서 사되 시세가 날 때까지 지긋이 기다린다(1원칙), 경제와 시세동향으로부터 눈을 떼지 말고 늘 공부한다(2원칙), 과욕은 기대하지 말고 수중의 자금 안에서 투자한다(3원칙)이다.

이처럼 조심스럽게 가치주를 찾는 전략에는 주식투자를 즐기면서도 두려워했던 그의 철학이 담겨있다. 그는 “개인투자자가 주식으로 성공할 수 없다”는 지론을 갖고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주식투자만큼 매력적인 것도 없다”며 내심 즐겼다. 이런 태도는 그를 투자를 자체를 즐기면서도 늘 위험에 대한 대비책을 준비하게 만들었다.

고레카와는 주식투자의 위험성에 대해 일반 대중에 두 가지 경고를 했다. 첫 번째는 자신이 가진 자금 범위 내에서 투자하라는 것이다. 신용거래로는 오를 땐 레버리지로 추가 수익을 올릴 수 있지만 떨어질 땐 충격이 일파만파로 커진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하락 때 재빨리 팔 수 있다는 건 환상에 불과하고 이 때 물타기에 나서는 것은 원금뿐 아니라 가족, 친척과 돈까지 잃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두 번째는 신문과 잡지에서 큰 제목으로 뽑은 재료를 맹신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는 “다른 사람의 의견이나 신문·잡지 기사를 보고 돈을 벌겠다는 생각은 그 생각 자체가 이미 실패의 원인이 된다”고 조언했다.

◇탐욕을 이기기 위한 복팔분(腹八分) 정신

고레카와는 욕심을 버리지 않는 한 주식투자는 필패(必敗)라고 일침을 놓으며 탐욕을 이기기 위해 복팔분을 염두에 둘 것을 강조했다. 복팔분이란 배의 80%만 채우라는 의미로 배부르지 않고 약간 모자라게 먹으라는 것을 뜻한다. 과식하지 않는 적절한 식습관을 몸에 익히면 의사가 필요 없듯 과도한 욕심을 부리지 말라는 메시지다. 약간의 이익은 시장에 남겨주고, 확실한 이익만 챙기자는 게 복팔분 정신이다.

고레카와 역시 매수보다 매도가 어렵긴 마찬가지였다. 매수타이밍을 잘 포착했어도 매도에 실패하면 이익은 물론 원금까지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매도가 어려운 이유로 욕심을 부리거나 남의 말을 듣는 것을 원인으로 꼽았다.

고레카와는 “절도를 잃고 과욕을 부리면 필연적으로 참패한다. 천장에서 사지 않고 바닥에서 팔지 않는 마음자세로 주식투자에 임해야 한다”며 “시세는 결코 희망대로 움직이지 않으며 희망적 관측은 반드시 배반한다”고 탐욕을 경계했다.

복팔분 정신에 따라 그는 정의감 없는 투자도 혐오했다. 돈벌이만 된다면 뭐든 한다는 작전세력 등은 그의 경멸대상 1순위였다. 1980년경 가치 없는 잡주를 의도적으로 끌어올려 되파는 작전이 펼쳐졌다. 고레카와는 손을 잡자는 작전세력의 제안을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이들에 정면으로 도전해 승리를 거뒀다. 그가 사후에도 투자자에 존경받는 이유는 높은 수익률에만 있지 않았다.

<고레카와 긴조의 10대 투자원칙>

1. 수면 하에 있는 우량한 것을 골라 지긋하게 기다려라

2. 경제·시세동향으로부터 항상 눈을 떼지 말고 스스로 공부하라

3. 과도한 욕심은 부리지 말고 늘 수중의 자금만으로 행동하라

4. 종목은 남이 추천하는 게 아니라 자신이 공부하고 판단해서 골라라

5. 2년 후의 경제변화를 스스로 예측하고 경제와 시세의 대국관을 가져라

6. 주가에는 타당한 수준이 있기 때문에 탐욕을 내지 말라

7. 주가는 실적으로 결정되기 때문에 인위적인 완력시세는 멀리 하라

8. 불의의 사태 등 리스크에 늘 대비하라

9. 투자할 때 개인적인 감정을 넣지 말라

10. 눈앞의 돈만 생각하는 매매보단 더 넓은 투자의미를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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