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 2014년까지 간다"

입력 2011-06-20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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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경제진단, 전문가에게 듣는다] 이성한 국제금융센터 소장

▲이성한 국제금융센터 소장이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유로존 재정위기, 미국의 양적완화 정책 종료 등 국제금융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세계 경제 회복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여기에 독일, 프랑스 등 각국의 이해 관계가 충돌하면서 합의점을 쉽사리 찾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국내금융시장을 비롯 세계 경기에 미칠 파장이 염려스럽다.

◇PIGs 위기 세계경제 폭탄 될수도=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젠 이번 재정위기가 언제, 어떤 방식을 통해 해결될 지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이성한 국제금융센터 소장은 2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가진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장기적으로는 2013~2014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 소장은 “지난해 아일랜드의 구제금융 신청에 이어 포르투갈의 구제금융을 유럽연합에서 승인했을 때 국제회의에 가보면 위기는 끝났다고 진단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그리스의 재정위기가 지난해에 이어 다시 불거졌다”며 “유럽 재정위기는 온·오프(On·Off) 상황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기가 가라앉을만 하면 다시 떠오르고 있다는 얘기다.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들의 재정적자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이 단기간에 이뤄질 수 없다는 뜻이다.

이번 유로존 위기는 우리나라의 외환위기와는 성격이 전혀 다른 점도 문제 해결까지는 첩첩산중인 원인 중 하나이다.

이 소장은 “우리나라 외환위기는 유동성이 없어서 생긴 문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받음과 함께 환율 조정과 긴축정책이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유럽은 다르다. 유로존은 유로화를 사용하는 16개 국가가 한데 묶여 있다. 개별 국가는 환율 및 통화정책의 결정권이 없다.

그는 “그리스는 통화정책을 통한 유동성 조절이 어렵다”며 “유일한 방법이 긴축정책인데 그럼 재정수입이 줄고 적자가 발생할 수 있어 문제 해결이 더욱 어려운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리스의 노동계가 긴축정책에 거세게 항의하고 있는 점도 걸림돌이다.

이 소장이 유럽 재정위기를 “현재 세계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가장 큰 요인”으로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망도 밝지 않다. 독일은 모든 그리스 국채를 7년물 국채로 강제 교환하는 방식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과 프랑스 등은 만기 도래 채권의 자발적 상환 연장을 주장하고 있어 유로존 재무장관 회의는 공전을 거듭하고 있다.

19일 재무장관 회의에 이어 오는 23~24일엔 정상회의가 예정돼 있다. 이 소장은 “정상회의에서 어떻게든 해결책은 나오겠지만 근본적이라기 보다는 소위 ‘깡통을 차는’, 문제를 뒤로 미루는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심각한 재정적자 문제를 해결하기 전까지는 유로존 위기는 상존한다는 것이다. 2010년말 그리스 정부부채는 3286억유로로 전년대비 10% 이상의 높은 증가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3차 양적완화 가능성 크지 않아”= 이 소장은 세계 경제의 두번째 위험 요인으로는 미국의 소프트패치(경기회복의 일시적인 둔화)를 꼽았다.

그는 “미국 경기 전망이 밝지는 않다”며 “과거에는 V자 회복을 보였지만 지금은 늦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2%대 초반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의 경기 회복이 늦어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잠재성장률의 하락을 꼽았다.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가 모든 생산자원을 최대한 활용했을 때 달성 가능한 국내총생산(GDP)을 뜻한다. 경제성장의 잠재적 가치를 측정할 뿐 아니라 인플레이션 압력 지표로도 활용된다.

이 소장은 “미국 경제가 골디락스(경제 성장률 높지만 물가 오르지 않는 상황) 경제를 가져왔는데 이는 부동산과 주식 등의 자산이 꾸준히 상승했기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가치가 3분의1 이상 폭락하면서 미국 경기가 다시 활력을 찾지 못하고 있다. 잠재성장률이 높았는지 다시 평가해 봐야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이 일본의 ‘잃어버린 10년’과 같은 장기 침체에 빠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았다. 이 소장은 “이번 조정 기간이 끝나면 잠재성장률은 점차 회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3차 양적완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미국의 현재 경기 지표가 좋지는 않지만 하반기에는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2차 양적완화 때도 중국, 유럽 등이 인위적 달러 약세는 거센 반발이 있었다”며 “3차 양적완화는 꼭 해야만 하는 심각한 경기 침체가 와야만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회복에 또 다른 잠재 위험으로는 “글로벌 인플레이션이 가파르면서 인도, 중국 등의 신흥국도 지난해만큼 성장하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가는 상반기만큼 고공 비행을 보이지는 않겠지만 많이 떨어지지도 않으면서 경제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경제, 美 재채기에 감기 걸릴 수준 벗어나”= 국제금융센터는 국제 경제의 위험요인을 감지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지금과 같이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상황에서는 직원들은 언제나 비상근무 체제를 유지한다. 이 같이 먼 나라의 일에 눈을 치켜 뜨는 이유는 모두 우리나라 경제를 위해서다. 국내 경제의 외환·금융위기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서란 얘기다.

이 소장은 “세계경제를 보면 우리나라의 경제가 바로 나오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과거에는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우린 감기에 걸렸지만 수출이 다변화되고 인도·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경기 둔화에도 우리나라가 급격히 나빠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경제성장률은 국내외 전문가들의 자료를 인용해 4% 초중반을 내다봤다.

※국제금융센터= 외환위기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지난 1999년 4월에 설립했다. 세계경제의 위험요인 분석과 대응방안 제시, 경제동향 분석, 공공 및 민간부문의 국제금융업무 지원을 주요 업무로 한다. 어윤대 KB금융 회장, 진병화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등이 역대 소장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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