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북】힘껏 주먹을 뻗어봐! 절망이 사라져

할수 있다, 믿는다, 괜찮다/김주희 지음/다산북스 펴냄/12000원/246쪽/

김주희가 ‘여성 프로복서 챔피언’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기에 겪어야 했던 아픔은 너무 많았다. 집나간 엄마, 생활능력 없는 아빠, 지독한 가난에 시달렸지만 한창 권투에 몰두할 때 아빠는 치매 판정을 받았다. 하지만 그녀는 링 위에 계속 서 있기 위해 달리고, 싸우고, 버텼다.

돈 없어도 달리기만 잘 하면 집을 일으킬 수 있다는 희망으로 노력했지만, 세상이 노력만으로 되는 것은 아니라는 억울함만 배우고 펼쳐보지도 못한 꿈을 접었다. 억울함 끝에 발견한 빛은 가로세로 7m의 링 위였다.

16세에 국내최초로 여자 프로복서에 데뷔한 그녀는 올해 데뷔 10년차를 맞았다. 그 사이 ‘챔피언’이라는 타이틀도 얻고 더 단단해지고 강해지는 법을 배웠다. 이런 그녀에게 독기와 오기만 남았을 거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렇다면 큰 오산이다. 그녀는 이런 아픔들 속에서 긍정과 희망을 전한다.

지금 아파하고 있는 청춘들이야말로 누구보다 자신에게 짐 지워진 힘겨운 상황을 간절하게 벗어나고 싶어 한다. 스물여섯 챔피언 김주희의 이야기에 주목하게 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지금 20대들에게 필요한 건, 다 이해한다는 말랑한 위로보다는, 절망과 좌절의 한복판에서 끊임없이 다치고 깨지면서도 꿋꿋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음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일 테니까.

지금 괜찮지 않아도 괜찮다. 수십 번의 절망을 각오하면, 그게 수백 번의 희망으로 돌아오는 거니까. 그녀가 정말 지켜내려고 것은 단순히 챔피언 벨트가 아니다. 바로 자기 자신, 자신의 인생이다. 얼굴이 부어오르고 멍이 들지언정, 당당하고 떳떳하게 스스로를 증명해 보이고 싶은 마음도 한구석에 자리한다. 그녀는 링 위에서 온 몸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할 수 있다, 믿는다, 괜찮다’는 아픈 청춘을 이겨내고 극복해온 김주희의 이야기로 현 20대를 살아내고 있는 젊은이들을 토닥인다.

이 책에서 김주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출구가 없어 보이는 삶의 절망 끝에서 권투를 만나던 순간, 한 발짝 한 발짝 꿈을 향해 팔을 뻗고 발을 내딛던 시간들, 모든 좌절도 끝내는 ‘사뿐히 즈려밟고’ 일어서는 과정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무엇보다도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하고 또 더 빛나게 해주는 가족과 관장님에 대한 가슴 뭉클한 이야기다.

지금 각자가 어떤 삶을 살고 있든, 누구나 자신의 링을 선택하고 그 링 위에 선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링이든, 힘겨운 순간과 시시때때로 마주하게 된다. 다치고 깨질까봐 두렵기도 하고, 뼈아픈 패배나 실패를 맛보게 될까봐 불안하기도 하고, 한 방 크게 얻어맞아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앞으로 나아가는 일이다. 마음껏 아파하고 낙심했다면, 이제는 힘껏 주먹을 내뻗을 때다.

이제 우리도 주먹을 뻗어보자. 스물여섯 챔피언 김주희, 그녀처럼.

“지독하게 고생한 사람에게, 세상은 그만하면 되었으니 이제부터 잘 살아보라고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성공하기 위해서 권투를 하지만, 권투로 성공하기까지 먼 길이 기다리고 있다. 헝그리 정신이란 배고픈 것이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것이다. 힘들더라도 이겨내면 헝그리 정신을 기억하지만, 끝내 실패하면 아무도 그 고통을 알아줄 수가 없다. (p.61-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