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경제] 국가 위기관리 콘트롤타워가 없다

입력 2011-08-04 12:39 수정 2011-08-04 13: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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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터질 때마다 늑장대응·책임회피…위기관리 시스템 ‘구멍’靑 위기관리실 있지만 실질 권한 없어官 주도 지양…국민참여체제로 전환을

지난달 26~28일 중부지방에 집중된 폭우로 수많은 사상자와 재산피해가 일어났다. 군경과 민간인 등 범국가적으로 사태수습을 위해 안간힘을 썼지만 수마(水魔)에 상처받은 민심은 쓰리기만 하다.

이번 폭우피해 이후 다시 한 번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이 도마 위에 올랐다. 급작스런 폭우로 피해를 원천봉쇄하기 어려웠다는 정부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지만, 안보위기나 천재지변과 같은 자연재해가 있을 때마다 정부의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조치가 이제는 근본적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물가대란으로 정부가 대통령의 특별지시로 부랴부랴 장관급의 물가관계 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대국민 아이디어를 공모하는 등 정부능력의 한계를 보여주고 있다”며 “사후대책 마련보다는 선제적 대응을 할 수 있는 혜안이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 국가위기관리 왜 중요한가=현대사회로 들어서면서 정치·경제·사회·문화 각 분야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모두 유기적으로 연관된다. 따라서 어느 한 부분에서 위기상황이 발생하면 해당분야에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회 다른 영역까지 악영향을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지난달 폭우와 같은 자연재해나 과거 연평도 포격, 천안함 피격 등과 같은 사태가 발생하면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인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대북리스크는 증권·금융 등 자본시장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더욱이 개성공단에 입주한 기업입장에서는 남북관계 악화가 기업의 존폐와도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민간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분단국이라는 우리나라 현실에서 안보와 경제는 더욱 밀접하다”며 “안보에 대한 보장 없이 국가경제발전을 생각하기 어렵다”고 단언했다.

그는 “대북 리스크는 국내 증시에도 악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해외진출과 외국인투자를 추진하는 기업들의 경영에도 적잖은 영향을 끼친다”고 덧붙였다.

위기관리분야 전문가들은 현대사회는 특히 다양하고 복합적인 위기를 겪고 있으며, 개별적인 위기들이 서로 영향을 미치며 새롭게 복합위기(hybrid crisis)가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점점 국가의 위기관리능력은 중요성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중부지방에 내린 폭우로 많은 피해가 일어나자 국가우기관리시스템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27일 이명박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서 상황을 점검하는 모습.(사진제공=청와대)
◇ 국가위기관리실 위상↑·실효성↓=우리나라가 국가위기관리에 체계적인 관심을 갖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3년 참여정부로 거슬러 올라간다. 참여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처 내에 국가위기를 총괄조정하는 ‘위기관리센터’를 설치, 본격적으로 체제를 정비했다.

위기관리센터는 포괄적 안보에 속하는 대형 재난재해와 국가 기능마비 등 다양한 위기유형에 대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예방과 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특히 다양한 위기요인을 평가해 국가차원에서 관리할 33개 위기유형을 선정하고, 각 유형별 대응 매뉴얼을 수립하는 등 국가위기관리의 체계적인 대응의 초석을 닦았다.

이명박 정부가 출범한 이후 지난해 12월 청와대 내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수석급 비서관이 실장을 맡는 국가위기관리실로 격상하고 북한의 군사적 도발과 자연재해 등 모근 국가위기 상황에 대한 초동대응을 주관토록 했다.

하지만 국가위기관리실은 대통령 보좌업무만 하고 있을 뿐 법적 집행권을 갖고 있지 못하다. 자연재해의 경우 행정안전부 장관이 본부장을 맡고 있는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재난관리를 총괄하고 있어 업무 중복성과 국가위기관리실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안철현 위기관리연구소 소장은 “현 정부 출범 이후 위기관리센터가 위기관리실로 격상됐지만 실질적인 권한이 없어 위기 관리기능은 오히려 쇠퇴했다”고 말했다.

◇ 범국가적 위기관리 동참 필요=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이 매우 단편적이고 지협적이라고 지적한다.

이재은 국가위기관리학회장(충북대 교수)은 “개별국가 중심의 위기관리시스템 뿐만 아니라 동북아시아 지역 또는 아시아 지역 등 넓은 범위 내에서의 위기관리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일본 대지진 당시 원전폭발과 같은 사례의 재발 가능성은 충분히 있기 때문에 이를 예방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것.

이 교수는 또 “국가위기 전반에 걸친 일원화 된 법체계가 필요하다”며 “아울러 국가위기 발생 이후 사태수습을 위한 예산보다 예방을 위해 예산을 배정하는 재정구조 개선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정부주도의 위기관리를 국민 참여를 통한 위기관리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안철현 소장은 “현대사회가 직면한 다양한 위기상황은 정부 혼자서 하기는 어렵다”며 “국민과 시민단체,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등 다양한 주체들이 상호조정 및 협력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구성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 교수는 “국가가 국민의 일상적인 위협도 챙겨야 진정한 위기관리”라며 “교통사고나 자살사고 등과 같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진정한 국가위기관리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경제정책을 잘 펼치지 못해 국민의 재산을 보호하지 못하는 것은 국가위기관리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다는 반증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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