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러 엑소더스 가속화…슈퍼엔고에 떠는 일본

입력 2011-08-0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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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정부 체력 바닥...만년 엔고 우려 고조

70년 만에 벌어진 미국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충격에 일본이 떨고 있다.

미국 경제에 대한 불신이 극에 달하면서 안전 자산인 엔화에 강한 매수세가 유입, 슈퍼엔고 조짐이 가시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 강세는 일본 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수출기업들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불황과 산업 공동화의 주요인이 되고 있다.

이는 동일본 대지진의 충격에서 겨우 빠져나오고 있는 일본 경제에 최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일본은 이같은 엔고가 정착될 수도 있다는 우려를 떨치지 못하고 있다.

◆ 엔고, 백약이 무효 = 엔화 가치는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 이후 달러에 대해 사상 최고치인 76.25엔을 기록, 최근에도 이에 근접했다.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은 지난 3월과 8월4일 엔화 매도·달러 매입을 통한 시장 개입으로 엔고 저지에 나섰지만 워낙 강한 엔고 기세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신용에 상처가 난 이상 달러 엑소더스는 말릴 수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미국 유명 투자가인 짐 로저스는 지난 2일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나를 포함한 전세계 투자가가 달러를 투매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과 유럽의 재정 우려로 상대적 안전 자산인 엔화에 매수세가 유입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이다.

중국 사회과학원 아시아 태평양 연구소의 리샹양 소장은 “미국은 채권자의 이익을 배려하지 않고 정치 문제에만 매달리고 있다”면서 달러 자산의 보이코트를 호소했다.

▲달러/엔 환율 추이

◆ 달러 팔고 엔에 올인 = 문제는 달러에서 이탈한 자금이 모두 엔으로 몰리고 있다는 점이다. 엔은 달러나 유로 다음으로 유동성이 높은데다 일본이 대외 순채권국이어서 신용 경색이 고조되면 자금이 모이기 쉬운 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디플레이션도 엔에 자금이 몰리는 이유다. 물가가 계속 하락하면 통화 가치는 오른다. 기업들은 일본 국내에서 싼 값에 물건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엔화 가격이 다소 상승해도 수출의 가격 경쟁력이 그정도로 낮아지진 않는다.

현재 물가 변동의 영향을 제외한 엔화 가치는 사상 최고를 기록한 1995년 4월보다 여전히 30% 가량 낮은 수준이다.

HSBC는 이 같은 물가와 환율의 상관관계에 주목, “엔은 스위스프랑보다 저평가됐다며 한층 더 오를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미스터 엔으로 불리는 환율전문가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가쿠슈인대학 교수는 7일 한 TV 프로에 출연해 엔화 가치가 달러당 70엔대까지 치솟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기업·정부 체력 바닥...엔고 정착하나 = 그동안 디플레이션·엔고 대응의 악순환을 반복해온 기업과 금융당국 모두 체력이 한계에 도달하고 있다.

기업들은 환율 리스크를 피해 자국내 생산을 포기하고 생산 거점과 원자재 조달처를 해외로 옮기는 움직임이 강해지는 한편, 금융당국은 더 이상 내밀 카드도 바닥이 났다.

가토 다카시 전 일본 재무관은 이에 대해 “비제조업 등 내수형 산업 육성이 늦은 트라우마”라고 진단했다.

일본 정부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엔화 방출을 계속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 4일 오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으로 엔화를 방출했고, 몇시간 뒤 일본은행(BOJ)은 통화정책을 완화했다.

하지만 약효는 일시적이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달러 약세에 따른 상대적 엔화 강세가 일본에 정착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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