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계열사간 거래 다 나쁘다고?

입력 2011-07-22 11:16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이석중 수석부국장 겸 산업1부장

대기업의 계열사 간 거래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는 ‘대기업들이 동반성장에 소홀하다’며 대기업의 ‘계열사간 거래’를 ‘일감 몰아주기’로 칭하고 원색적으로 비난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언론까지 가세해 대기업 계열사 간 거래를 비도덕적이라 몰아붙이고 있다.

‘계열사 간 거래’ 보다 ‘일감 몰아주기’라는 표현이 내용을 잘 모르는 사람들 조차 나쁜 짓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감이 안 좋다.

일단 기선을 잡고, 여론까지 등에 업은 정부가 공세의 고삐를 죄고 있다.

김동수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21일 “MRO(소모성 자재구매 대행)는 물론 SI(시스템 통합), 건설업체 등의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속도감 있게 보고 있으며 올해 안에는 결과는 물론 제재 여부까지 마무리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방향이 정해 있다는 어투다.

이에 앞서 임태희 대통령 실장은 ‘대기업의 MRO는 변칙 부당거래이며 일종의 지하경제’라고 지적했다. 또 ‘부를 편법 대물림하는 것이기 때문에 과세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까지 했다.

정부 관계자들이 지적하는 것 처럼 계열사 간 거래가 편법적인 부의 대물림을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거나, 부당하게 이익을 빼돌리는 수단으로 활용되거나, 경쟁을 제한하는 경우라면 혼을 내고 잘못을 고치는 게 옳다.

그러나 정부가 일감 몰아주기로 폄훼하는 계열사 간 거래에는 분명 양면성이 있다.

MRO가 대표적이다. 구멍가게 사업 대기업들이 계열사들을 만들어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는 경제성과 효율성을 위한 선택이다.

개별 회사가 일일이 소모성 자재를 구매하려다 보면 해당 부서가 수요를 파악해야 하고, 재고가 부족하면 주문을 해서 부서별로 나눠줘야 한다.

소모성 자재 구입을 위한 인력이 필요하다. 수십개의 계열사가 있는 대기업그룹의 경우 계열사 마다 사정이 비슷하다.

삼성그룹의 아이마켓코리아나 LG그룹의 서브원 등 소모성 자재 구매를 대행해 주는 회사가 그래서 나타났다.

문구류를 비롯해 각종 소모성 비품이 필요할 경우 전화로 주문하면, 즉시 사무실로 배달을 해 주기 때문이다. 경비도 절감되고, 편리하기 까지 한데 안할 이유가 없다.

대신 회사 주변에 있던 소규모 문구점이나 구멍가게들의 매출이 줄었다.

일반 국민들이 주말이면 집 주변의 구멍가게 대신 대형 할인점에서 일주일치 생필품을 구입한다. 규모의 경제 효과이며, 시장경제다.

대기업의 MRO 계열사들의 설립과 존재 이유도 같다. 정부가 발주하는 대부분의 사업도 가격을 우선하지 않는가.

정부는 비용 효율성을 내세우면서 대기업은 그러지 말라는 것은 지나치다.

SI 업종도 크게 다르지 않다.

초기에는 개별 회사에 있던 전산실을 통합 관리함으로써 경비를 줄이기 위한 시도였으나, 지금은 새로운 수익 업종으로 자리잡았다.

규모의 경제 효과가 있다 보니, 중소기업이나 관련 계열사가 없는 금융기관들이 관련 사업을 맡기는 것이다.

아직도 진행 중인 유성기업 파업 사태는 시사하는 바가 더 크다.

완성차 1대에는 2만~3만개의 부품이 필요하다. 핵심 부품도 아니고, 하잘 것 없는 피스톤 링을 독점 생산하는 유성기업의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현대차를 비롯한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이 차질을 빚었다.

유성기업과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해 완성차 업체들이 또 다른 부품업체의 설립을 지원하거나, 자체적으로 계열사를 만들 수도 있다.

계열사를 만들게 되면 유성기업의 운명은 불문가지다.

어느 경우든 대기업들의 힘을 내세워 중소기업을 억압하거나, 시장질서를 깨뜨려서는 안된다.

그러나 계열사간 거래가 필요에 의한 경우가 많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계열사 간 거래 비중이 높다는 이유 만으로 비난해서는 안된다.

‘계열사간 거래’와 ‘일감 몰아주기’의 차이를 이해하는 게 우선이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큰 손 美 투자 엿보니 "국민연금 엔비디아 사고vs KIC 팔았다"[韓美 큰손 보고서]②
  • 개인정보위, 개인정보 유출 카카오에 과징금 151억 부과
  • 강형욱, 입장 발표 없었다…PC 다 뺀 보듬컴퍼니, 폐업 수순?
  • 지난해 가장 잘 팔린 아이스크림은?…매출액 1위 공개 [그래픽 스토리]
  • 항암제·치매약도 아닌데 시총 600兆…‘GLP-1’ 뭐길래
  • 금사과도, 무더위도, 항공기 비상착륙도…모두 '이상기후' 영향이라고? [이슈크래커]
  • "딱 기다려" 블리자드, 연내 '디아4·WoW 확장팩' 출시 앞두고 폭풍 업데이트 행보 [게임톡톡]
  • '음주 뺑소니' 김호중, 24일 영장심사…'강행' 외친 공연 계획 무너지나
  • 오늘의 상승종목

  • 05.23 장종료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96,000,000
    • -0.11%
    • 이더리움
    • 5,248,000
    • +1.35%
    • 비트코인 캐시
    • 697,500
    • +0.14%
    • 리플
    • 729
    • -0.82%
    • 솔라나
    • 244,400
    • -1.25%
    • 에이다
    • 667
    • -0.6%
    • 이오스
    • 1,176
    • -0.25%
    • 트론
    • 164
    • -2.96%
    • 스텔라루멘
    • 153
    • +0%
    • 비트코인에스브이
    • 91,100
    • -2.62%
    • 체인링크
    • 22,860
    • -0.61%
    • 샌드박스
    • 631
    • -1.25%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